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일으킨 소리 '전주세계소리축제' 성료…5일간 130여 회 공연 선보여
바람이 일으킨 소리 '전주세계소리축제' 성료…5일간 130여 회 공연 선보여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0.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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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130여 회 공연
판소리 보유자 송순섭 명창&제자 이자람 명창 '적벽가' 비롯 판소리 다섯바탕 등 전통음악 선보여
몽골,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폴란드, 스페인, 프랑스, 말리, 알제리 등 세계소리 어우러져

‘바람, 소리(Wish on the Winds)’를 주제로 전통예술의 고유성과 확장 그리고 전 세계 다양한 월드뮤직을 담아낸 '2019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6일 닷새간의 ‘글로벌 소리여행’을 마쳤다.

▲임페리얼키키리스탄(프랑스). 관객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상의 제국 키키리스탄에서 온 전통 브라스 밴드로, 엄숙한 분위기의 곡에서부터 흥겨운 행진곡, 아크로바틱 연기와 코미디 연기, 춤까지 거리극 특유의 다양하고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다

6일 펼쳐진 폐막공연 '락&시나위'는 장르와 경계를 넘어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특별 무대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특히 대중적인 락 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구성하는 장르 확장 무대를 선보여 소리축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번 축제는 16개 분야 130여회 공연으로 구성됐으며 몽골과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폴란드, 스페인, 프랑스, 말리, 알제리 등 세계 각국 뮤지션이 참여했다.

▲(왼쪽부터)플라멩코 도미니카 수헤츠카, 남원 농악 조세훈, 벨리 댄스 카렌 루고가 개막식 '비행' 무대에서 한국의 설장고 가락에 맞춘 합동 공연
▲모놀로그&멜로디 팀 개막공연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폐막일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태풍 '미탁' 북상으로 인해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은 5일까지 10만6000여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직위는 폐막공연을 마치면 관객 수 및 점유율은 지난해 기록(13만5019명·84.2%)을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소리축제 개막공연과 판소리 다섯 바탕, 산조의 밤 등 주요 공연의 유료객석 점유율은 82.6%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축제의 '판소리다섯바탕' 스승과 제자가 함께 꾸미는 무대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지난 3일 오후 5시에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송순섭 명창과 제자 이자람 명창이 '박봉술제 적벽가'를 선보였으며, 약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공연을 마쳤다. 공연에 앞서 국내 최초 판소리 다섯 바탕을 영문번역한 최동현 군산대 교수가 '적벽가'를 설명하고 있다. 

한편 올해 축제는 지난 2일 개막일 북상한 태풍 ‘미탁’이라는 변수에도 안정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성숙한 면모가 돋보였다. 일각에서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소리축제만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음악시리즈를 대표하는 조지아의 이베리 콰이어(좌)와 전북영상작법보존회(우), 피아니스트 미연(맨 왼쪽)의 개막식 합동 공연

특히 소리축제 개막공연은 과감하고 창의적인 기획과 촘촘하고 치밀하게 직조한 음악 구성 등에서 '역대급 개막공연'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개막공연 포문을 연 전북지역 관악오케스트라 200명의 학생연합이 서양 관악기로 전통 궁중무용 음악 '수제천(壽濟天) 변주곡' 연주 역시 호평을 받았다.

▲전북 지역 5개 학교 200여명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관악오케스트라 프로젝트 팀이 궁중음악 '수제천 변주곡'을 선보여 웅장함을 자아냈다

올해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소리축제 간판 프로그램 '광대의 노래'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악기 중심 '바람의 길'이라는 주제 아래 동서양 관악 명인들과 전통예술의 조화가 돋보인 무대를 선보였다.

▲개막공연 '나무의 노래'는 대금 원장현 명인과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제자들이 한 무대 올라 대금 소리의 멋을 선보였다

프리재즈 거장 강태환 명인과 재즈 플루티스트 앤더스 해그베르그, 대금 연주자 이창선 등이 어우러지면서 상대 예술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빛난 무대이기도 했다.

▲개막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각국 관악기 주자들의 월드시나위. 세계 관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져 색다른 음색을 연출했으며, 사전 협의되지 않은 즉흥연주를 선보여 정형화 되지 않은 음색과 색다른 조화를 이뤄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래세대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와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 및 체험, 체험전시 등 '어린이 소리축제'를 강화함으로써 전통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나왕 케촉’은 티베트 플루트 연주자인 동시에 수많은 불교음악‧명상음악 작곡가로, 2000년에는 ‘In A Distant Place’ 음반을 통해 티베트 음악인으로는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3일 열린 공연에서 나왕 케촉은 공연의 말미에 명상호흡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찾아가는 소리축제' 역시 14개 시·군 초·중·고교에서 펼쳐져 미래세대들에게 세계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 소리축제를 지탱하는 메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강릉단오제보존회의 ‘강릉관노가면극’. 강릉 단오제에서 행해진 신성제의극의 성격을 지닌 가면극이다. 국내 유일의 무언극으로 대사가 없이 춤과 동장만으로 진행되는 전통가면극

이 밖에도 체험과 놀이, 쉼터 중심의 키즈존, 리듬&플레이존,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오픈형 무대 연지 마당, 판소리와 월드뮤직의 아기자기한 배치로 명소화를 끌어낸 '편백나무숲' 등은 소리축제 상징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부스 및 푸드트럭 등 공간을 가득 채우던 행사장 구성도 힘을 빼고 관객 시야와 동선을 확보하면서 포인트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 여백과 여유의 미를 살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거리극의 정수를 선보인 ‘임페리얼키키리스탄’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공연을 선보였다. 쇼맨십과 익살맞은 연기가 압권이었으며 야외무대에서 약 한 시간가량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관중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음악을 즐겼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올해 소리축제는 예술의 다양성을 수용한 존중과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며 "예술인의 호흡을 따라가는 관객들의 진지하고 집중도 높은 관람 태도는 마니아 관객층의 탄탄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