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②]“창작물, 감상자 정서적 해악 끼쳐선 안 돼...영화 창작자 절제심 가져야"
[인터뷰-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②]“창작물, 감상자 정서적 해악 끼쳐선 안 돼...영화 창작자 절제심 가져야"
  • 인터뷰·정리 이은영 발행인/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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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악한 면 그릴때 냉정하게 찍어야.... 자극적인 것, 보여주는 재미로 영화 찍게되면 사회 악 영향 줄 수 있다.
우리 시대 예수 그리스도 생애 다룰 새로운 영화 준비, 교회나 종교단체 투자 받고 싶지 않아...일반인들도 공감하는 영화 만들고 싶어

(①편에 이어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01)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래전 인터뷰에서 “요즘엔 돈으로 영화를 만들고, 내 데뷔 시절엔 정신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했다. 이 정신은 여전히 변함는가

여전히 정신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정체기도 있었지만 내 영화를 만들땐 초심을 지키고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초심을 지키고 심화시켜 나온 작품은 무엇인가

초심을 지켜 나온 작품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장미희씨가 출현한 '황진이(1896)‘, ’꿈(1990)그 이후에 '길(2004)’과 같이 한국적이면서 우리나라 정서와 원형질이 잘 보존된 작품들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2004년 건국대 영화과 창립교수로 학계에 들어왔데, 입문한 3~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그때의 선택에 주변반응은?

그때 당시는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대학 교수라면 안정된 직업인데,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1~2년 시간이 정말 금방금방 가더라. 한 학기가 금방 지나가며 '감독생활이 게을러지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의 승락을 받고 학교 교수직을 그만 두게 되었다. 어느 울타리에 기대지 말고 기댈 언덕을 두지말고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나가야 되겠다 싶어서 한 선택이었다. 다시 현장으로 나갔다. 상당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오랫동안 하고싶던 시나리오 준비를 쭉하면서 독립영화 '여행(2009)'을 찍었다. 그때 당시 상업영화계의 몇가지 프로젝트 제안도 들어왔지만, 맡지는 않았다.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그 사이 영화계 환경과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대기업 중심으로 변했다. 영화 투자사와 영화 담당자 연령이 낮아지는 등 영화 제작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갈등은 없었나

그들과는 갈등보단 괴리감이 있었다. 투자사나 영화담당자 연령층이 낮은 담당자들은 나와 작업이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들이 원하는 영화는 이미 세계적 명성을 쌓은 작품들 대부분이다. 그 외는 주문생산식의 영화다.

세계적 명성을 얻거나 주문 생산식 영화들은 그 나름대로 관객에 호응하는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굳이 나같은 중견감독과 일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진행이 잘 안 됐다.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늘 영화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좋다. 영화를 보고 영화제도 찾아다니고, 물론 산악영화제라는 카테고리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만듬새나 영화인들의 열정 등을 접할 수 있다.

아마 열정으로 보면, 산악영화제의 영화들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영화적 순수성에 대해선 자부심이 느껴진다.  

영화를 제작할 때 창작에 대한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건 어렵다. 영화심의 등으로 어렵지 않나? 감독이 생각하는 "100%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 작품의 의미는

창작의 자유는 주어지지만, 만드는 창작인에 관한 상식은 제약이 필요하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린다고 해서 과장되거나 왜곡되게 다 표현해 낼 자유...이것이 과연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수는 없다. 영화는 창작자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고, 상대방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연극이나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창작자는 감상자와 작품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창작물은 감상자들에게 정서적으로 해악을 끼쳐선 안된다. '예술이면 어떠냐?'라는 주장도 일부 있다. 그러나 나는 예술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검열은 창작자의 양심에 의존 할수 밖에 없다고 본다.

만약 영화에서 사람이 하나 죽게 된다면, 나는 굉장한 고민을 한다. 그냥 우연히 드라마적 이유에서 죽고,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왜 이사람이 죽어야 하는지를 깊게 고뇌한다. 이 드라마와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 할 말은 무엇인지...왜 죽어야 하는가? 영화지만 그 인물에 대해선 내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공감할 수 있을 진 모르겠다. 감독인 나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설정해 놓으면, 그 사람들의 성격대로 운명이 간다. 크게는 관여하지만 모든 요소를 관여 할수는 없다. 설정에서 부터 운명에 대해, 작가의 테마 등까지 상식선이 중요하다.  

2000년대 이후에 신진 감독들이 많이 들어오고 봉준호 감독도 상을 탔다. 아마 2000년대 이후 부터 잔인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 예술창작에 대한 존중은 중요하지만 영화 모방에 대한 우려는 좌시하기 어렵다. 특히 영화는 큰 영향을 끼치는 매체임으로..요즘에 흉악한 범죄들도 자주 발생하는데 일정 부분은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실제로 가끔 모방범죄에 대한 사례가 나온다. 영화를 보고 발생하는 범죄라는 것이 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가끔씩 나오는 편이다. 그것들이 범죄로 터져 나와서 그렇지, 마음 속에 쌓인 것은 점검할 수 조차 없다.

