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노들섬의 개장을 기다리며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노들섬의 개장을 기다리며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9.3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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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노들섬은 재미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본래 섬도 아니었던 노들섬은 이촌동 쪽에서 이어진 모래밭의 작은 모래언덕에서 한강개발이 되면서 섬이 되었단다. 한강의 중심에 위치한 이 섬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계속되었던 것 같다. 유람선선착장에서 호텔, 공원등 무수한 시설을 건립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을 거치면서 문화예술공간 조성을 제안하여 추진하다가 현 박원순 시장이 노들섬의 용도, 시설, 그리고 운영계획을 시민공모로 결정하겠다고 한 것은 2015년 여름의 일이었다.

2016년 겨울이 되어서야 ‘땅을 재구성한 노들마을“이라는 컨셉으로 실내외 공연장, 상점가,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산책로와 골목길로 연결되는 계획이 결정되었고 공연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이 확장 가능한 모듈형 건물로 프로그램에 따라 이용자가 공간을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가변형 시설로 시민이 만들어 가는 노들섬을 조성 중에 있다.

2019년 9월 29일, 오랜 기다림 끝에 노들섬 개장을 앞두고 노들섬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는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크다. 6천억짜리 오페라하우스를 포기한 대가는 참으로 컸다. 

6천억 오페라하우스를 포기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막대한 예산과 환경파괴 논란이었다. 사람들의 접근이 녹록치 않은 섬에 바라보는 문화공간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서울에 몇 안되는 자연 그대로 남아있던 노들섬은 멸종 위기의  맹꽁이 서식지이기도 하고 비오톱 1등급구간이다. 주변에 흐르는 한강 또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수변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연환경이다.

그런 노들섬의 야간환경은 어떨까? 주변 아파트의 불빛과 올림픽도로, 강변북로의 가로등 그리고 한강대교의 경관조명이 검은 한강에 투영되어 화려함을 더할 때 노들섬은 여전히 깜깜한 섬으로 강의 일부인 듯 자리하고 있었다. 노들섬 조명계획을 하면서 여기에 조명을 하는 것이 맞는가 안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맹꽁이와 비오톱 1등급 구간이라는 명제와 사람들이 밤새도록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심의 공원이라는 명제가 동시에 하나의 테이블에 놓여진 느낌이었다. 서울식물원의 조명계획 할 때와는 또 다른 딜레마였다. 

서울 식물원은 주변이 아파트로 저녁시간 주민들의 산책, 주말 가족단위의 나들이 공간이라는 성격이 짙었으나 노들섬은 음악을 매개로한 북합문화기지로 표방하고 있고 대중음악을 위한 공연장이 있어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밤새도록 머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공원인 것이다. 

이렇게 도심 속의 공원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환경보전과 사람의 안전이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자연자원 보호를 위해서 조명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는 적정한 밝기와 균일한 빛이 제공되어야 한다. 즉 완전히 반대의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광장이나 산책로 그리고 연결 다리와 같이 절대적으로 사람의 사용이나 활동을 전제로 계획된 공간은 절대적으로 사람 위주의 계획을 하게 되는데 노들섬의 경우에는 맹꽁이나 비오톱 식생 그리고 수중생태계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최소한의 빛을 제공하고, 그마저 필요한 곳에 가두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게획하여 공연이 없는 날에는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어둠에 남겨진 섬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제안하였다. 빛을 필요한 곳에만 비추게 하고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게 하지 않도록 가두는 일은 매우 세심한 계획도 필요하지만 실행 단계에서 계획한대로 따라 주어야 하는 더 큰 어려움을 안고 있다.

지하에 배치된 상업공간은 풍부한 인공조명을 두어 바깥과는 매우 대조적인 빛환경을 제공한다. 자율적으로 상점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배려된 상업공간을 시간의 구애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게획이다. 공연이 있는 날, 노들섬은 비로소 해진 뒤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공연장 전체가 빛박스가 되어 거대한 광원이 되며 공연장 앞 광장도 공연 관람객을 위한 밝기를 제공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노들섬의 개장을 기다리며 조명계획자는 서울시민들이 숨겨둔 보석상자로 노들섬을 생각하길 바라며 공들인 설계가 어떻게 실현되었을지 불안하고 궁금하다. 설계자의 손을 떠난 실행자의 결과는 언제나 뜻밖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닥 희망을 걸어보는건 환경보전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과제이기에 노들섬이 한강 한가운데에서 등대처럼 환하게 빛나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아름다운 어둠이 드리워진 노들섬,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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