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한복, 올바르게 입기...바르지 못한 기준은?
[테마기획]한복, 올바르게 입기...바르지 못한 기준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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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한복 토론회 개최, ' 한복 재질ㆍ형식 기준 필요’vs‘개인의 선택존중’

종로구는 서울 중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구청’이다. 5대궁궐과 종묘ㆍ사직단 등 문화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는 전통고장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전통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한옥ㆍ한글ㆍ한식ㆍ한지ㆍ소리 문화 알리기에 주력해 왔으며 ‘한복’의 일상화와 보급에 힘 써왔다. 지난 2016년부터는 매해 ‘한복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한옥이 잘 보존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종로구는 이른바 ‘한복 입기 붐’이 일고있다. 경복궁 주변과 한옥마을ㆍ한국적 가옥 등에는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한복 입기 붐‘의 한편에서는 ’올바른 한복 입기’ 방향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적불명의 금박무늬ㆍ값싼 재질ㆍ과도하게 디자인이 변형 된 ‘퓨전한복’들이 서울거리 한복판에 즐비한 것이다. ‘퓨전한복’은 한복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찾기 어려워, ‘한복 기준’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종로구는 올바른 한복문화의 정착을 도모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강구하기 위해 지난 18일 KT스퀘어 드림홀에서 「우리 한복 바르게 입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올바른 한복 착용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제언’을 의제로 다뤘다.

▲식전 공연 가야금 3중주
▲식전 공연 가야금 3중주

 토론회는 ▲종로구 한복 활성화 정책 소개 ▲주제발표 ▲패널토론 ▲질의응답 ▲토론회 강평 순으로 진행했다. 좌장은 한범수 서울시관광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복기술진흥원 박현주 원장과 김문자 수원대학교 의류학과 교수가 발제를, 권미루 한복 문화활동가ㆍ문정희 한국전통문화원 원장ㆍ윤소연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 기자ㆍ조희숙 한복축제추진위원회 위원ㆍ김귀식 한복대여협회 대표ㆍ이승주 프로젝트 천 한복 디자이너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식전 공연인 가야금 3중주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가운데 토론회를 시작했다.

토론회는 ‘종로구 한복 활성화 정책’으로 서문을 열었다.

김오현 문화과장은 “2013년부터 ‘전통한복입기’ 운동을 시작했다" 며 "매월 두 번째 주 화요일, 추석, 설 명절 근무일에 한복 입는 날을 지정해 직원들이 한복입기에 동참했으며, 궁중한복페레이드, 인사동전통문화축제 개회에도 궁궐전통 한복입기를 통해 아름다운 한복 알리기에 힘쓰고 전통복식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종로구는 2016년부터 주요관광 거점과 한옥시설에서 한복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한복활성화’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한복입기 활성화 및 지원 조례까지 마련했다. 

▲(사)한복기술진흥원 박현주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한복기술진흥원 박현주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한복기술진흥원 박현주 원장은 ‘도시 속, 한복인문학을 배우다’ 라는 주제로 “‘한복 붐’이 일어났을 때의 지속성과 바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라며 “종로 거리는 전통문화의 보고들이 많다. 현재 한복을 잘 입고 있지만, 한복 소재 자체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복의 변화’는 현대화로 가는 길이자 새로운 패러다임 전개의 현상이지만, 올바른 수용과 제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원장은 인문적 관점에서 ‘한복의 문제’를 살피면 "인문학의 의미는 가치있고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현대사회는 바쁘고, 빠르게 변화하며 자아를 상실하고 있다”라며 “‘한복인문’은 ‘옷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개념이다. 한복자체 보다는 나는 누구인가? 내 조상은 누구인지를 찾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옷은 표현이고 상징이기에, 새로운 문화코드로 바라봐야하고, 새로운 세대들이 한복 입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문자 수원대학교 의류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김문자 수원대학교 의류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올바른 한복의 이해’를 주제로 김문자 수원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는 ‘전통한복’ 기준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김 교수는 “중국 소수민족은 조선족을 포함해 56개 민족이 있다. 그들을 구분 짓는 것은 언어가 아닌 ‘민속복’이다”라며 “‘민속복’을 유지하고 있는 민족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민속복’이 없어진 민족은 민족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복의 좌임과 우임 문제는 조선시대 유교사상에서 온 것이라며 “공자님이 말씀에 영향으로 조선시대 모든 옷은 전부 우임이다. 조선도 초기는 스키타이 복식에 따라 좌임과 우임을 혼용했지만, 삼국시대 이후부터 조선시대 때 우임으로 정착했다. 좌임이면 ‘오랑캐’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좌임과 우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복 세계화는 중요하지만, 양복의 한복화는 다르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복을 세계화하기 위해선 한복선을 먼저 배우고 양복에 선을 더해야 한다”라며 “한복 착용은 디자인 뿐 아니라 한민족의 자긍심과도 직결되는 문제임으로 정부가 나서 ‘한복 문화’ 발전에 힘써야한다”고 제언했다.

