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 논란❶] 기록의 복기, ‘불공정 논란’의 기원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 논란❶] 기록의 복기, ‘불공정 논란’의 기원
  •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 승인 2019.10.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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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평론가
▲성기숙 한예종 교수/무용평론가

2015~2019년까지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 논란 한복판에 있었다. 무용계는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하여 비판에 나섰다. 문화재청 60年史 초유의 사건으로 회자되는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 논란 중심에서 겪은 다양한 행태를 후대의 무형문화재학 및 한국무용학 사가(史家)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문화재청은 2019년 9월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를 통해 승무(제27호)·태평무(제92호)·살풀이춤(제97호) 등 3종목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를 인정예고했다. 한꺼번에 9명의 보유자를 무더기로 인정예고하여 충격을 안겨줬다. 

현재 무용분야 국가무형문화재는 진주검무(제12호), 승전무(제21호), 승무(제27호), 처용무(제39호), 학연화대무(제40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등 7개 종목이 지정되어 있다. 그중 개인종목인 승무·태평무·살풀이춤 등은 무형문화재 중에서 가장 인기종목에 속한다. 이 3종목의 이수자 숫자만 해도 약 600여명에 달한다. 전승단절을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승무·태평무·살풀이춤 등은 왕성한 전승력으로 인한 잡음과 폐해가 심각할 정도다.  

국가 권위의 상징인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한꺼번에 9명을 인정예고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대로 확정된다면 승무·태평무·살풀이춤 등 3종목의 보유자는 1명에서 9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개인종목 무용분야 보유자는 이애주(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유일했다.

‘불공정 논란’의 기원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문제는 사실상 심사이전부터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었다. 2015년 11월~12월 『동아일보』는 4회에 걸쳐 심사위원 편파구성,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콩쿠르 심사방식의 문제점 등을 다룬 심층기사를 게재했다(2015년 11월 26일자/ 11월 27일자/ 11월 30일자/ 12월 1일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심사방식의 개선 없이 승무·태평무·살풀이춤 등 3종목에 대한 보유자 인정심사를 강행했다. 무려 15년 만에 보유자 인정심사가 실시됐기에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그러나 심사결과 태평무 1종목에서 단 1명만이 보유자로 인정예고되어 논란을 키웠다. 태평무 원로전승자의 청와대 앞 1인 시위, 이해당사자들의 이의신청,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을 통한 무용계의 조직적인 반발로 태평무 보유자인정은 보류됐고, 그후 무용계는 이 문제가 완전히 철회된 것으로 인식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심사절차의 불공정 논란과 함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의 예술적 정체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원형과 정통성에서 벗어난 신무용 전승경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따라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철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2019년 3월 이 문제가 새롭게 대두됐다. 4년 전 불공정 논란 속에 보유자 인정심사를 강행한 전 문화재청장도 행정미숙을 인정하며 덮었던 문제다. 그런데 현 청장이 부임 5개월 만에 이 문제를 새삼 꺼내든 이유가 무엇인가?

2019년 3월 15일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재심사(재검토)한 결과라면서 11명의 ‘보유자후보’를 발표했다. 4년 전 심사자료를 토대로 검토했고 더구나 영상을 통한 추가 기량점검을 한다는 점에서 반발을 샀다. 또 소위원회 구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한 것 같으나 위원 구성의 적절성에 무용계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인다. 아울러 11명 중엔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 전승경력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까지 포함되자 무용계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놀랍게도 승무·태평무·살풀이춤 등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는 2013년 처음 공고됐다. 그러나 당시 보유자 인정심사는 진행되지 못했고 대신 무용분야 문화재위원이 연구용역 책임자로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라 기존 보유자 인정방식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전한다. 이른바 개방형 심사방식(콩쿠르심사방식) 전환을 위해 연구용역이 실시되었고 그후 2여년 간 보유자 인정심사가 유보된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학술용역 연구책임자는 무용분야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한 무용전공 교수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연구용역에 참여한 무용인들이 현재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혹은 소위원회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더욱이 2015년 7월 문화재위원회 회의(2015.7.3/ 안건번호 무형2015-04-012)에서는 <태평무 보유자 인정 조사방식과 조사자 검토>가 이루어졌다. 당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총 11명의 무형문화재분과 위원 중 전통예능 분야에서는 김영운(한양대 교수), 전경욱(고려대 교수), 김해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허영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4명이 참여 한 것으로 보인다. 승무·태평무·살풀이춤 3종목의 보유자 인정심사 실시 이전, 무슨 연유로 태평무 1종목만을 콕 집어서 보유자인정 조사방식과 조사자 검토가 이뤄졌는지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태평무 보유자 인정심의, 법령위반(?) 

주지하다시피, 2015년 12월 승무·태평무·살풀이춤 3종목에서 총 24명이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렀고, 그 결과 태평무 1종목에서 단 1명만이 인정예고됐다. 기존 보유자 인정방식을 고수했다면 태평무의 경우, 무형문화재 전승체계(보유자->(준보유자)전수조교->이수자)의 서열상 이현자가 보유자로 인정되는 것이 당연한 순리로 여겨진다. 그는 일찍이 보유자 바로 아랫단계인 ‘준보유자’의 위치에 있었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태평무 1대 보유자였던 고(故) 강선영의 후계자로 통했다.  

2013년 보유자 인정심사 공고를 해놓고서 갑자기 연구용역을 통해 보유자 인정심사 방식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재청의 정책적 판단의 결과일 터, 직무의 성격상 무형문화재과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특히, 문화재청은 당시 보유자 인정방식을 전환하면서 무용계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결과적으로 문화재청 관계자 및 소수의 문화재위원 손에 엄청난 정책변환이 이뤄진 것이다. 무슨 연유에서 보유자 인정심사 공고를 해놓은 상태에서 보유자 심사방식에 대한 정책변환을 꾀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 논란은 오래 전부터 불행의 씨앗이 발아되었던 셈이다. 따라서 지난 수년 동안 특정인을 보유자로 지정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되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 의심’은 이후 전개된 보유자 인정절차가 이루어진 4년 째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예컨대, 2015년 12월 승무·태평무·살풀이춤 3종목의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렀으나 승무·살풀이춤의 경우 결과발표가 누락된 채,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양성옥 1명만을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예고)했다.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그는 3차례나 반복해서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예고)된 것으로 보인다.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후 4년이 경과한 시점인 2019년 3월 무형문화재위원회는 11명을 ‘보유자후보’로 선정했고, 지난 9월 6일 다시 11명 중 9명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했다. 9명의 보유자를 한꺼번에 무더기로 인정예고 하면서 불공정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을 또다시 포함시켜 논란을 자초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등록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재위원회(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특정 강선영류 태평무 전수조교의 경우, 지난 4년간 총 4차례의 심의를 통해 보유자로 인정(예고)된 것으로 보인다(❶ 2016.1.22/ 안건번호 무형2016-01-004 ❷ 2016.5.27/ 안건번호 무형2016-03-001 ❸ 2016.8.26/ 안건번호 무형2016-07-001 ❹ 2019.9.06/ 안건번호 무형2019-13-004).

<무형문화재위원회 운영지침> 제5조에 의하면, “위원장은 사정변경 등으로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안건을 다시 상정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의 재심의는 1회에 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총 4차례의 심의를 통해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예고)된 태평무 전승자의 경우 법령위반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건데, 보유자 인정의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번 9명 보유자 인정예고는 또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이 훼손된 최악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불공정 논란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무형문화재위원회의 권위도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문화재청 역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