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장터에서 만난 얼굴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장터에서 만난 얼굴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9.10.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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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사람이 그리워서 호박 한 덩이 갖고나와

온종일 바람과 햇빛과 놀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곳이 장터다.

우리선조들의 정신이 숨어있는 장터에는 우리의 원형인 정체성이 살아있다.

장터 골목 귀퉁이에서 홍시 감 몇 개 소쿠리에 담아,

고루내리는 햇빛을 등에 이고 앉아있는 할머니얼굴에는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들어있다.

1989 광주 송정리시장 Ⓒ정영신
1989 광주 송정리시장 Ⓒ정영신
1990 충북청양시장 Ⓒ정영신
1990 충북청양시장 Ⓒ정영신

장에 나온 사람들 얼굴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숨어있는 보물창고 같다.

한 할머니 얼굴에서 아쟁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얼굴에서 삶을 관통하는 그네들이 살아낸

모진 세월이 빚은 남도육자배기가 흘러넘친다.

1989 충북영동장 Ⓒ정영신
1989 충북영동장 Ⓒ정영신
1989 충북영동장 Ⓒ정영신
1989 충북영동장 Ⓒ정영신

그런데 장터에도 그 지역만의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얼굴은 서구인을 닮아가고,

물건과 패션도 우리 것이 아닌 퓨전으로 변해,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삶의 원형과 정체성을 하나둘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없는 사회학이 사진이라고 한다.

그 시대의 얼굴이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사진을 통해 배운다.

1989 충남 금산장 Ⓒ정영신
1989 충남 금산장 Ⓒ정영신
2014 충북 보은시장 Ⓒ정영신
2014 충북 보은시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