패널토론은 앞선 두 발제자의 내용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패널 토론자
▲패널 토론자

좌장인 한범수 위원장은 패널 토론에 앞서 “문화는 무 자르듯이 딱 자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많은 생각들이 오 가며 하나의 선이 형성되는 것이 문화이다”라며 “토론자들과 사전미팅했는데 비교적 연령이 젊은 사람들이나 디자이너들은 한복에 관해 자유로운 의견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한복의 고유성이 필요성을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이승주 한복 디자이너는 "한복을 바르게 입는 기준과 당위성을 누가 정하는지 의문"이라며 "전통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전통에 기준을 두고 ‘바르게 입으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권미루 비영리단체 한복활동가는 ‘한복문화’는 변화하고 있다며 "취향과 미감은 사람마다 다른데, 제한을 두는 건 개인적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 전했다. 그는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의 번갈아가며 입고 해외를 누볐는데, 개량한복을 입고 외국을 해외에 가도 외국인들은 한복을 알아봤다. ‘한복’의 자긍심을 널리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소연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 기자는 “올바른 한복입기 정착과 ‘한복입기 붐’ 현상 별개의 영역일 수 있다”라며 “‘퓨전한복 소비’ㆍ‘왜곡 된’ㆍ‘국정불문’ 이라는 네이밍 자체가 오히려 한복과 한복착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것으로, ‘문화현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김귀식 한복대여업협회 대표는 "업체들은 10∼30대 젊은 층의 선호도에 맞는 한복을 만들어 입힐 수밖에 없다"라며 "좋은 전통 한복을 제대로 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한복대여업계는 ‘퓨전 한복’의 범람은 수익성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통한복문화 교육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문정희 한국전통문화원 원장은 “우리문화를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한복을 어떻게 바라보고 한복 입기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가 관건이다”라며 대중화를 위해선 우선 많은 사람이 입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희숙 한복축제추진위원회 위원은 어린이 대상 교과서 만들기를 제안하며 “한복입기가 이벤트성 패션한복으로 남을 위기이다. 문화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지만 억압당해 뺏겨선 안 된다. 종로구가 라이프 스타일을 고민해 행동하는 제안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2019 종로한복 인스타그램 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
▲2019 종로한복 인스타그램 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

김영종 구청장은 “한복은 우리 옷이면서도, 이런 토론회를  왜 열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속상한일도 많이 있다”라며 “요즘은 한복을 입으면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도 하는데, 한데 한복의 이런 양면성을 우리가 어떻게 잘 소화해 낼 것인가 고민해 봐야한다. 이 시대에 맞는 한복은 무엇일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종로는 전통의 고장이라며 “우리 전통을 지켜야 겠다”라는 생각에 한복입기를 시작했다. 전통과 뿌리를 알고 한복을 입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양순 종로구의회 의장은 “종로니까 한복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정치 1번지이자 궁궐이 많아 ‘한복 입기’의 중심지다”라며 “특히 중ㆍ고등학교학생들에게 하루 한복을 입고 활동을 하면 봉사점수 것으로 계정을 했다. 멋진 한복을 입고 우리 것을 널리 알리며 우리 것이 최고의 것이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종로구는 고궁 무료입장, SNS 인증 등의 영향으로 한복이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전통과는 거리가 멀고 과도하게 변형·왜곡된 국적불명의 한복이 대여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해 9월에도 종로한복축제에 앞서 한복토론회를 개최하고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모아 문화재청 고궁입장 한복 가이드라인 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ㆍ문화재청 관계자ㆍ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ㆍ김영종 종로구청장ㆍ 유양순 종로구의회 의장ㆍ임종국 서울시의원ㆍ한국색동박물관 김옥현 연구원ㆍ 한복 제작업체ㆍ 한복 대여업체ㆍ한복 전문가 등 150 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종로구는 지난 2016년부터 종로한복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전통 한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전통문화 콘텐트를 결합한 최대 규모의 한복축제로 2018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육성축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