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인터뷰] 강형구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추진위원장, 과거를 현재로 살아내는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Special-인터뷰] 강형구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추진위원장, 과거를 현재로 살아내는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 인터뷰·정리/이은영 발행인·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0.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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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20일까지 순천 낙안읍성 제26회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열려
"600년간 보존된 생활 터전 보여주는 것, 문화적 가치 대체 불가능"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CNN선정 대한민국 대표관광지 16위 선정
실제 주민들 생활하고 있는 민속촌으로 그 보존가치가 더욱 높은 곳 '낙안읍성'

‘대체 불가능함’의 가치는 얼마일까. ‘진짜 같은 가짜’는 처음에는 탄성을, 두 번째는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결국 복제될 수 있기에 그 가치는 ‘대체 가능’하다.

519년(1392~1910) 간 지속된 조선왕조 역사는 과거에 묻혔지만 그 흔적은 남아있다. 그리고 과거를 현재로 살아내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곳이 있다. 순천시에 위치한 낙안읍성이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순천시 소재)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다. 사적 제302호로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주요 관광지로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CNN선정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민속촌으로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어 그 보존가치가 더욱 높다.

▲강형구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추진위원장(순천시의회 부의장)

아쉽게도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랐으나,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안타깝게 현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낙안읍성은 유네스코에 등재돼 읍성이 가진 천혜의 전통자원을 잘 보존하고 세계에 길이 물려줄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제26회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를 개최한다. 2022년에 낙안읍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고, 낙안읍성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 보전해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 및 재방문 하는 계기를 만든다.

즐거울 ‘락’ 편안할 ‘안’의 낙안(樂安). 그곳에는 전통 건축, 문화, 음식, 놀이가 있고 생활은 역사가 된다. 낙안읍성에서 막바지 축제 준비에 한창인 강형구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추진위원장을 만나 축제 프리뷰를 들어봤다.

▲지난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중 김빈길 장군 출정식.

추진위원장으로서 어떤 축제를 만들 계획이신지  

우리 축제가 올해 26회를 맞았다. 역대 위원장님들이 추진을 잘 해주신 덕분에 이미 탄탄한 토대가 마련돼있었다. 기존 프로그램 장점은 살리는 동시에 소원한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축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궁극적으로는 축제가 지속가능한 행사가 되고, 명맥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다. 

또한 낙안축제는 낙안읍성보존회만의 행사가 아닌 순천시 전체 행사라는 인식 개선에 힘썼다. 유관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했다. 우리나라 읍성 중 서산해미읍성, 고창읍성, 낙안읍성이 원형이 잘 보존된 읍성으로 꼽힌다. 그중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읍성은 낙안읍성이 유일하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기도 했으며, CNN 선정 대표 관광지 16선, 문화재청 선정 가족 여행지 32선에도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나라’ 유산이다. 소통 등이 쉽지는 않았지만 주관 부서와 조력 부서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준비중이다.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김빈길 장군 출정식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김빈길 장군 출정식

올해 축제 콘셉트는 어떤 것인가?

"어서와! 살아있는 조선은 처음이지?"라는 콘셉트로 실감형 조선을 체험하는, ‘만들고, 나누고, 같이하는 축제’다. 선조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전통재현프로그램으로는 개막식 당일 김빈길 장군부임행렬 재현(기마장군, 수문장, 대취타, 농악대 등으로 구성)을 비롯해 백중놀이(음력 7월 백중날 낙안지방에서 전해지는 민속놀이)·성곽쌓기(낙안읍성 축성 이야기와 김빈길 장군 업적 기념)·기마장군 순라의식 및 수문장 교대식(낙안읍성 수위 및 순라의식 재현) 등이 있다. 영국에 버킹엄 궁 근위병 교대식이 장관(壯觀)이지 않나. 낙안의 수문장 교대식도 기대해볼 만하다.

▲ 전통체험(사진=낙안읍성 SNS)

상설행사로는 체험 놀이(현악기 통깍기 체험, 미니북•미니장구 만들기, 대금불기 체험, 단소만들기, 염색체험, 인절미만들기, 두부만들기체험, 서예체험, 한복체험, 전통놀이, 전통무예체험, 전통무기체험, 매듭체험, 석궁체험, 마차체험 등)·‘낙안읍성 위인들 이야기&낙안읍성 이야기’ 전시·제6회 전통&향토음식 페스티벌·순천 특산물장터 등이 있다.

