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미투 해결 공식 첫발…‘성인지인권환경실태조사’ 결과 발표
문화계 미투 해결 공식 첫발…‘성인지인권환경실태조사’ 결과 발표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9.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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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분야 성인지인권환경실태조사’ 34%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有”

2018년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으로 제기된 성희롱·성폭력 등 문제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연예술분야 성폭력 실태 및 대응 매뉴얼 일부(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연예술분야 성폭력 실태 및 대응 매뉴얼 일부(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2018년 공연예술, 대중문화, 출판 분야 종사자 및 창작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 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공연예술, 출판),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대중문화)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실태 조사 대상에는 공연예술(연극, 뮤지컬, 무용, 서양음악, 전통예술), 대중문화(방송, 음악, 만화, 패션), 출판계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공연예술, 대중문화, 출판 분야 종사자는 예술인으로서 활동 기간 중 분야별로 11%부터 높게는 34%까지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으며,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 경험 비율은 55.5%부터 높게는 76.6%까지 나타났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 시급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엄격한 상하관계,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권력구조 등 ‘위계에 의해 성폭력’과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주요 성폭력 발생 사유로 지목했다. 

이로써 분야별 성평등 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심사·자문위원회 구성 시 성별 비율 적용 등 성불평등 권력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뢰도 높은 피해자 대응시스템 마련해야

피해자들이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사유로는 문제해결 가능성에 대한 불신, 가해자와 같은 관련 분야에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이에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고상담체계 구축, 피해자 보호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시스템 마련, 신고 및 보호지원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제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한 인권환경 표준행동강령 마련 필요성 대두

성폭력 피해장소는 공동활동 공간, 회식장소 등이었다. 작업(활동)과 사적인 활동의 경계가 모호해 작업 및 수업이나 연습 중에도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 돼 교류와 접촉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행동강령(지침)의 개발과 확산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모든 분야에서 종사자가 생각하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노력의 가장 우선순위는 ‘가해자 처벌 강화’로 지목돼 앞으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 시급하다.

가해자 제재 강화 등 후속 대책 추진

문체부는 이번 실태조사와 그간 추진했던 문학·미술·사진 분야(2017), 영화 분야(2017), 스포츠 분야(2018)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와 문화예술계 특별조사단 운영 결과(’18. 3. 8.~6. 19.) 등을 토대로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 분야 각종 위원회 구성 및 의사결정구조 마련 시 성비 균형비율을 적용하는 등 성별화된 권력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 가해자 제재를 위한 고충·심의제도를 운영하며, 가해자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상담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피해자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분야별 대응지침(매뉴얼)을 확산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분야별 신고상담센터의 사안처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2차 피해를 포함한 피해자의 보호 및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문화 분야 특수성을 고려한 예방교육 콘텐츠와 표준행동강령을 개발·확산하고 내실 있는 예방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앞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신뢰도 높은 실태조사를 정례적으로 추진하고,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중장기 이행안(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문화정책을 수립·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개 분야의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는 문체부 누리집(www.mcst.go.kr)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