오는 27~28일, 창작오페라 ‘1945’ 초연…인간에게 있길 바라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
오는 27~28일, 창작오페라 ‘1945’ 초연…인간에게 있길 바라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9.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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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1945’, 오는 27~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초연
서울 공연 이후 10월 4~5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 올라
작곡 최우정, 대본 배삼식, 연출 고성웅, 지휘 정치용…공연예술 베테랑 모여 완성도 기대

“이 작품을 쓸 때 항상 ‘자비’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썼다. 따뜻함, 슬픔, 자애로움 등 인간에게 그것이 있다고 믿고 싶었고 또 그것을 발견하고 싶었다”

한국 창작오페라 <1945> 대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지난 17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업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최우정 작곡가,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가, 배삼식 작가(사진=국립오페라단)
▲(왼쪽부터)최우정 작곡가,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가, 배삼식 작가(사진=국립오페라단)

공연예술 베테랑들이 한국 창작오페라 <1945>를 위해 뭉쳤다. 국립오페라단은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 제작 오페라 <1945>를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다. 작곡 최우정, 대본 배삼식, 연출 고성웅, 지휘 정치용에 소프라노 이명주, 김순영, 김샤론, 테너 이원종, 민현기, 정제윤,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김향은, 바리톤 유동직, 우경식, 이동환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특히 배삼식 작가는 2017년 국립극단 무대에 올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연극 <1945>를 직접 4막 14장의 오페라 리브레토로 각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열린 오페라 ‘1945’ 기자간담회에서 배삼식 작가가 2017년 무대에 오른 연극 1945를 오페라로 만들게 된 소회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오페라단)
▲지난 17일 열린 오페라 ‘1945’ 기자간담회에서 배삼식 작가(왼쪽)가 2017년 무대에 오른 연극 1945를 오페라로 만들게 된 소회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오페라단)

배 작가는 “연극을 쓰면서도 항상 최종적으로 대면하고 싶었던 순간은 어떤 말이나 행위가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말과 행위가 그 소용을 다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해왔던 것 같다. 음악이 바로 그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 작가는 “최우정 작곡가와 오페라는 처음이지만 음악극(<적로>(2018))을 해보면서 이미 자신의 음악적 구조를 만들고 계셨고, 어떻게 하면 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인가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텍스트가 방해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극에서 오페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최우정 작곡가는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오페라는 음악이기 이전에 공연"이라며 각 전문분야의 능력이 발휘되는 공연으로서 완성도를 강조했다(사진=국립오페라단)
▲최우정 작곡가(가운데)는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오페라는 음악이기 이전에 공연"이라며 각 전문분야의 능력이 발휘되는 공연으로서 완성도를 강조했다(사진=국립오페라단)

최우정 작곡가는 이미 연극 음악(<더 코러스: 오이디푸스>(2011), <꿈>(2012), <이 일을 어찌할꼬>(2017) 등)과 뮤지컬(<오필리어>(2014), <궁리>(2015)), 오페라(<연서>(2010), <달이 물로 걸어오듯>(2016)), 음악극(<로즈>(2003), <적로>(2018)) 등 오래전부터 극음악에 매진해왔다. 배 작가와는 바로 지난해 12월 서울돈화문국악당 무대에 오른 <적로>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좋은 케미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 작곡가는 “외가가 평안북도 철산이 고향이다. 비록 <1945>의 주요 무대는 만주이지만, 한국사의 역사적 질곡을 많이 겪었던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왔고 자연스럽게 이미 몸속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 사람이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적 선율로 작곡했다”고 작업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최 작곡가는 “오페라는 음악이기 이전에 공연”이라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각 전문분야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공연으로서 완성도”에 중점을 둔 것을 강조했다.

간담회, 주요 장면 시연…출연진 호흡 좋아 완성도 기대

오페라 <1945>는 해방 직후인 1945년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이 해방된 고국으로 돌아가고자 머물렀던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당시 민초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은 휴먼드라마다. 

▲'1막 2장 (만주) 전재민 구제소' 장면을 출연진이 시연하고 있다. 구제소 안 사람들은 끼니를 걱정하는 반면, 구제소 하급관리 최주임은 주위의 더러운 환경을 둘러보며 얄밉게 비꼬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1막 2장 (만주) 전재민 구제소' 장면을 출연진이 시연하고 있다. 구제소 안 사람들은 기차를 기다리며 끼니를 걱정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글강습회를 열어보려 했던 지식인 구원창과 남편과는 달리 떡장사를 하고픈 현실적인 아내 김순남, 전재민 구제소의 최고령자이자 어른 이노인과 그의 아들 이만철, 생활력 강한 만철의 아내 송끝순, 동생을 잃고 분이에게 순정을 보여주는 오인호, 오갈 데 없는 밑바닥 인생이지만 서로를 알아보고 만나자마자 정분을 통하는 장막난과 박섭섭 등 다양한 모습의 인간군상이 모여 고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전제민 구제소에 분이와 미즈코가 들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조선인 위안부 분이는 사람들에게 일본인 위안부 미즈코를 벙어리 동생 순이라고 속이지만 결국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작품은 악한 일본인과 착한 조선인으로 대변되는 뻔한 선악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막 3장 막난과 섭섭의 2중창. 유쾌하고 익살맞은 출연진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
▲1막 3장 막난과 섭섭의 2중창. 유쾌하고 익살맞은 출연진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출연진의 작품 몰입도를 비롯해 호흡도 좋았다. 아울러 고선웅 연출의 해학성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례로 1막 3장 ‘구제소의 안과 밖’ 장면에서 토끼처럼 새끼들을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게 꿈인 남자 ‘막난’과 ‘섭섭’의 2중창은 유쾌함과 익살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반면 2막 7장의 거리 장면에서 분이와 인호의 2중창은 서정적이며, 마음의 문고리를 서서히 열어젖힌다. 분이와 인호가 둘만 남아 서로를 의지하고픈 마음을 나누는 대목이라는 장면적 특성도 있지만, 호소력 짙은 음악과 연기는 청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2막 7장 분이와 인호가 마음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장면. 서정적인 2중창과 출연진의 작품 몰입도가 극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2막 7장 분이와 인호가 마음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장면. 서정적인 2중창과 출연진의 작품 몰입도가 극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조선인 위안부 분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명주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분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누구에게나 차마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마음속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느꼈던 아픈 감정들을 작품에 녹여내려 노력했다. 대본을 읽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눈물이 났다”고 캐릭터 해석에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혔다.

오는 27일 첫 무대를 앞두고 <1945> 출연진과 연주자들은 막바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연주에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이 함께하며, 28일 서울 공연을 마친 후 10월 4일과 5일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8.28~10.13)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라 여운을 이어갈 예정이다.

▲출연진의 열연과 제작진의 좋은 호흡으로 기대감을 모으는 창작오페라 '1945' 시연 모습(사진=국립오페라단)
▲출연진의 열연과 제작진의 좋은 호흡으로 기대감을 모으는 창작오페라 '1945' 시연 모습(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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