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봄이면 가마솥 밥 위에 찐 쑥 개떡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봄이면 가마솥 밥 위에 찐 쑥 개떡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9.10.1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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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파는 풍경
1990 전북 순창전통시장 Ⓒ 정영신
1990 전북 순창전통시장 Ⓒ 정영신

추운겨울날 가마솥뚜껑은 그야말로 지금의 전자렌지처럼 무엇이든 데웠다.

가마솥 뚜껑 위로 양말과 장갑이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빨간 속내복도 올려 지곤 했다.

또한 봄이 되면 가마솥 밥 위에 찐 쑥개떡을 먹었고,

여름이면 감자와 옥수수를 쪄서 평상에 앉아 도란거리면

식구들 웃음소리가 하늘 끝에 매달렸었다.

이렇게 내 유년은 부뚜막 위에 까맣게 앉아있는 가마솥과 함께했다.

1990 전북 순창 5일 전통시장  Ⓒ 정영신
1990 전북 순창 5일 전통시장 Ⓒ 정영신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장터에서 가마솥을 팔거나,

구멍 난 가마솥을 경운기에 싣고 나와 고쳐가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네 장터는 물건보다, 물건 파는 사람 얼굴을 본다.

결국은 물건이 사람 얼굴이기에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1987 전북 순창전통시장  Ⓒ 정영신
1987 전북 순창전통시장 Ⓒ 정영신

곡성옥과장에서 만난 김씨할매가 내게 했던 말이다.

새악시, 시골장은 기냥 장이 아녀, 예서 물건도 사고 사람들도 만나고...

살면서 없어선 안되는 곳이 장이여, 여그 사람들은 존데가 생겨도 딴디로 안가.

고것이 사람 사는 정() 아니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