영화라는 것인 공감인데 인간의 마음 속에는 어두면과 밝은 면이 있다. 어두운 면과 공감하면 마음에 쌓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창작자(감독)가 인간의 악한 면을 그릴때는 굉장히 냉정하게 찍어야 한다. 자극적인 것, 보여주는 재미로 영화를 찍게되면 사회에 악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 악이 있으니까 악 역시 영화로 표현해 줘야한다. 그럴수록 절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젊은 감독들은 절제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저 막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절제하는 방법 자체를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 그런 점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절제없이 영화를 만들게 되면 보는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끼거나 영화에서 표현 된 것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두 가지 문제점이 교차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뉴스를 보면 아주 끔찍한 뉴스가 많고 세상이 무섭다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영화에서까지 무섭거나 절제하지 않은 악을 표현한 것을 재미로 보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세상관을 너무 부정적으로 잡을 우려가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절제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엔 점점 더 인식을 안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영화의 위상이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올라갔는데

우리나라 영화가 발전한 측면은 산업적 측면과 다양화 된 분야의 발전이다. 특히 다양화 된 분야는 특수 효과, 촬영, 연기, 시스템 등 각 분야의 발전을 의미한다. 반면 영화를 만드는 본질적 측면에 대한 가치관이나 정신이 발전했다 보기 어렵다. 흥행 일변도(중심)나 해외 영화제를 의식한 '해외 영화제용'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독립영화를 찍는 감독들은 순수하게 영화는 찍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독립영화를 통해 장편 감독으로 데뷔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친구들도 많다. 영화를 통해 빨리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명성을 얻으려고 하는 목적 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영화 자체를 좋아하거나 주제를 사랑해서 열정으로 찍는 그런 것들을 찾아볼 수 없는 점들이 아쉽다. 내가 활동하던 80~90년대에도 상업영화는 있었지만 다른 부분으로 채워줄 요소가 있었다. 지금과 같진 않았다. 해외 영화에서 상을 받아 좋은 영화들도 있지만 안좋은 영화도 있다. 해외에서 보는 시각이 일반 관객하고는 다르다. 해외 영화제에만 맞는 구미가 있다고나 할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포토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지난 6일 개막식에는 1,200명이 운집했으며, 10일까지 진행된 영화제 기간 동안 2만 5천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를 총 몇편 만들었나

총 18편 만들었다.

영화를 만들어 놓고 엎어지거나, 개봉을 못한 영화도 있나

없다.

개봉을 못한 영화가 없는 것 자체가 성공적으로 감독 활동을 이어 온 것 같다.

그런가?개봉해서 흥행에도 많이 성공했다.(허허허)

작품이 대부분 다 성공한 것 아닌가

(수줍어 하며)평가도 좋은 편이였다.

많은 영화들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점이 인상깊었다. 흥행 감독으로 승승장구 해왔는데, 영화를 만들어 놓고 후회 한 적도 있나

후회까지 한 적은 없다. 다만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굉장히 큰 후회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영화는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후회는 전혀 없지만, 조금 더 잘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는 있다. 고래사냥 2편(1985)이 그렇다. 1편이 성공을 했으니까 2편도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작품을 찍을 때도 게을렀던거 같다. 그런 면에선 후회되는 작품들이 몇개 있다. 

모든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아 저렇게 찍으면 안되는데..'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것은 지금의 시점에서 본 것 이고, 영화를 찍었을 당시는 그때 실력대로 그때의 태도대로 한 것이기 떄문에 큰 후회는 없다.

사회적인 문제의식 시대 정신을 영화에 담고자 한것 같다. 오늘날의 시대 정신은

(깊게 고민하며) 시.대.정.신.이 영화에 깔려있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는 시대를 대변하고 그 시대의 관객들과 호흡해야 한다. 시대정신 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인간에 더 근원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간다.

사랑, 요즘 사랑이 많이 부족한 시대를 살고있다. 사람들 속에 있는 사랑을 발견해서 영화를 찍고, 기존에 관객들이 가지고 있던 사랑을 다시금 일깨울수 있는 부분...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시대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다고 본다. 꼬방동네 사람들(1982),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깊고 푸른밤(1985) 까지 그 시대의 문제를 그렸다지만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부분은 인물들 간의 사랑이었다.

산악영화제 감독으로서 알피니즘을 담은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산악영화제의 영화들을 보면 찍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화면상에 보이는 엄청난 장면들을 보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매우 힘들 것 같다. 산악영화제의 영화를 찍기 위해선 아마추어 산악인 정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산악영화제 장르의 영화를 찍기 위해선 클라이밍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감독님의 많은 팬들이 차기작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현재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예수그리도의 생애를 영화에 담는 건 아주 오랫동안 이어온 나의 소망이었다 .아마 몇 십년동안... 건국대학교를 나온 것이 12년 전인데, 그때부터 혼자 마음 속으로 품어왔던걸 실현하기 위해 오랜 준비와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시대도 그렇고 한국영화의 자본력도 커졌고, 이제는 큰 규모의 영화도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다룰 것이다. 물론 예수 그리도의 생애를 다룬 영화들은 많이 있어 왔지만 이제는 새롭게 만들고 싶다. 영화 감독이자 기독교 신자인 나의 오랜 바람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 내가 할수 있는 준비만 해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서둘지 않고 영화가 만들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대형 교회에서 영화제작에 지원받는 것은 어떤가

교회의 협조를 원하지 않는다. 종교영화로만 치우칠 우려가 았고 일반인 관객들부터 신자들까지도 바라지 않을 것 같다. 감동도 우러나지 않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에 관해 알고있나

내가 8~9년 전 한 수녀님이 김수환 추기경 시나리오를 써서 관심이 생겨 추진을 하다가 중단 된 적이 있다. 한번쯤 영화로 만들어 질 필요가 있다. 외국에는 교황들의 생애를 다루는 영화도 가끔 나오지 않나

마지막으로 못 다한 말씀이 있으시다면

하고 싶은 말 다했다. (웃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까지 하게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