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서오릉에서 만난 역사산책,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
가을날 서오릉에서 만난 역사산책,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0.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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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오릉 가을애 공연 성료, 조선왕릉 히스토리텔링시리즈

“서오릉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창릉이 나옵니다. 창릉의 주인공은 예종과 안순왕후입니다. 예종은 아버지 세조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깊은 슬픔 속에서 새 왕으로 즉위하죠. 효심이 지극했던 예종은 재위 기간에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않은 채, 세조가 다하지 못했던 여러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세종 영릉의 여주 천장, 경국대전 편찬 등 업무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맙니다”

▲길놀이(사진=고양 서오릉)
▲길놀이(사진=고양 서오릉)

가을 단풍이 절정인 지난 20일 고양 서오릉 재실 앞마당을 가득 메운 관람객이 무대를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스토리텔러로 출연한 강민숙 서오릉 해설사(65세,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대사하는 장면이다.

이 공연은  ‘2019 서오릉 가을애(愛)’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서부지구관리소(소장 심동준)가 매년 가을 서오릉에 모셔진 왕과 왕비의 일생을 소개하는 공연으로 조선왕릉 서오릉의 대표적 문화행사다. 

▲조선왕릉 히스토리텔링 시리즈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 작품(사진=고양 서오릉)
▲조선왕릉 히스토리텔링 시리즈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 작품(사진=고양 서오릉)

사적 제198호 ‘고양 서오릉’은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조선왕릉으로 5기의 능과 3기의 원‧묘가 모셔진 문화유산이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이다.

서오릉 가을애 공연은 2016년 명릉(숙종과 인현왕후‧인원왕후)을 시작으로 2017년 경릉(추존 덕종과 소혜왕후), 2018년 홍릉(영조비 정성왕후)의 이야기를 다뤘다.

▲궁중정재 아박무(사진=고양 서오릉)
▲궁중정재 아박무(사진=고양 서오릉)

올해는 창릉의 주인공인 조선 제8대 국왕 예종과 두 번째 왕비 안순왕후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궁중극을 선보였다.

㈜헤리티지프로젝트(대표이사 이지은)가 기획하고 페스티벌컬러링랩(총괄디렉터 이창근)이 제작한  조선왕릉 히스토리텔링(History+Storytelling) 시리즈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이다.

▲창작무용 '우리 만나다'(사진=고양 서오릉)
▲창작무용 '우리 만나다'(사진=고양 서오릉)

조선왕릉 히스토리텔링 시리즈는 문화유산의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 인물의 메시지와 그 속에 담긴 교훈을 재해석하여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으로 올해 공연은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을 주제로 수양대군(세조)의 둘째 아들이었던 예종의 어린 시절부터 안순왕후와의 만남과 짧은 재위 기간이었지만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궁중잔치 형식으로 연출했다.

▲창작무용 '그리움 속에 핀 꿈'(사진=고양 서오릉)
▲창작무용 '그리움 속에 핀 꿈'(사진=고양 서오릉)

1장 궁에 들어가다, 2장 태평성대를 누리다, 3장 그리움 그리고 꿈, 4장 만민화합을 이루다로 구성된 궁중극은 백정원 KBS 아나운서의 해설로 그들의 업적과 일생을 이야기했다. 궁중잔치의 춤, 창작무용과 연주, 대사로 예종과 안순왕후의 마음을 표현했으며,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관객들에게 고뇌와 사랑의 내러티브가 담긴 감정 묘사와 태평성대와 만민화합의 드라마로 전했다. 이어진 풍물과 버나, 줄타기로 서오릉을 찾은 방문객에게 신명나는 궁중잔치의 향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은 김영숙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전수교육조교의 예술감독으로 권재현 서울 성동구 축제위원회 위원장이 대본‧연출을, 이미주 한국춤협회 감사가 안무를 맡았으며, 정재연구회, 화동정재예술단, 풍류앙상블 한, 정동예술단의 예술가들이 조선시대로의 타임머신에 관객과 동행했다.

▲서오릉 가을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사진=고양 서오릉)
▲서오릉 가을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사진=고양 서오릉)

대본과 연출을 맡은 권재현 감독은 “예종과 안순왕후의 꿈은 백성을 위한 효의 실천”이라며 “예종과 안순왕후의 만남부터 짧은 재위 기간이었지만 그들의 생각과 감정,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서오릉 가을애를 주관한 심동준 조선왕릉서부지구관리소장은 “앞으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서오릉을 국민 누구나 더욱 친근하게 느끼고 즐겨 찾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중정재 무고(사진=고양 서오릉)
▲궁중정재 무고(사진=고양 서오릉)

한편, 조선왕릉은 2009년 6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올해로 등재 10주년을 맞이했다.

2014년 6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5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포럼에서 「역사문화공간으로서의 조선왕릉 활용 방안」 발제를 맡은 당시 박양우 중앙대 교수는 “앞으로 조선왕릉 활용사업에 대한 예산 규모의 확대, 왕릉의 독특한 콘텐츠 개발, 산업적 활용사업의 개발, 온라인과 디지털 융합사업 개발, 조선왕릉 활용을 위한 새로운 중장기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궁중줄타기(사진=고양 서오릉)
▲궁중줄타기(사진=고양 서오릉)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조선시대 궁궐과 왕릉의 효율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하여 기존 궁·능의 수리ㆍ복원 업무와 활용 업무로 이원화해 운영하던 조직을 통합하여 문화재청 소속 책임운영기관인 궁능유적본부를 신설, 출범시켰다. 이어 7월에는 궁·능에 담긴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문화유산서비스기관으로 ‘2019-2023 궁능유적본부 중장기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궁·능의 가치 재창출을 통해 국민들이 향유하는 역사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 궁궐과 조선왕릉의 미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