▲팔진미 (사진=순천시)

이순신 장군이 드셨던 여덟 가지 진귀한 맛 ‘팔진미’ 비빔밥 만들기도 빼놓을 수 없다. 팔진미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낙안읍성을 찾은 이순신 장군에게 낙안읍성 주변에서 나는 8가지(금전산 석이버섯, 백이산 고사리, 오봉산 도라지, 제석산 더덕, 남내리 미나리, 성북리 무, 서내리 녹두묵, 용추천어(불재 용소의 말은 민물에서 자라는 물고기)) 귀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잊혀가는 전통혼례를 재현해서 전통문화 가치를 계승·발전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개막 전 행사일인 18일 열리는 ‘이순신 장군 나무 신목제'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이순신 장군 나무

이순신 장군은 세계적인 영웅이지 않나. 국가 위기 때 나라를 구한 영웅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국가관을 배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만약에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가 있었겠는가)’. 군사적 요충지였던 호남의 지리적 중요성을 되새기고, 국가 위기 때 자기 몸을 던져서 국가를 구한 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장차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학생들에게 교훈 삼아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연결해봤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라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남정숙 총감독님과 어떤 것을 재현해낼까 많은 소통 과정을 거쳤다. 

구체적 내용은 낙안읍성을 지켜주는 나무들, 특히 ‘이순신 장군 나무’와 ‘아들나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제례의식으로 마을을 영원무궁하게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례를 지내고, 낙안읍성을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춤을 올린다. 또한 낙안읍성에 ‘이순신 장군이 심은 나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동시에 기세있고 씩씩한 ‘이순신 나무’에 대해 홍보한다. ‘이순신 장군 나무’에서 살풀이춤을 춘 무용가는 중앙무대로 이동하여, 중앙무대에서 살풀이춤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주민참여가 중요한데 주민참여는 어떻게 독려했나?

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이 행사를 할 수 없다. 우리 지역은 농경 사회다. 우선 축제 기간이 벼 수확철과 딱 겹치는 시기지만 행사 기간을 최대한 피해서 농번기를 지내고 있다. 

또한 백중놀이·성곽쌓기 등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백중놀이는 벼논 김매기를 끝내고 마을 간 단합을 위한 놀이로, 동내와 남내 마을 간 덕석기 뺏기, 진세ㆍ장원 놀이 등으로 풍년을 기원한다.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초가잇기 체험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초가잇기 체험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낙안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도 민요부터 시작해서 농악이나 가야금병창 등 국악과 함께 발전해가고 있다. 낙안초교 농악군악대, 가야금병창, 낙안읍성 판소리보존회 공연을 비롯해 마을 부녀회와 이장단 등 각 유관기관 단체가 봉사활동에 나선다. 참여의식을 가지고 낙안읍성 축제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전체가 36개 마을이 전부 똘똘 뭉쳐서 거기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안은미 무용단 공연, 해외축하공연, 송순섭 명창 공연, 인도네시아 가야금병창팀, 신영희·이영희 명창 공연, 국악인 박애리 공연 등 주민들이 한바탕 뛰고 놀고 몸으로 즐기는 축제마당도 준비했다.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의 전통혼례 재현 장면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의 전통혼례 재현 장면

낙안읍성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 곳을 찾는 분들이 유념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낙안읍성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다. 낙안읍성은 민속체험을 위해 연출된 세트장이 아닌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거주하는 공간이다. 간혹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노크도 없이 방문을 활짝활짝 연다거나 주거에 침입해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해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특히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그런 경우 많이 놀라시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번은 다짜고짜 관광객이 들어와서 땡볕에 ‘불 떼 달라’, '사진 찍자'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낙안읍성 주민들은 이미 문화재 보존을 위해 개인적 자유에 제약을 받고 있다. 문도 자유롭게 열지 못하는 등 고통들을 감수하면서 이 안에 살고 재산권의 제약을 받고 있다. 축제는 즐기되 사생활 침해가 안 되게끔 재차 부탁드린다.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장의 국악공연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장의 국악공연

낙안읍성을 찾는 손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낙안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낙안에 오셔서 좋은 이미지 가지고 가시기 바라지만 행사기간에는 손님들을 다 따뜻하게 맞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본다. 예쁘게 봐주시고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주셨으면 한다.

▲강형구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추진위원장(순천시의회 부의장)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순천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정원1호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해 관광지로서 자부심이 크다. 허석 순천시장님은 낙안읍성의 가치는 그 보다 몇 백배라고 하셨다. 자연 그대로 300~400년 간 보존된 생활터전을 보여주는 것은 인위적인 관광지와 문화적인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몇 백 년 된 성당을 헐지 않고 원형대로 잘 보존해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후대에 물려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낙안읍성 축제를 25회까지 해오면서 주민들이 타성에 젖어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귀찮아하지 않고 잘 보존된 우리 고유문화와 역사의 터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꾸준히 노력해가는 데 동참해주길 소망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가 염원하는 202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