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한방울한방울 흘러내리는 엄마의 자식사랑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한방울한방울 흘러내리는 엄마의 자식사랑
  • 정영신 사진가
  • 승인 2019.10.2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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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도시는 익명성이 강한 반면 시골은 모든것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다.

사람들과 집과 길옆에 서있는 나무도 그대로다.

그러나 도시는 큰 건물이 세워지면 주변에 있는 모든것들이 사라져버린다.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의문을 가져본 사람도 없다.

하지만 시골은 변하지 않는다.

간혹 어떤 마을에 노총각이 장가들어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새로운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뿐이다.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길가에 서있는 은행나무, 대추나무등, 집주인의 나이가 60이 넘으면

나무들도 60이 넘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시골에서는 사물하나하나가 식구다.

여름날 땡볕을 가려주는 나무의 고마움을 알고,

도랑사이로 흐르는 물의 고마움을 알고,

들판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의 고마움을 안다.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이렇게 시골에서는 사람과 사물이 하나의 가족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반면

도시는 사람들마저 흘러가는 풍경으로 보인다.

장터에서 엄마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내 고향에 두고 온

당산나무 그늘에서 곰방대를 빨던 외동할매를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장터에 있는 방앗간에 가면 그 지역에서 일어난 애경사가 깨알처럼 쏟아진다.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평상에 앉은 할매들 앞으로 참깨바구니가 줄지어 서있다.

저 깨알 속에는 가장 먼저 햇빛을 받은 놈도 있을 것이고,

한풀이한 여인네 작대기에 혼쭐난 놈들도 있을 것이다.

의령 산다 마을에서 온 박씨할매는

장날마다 이래 놀마 올매나 좋겠노, 빨리 가실이 가뿌마 좋겄다.

니는 연락도 없는 그노무 자슥한테 참지럼은 뭐한다고 보내삿노?”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밭에서나 장에서나 오로지 자식들 생각으로 살아가는 엄마들이다.

재산이랄 것도 없는 논밭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명절 때도

찾아오지 않은 자식에게 보낼 참기름이 방울방울 흘러내리자,

방앗간 주인에게 우리 막딩이 줄거구마, 새 병에 단디 담으소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
2013 경남 의령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