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어서와! 살아있는 조선은 처음이지?’ 현대와 과거가 만나는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현장에서]‘어서와! 살아있는 조선은 처음이지?’ 현대와 과거가 만나는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9.10.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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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순천낙안읍성일대에서 다채롭게 펼쳐져

땅이 기름지고 곡식이 많아 백성들이 편안하다는 낙안(樂安)읍성에서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가 열렸다. 순천시와 낙안읍성보존회,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 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하고 주관한 26회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순천낙안읍성 일대에서 열렸다.

낙안읍성의 수문장교대식 모습 Ⓒ정영신
축제 첫날인18일 오전, 낙안읍성의 수문장교대식 모습 Ⓒ정영신

올해 축제 주제는 '어서와! 살아있는 조선은 처음이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첫발걸음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문화와 함께 600년 동안 전승되고, 보존되어 내려온 낙안읍성의 놀이문화를 원형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광객을 맞았다.

낙안읍성의 전경 Ⓒ정영신
낙안읍성의 전경 Ⓒ정영신

개막을 앞둔 전야 행사가 열린 18일은 낙안읍성 수문장교대식으로 시작되었다. 수문장은 조선시대 궁궐 문을 지키는 책임자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근무를 교대하며 왕실을 호위했다. 지금도 우리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주말이면 낙안읍성 동문에서 수문장 교대식을 진행한다고 한다. 조선시대 의장을 그대로 재현해 우리문화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줬다.

낙안읍성의 수문장 교대식 Ⓒ정영신
낙안읍성의 수문장 교대식 Ⓒ정영신

첫날인 18일에는 이순신장군 나무신목제 살풀이가 새롭게 등장해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이순신 장군신목제는 초를 키워서 신을 부르고, 향을 펴서 신을 달래는 의식이라며 축관인 송갑득선생께서 분향강신을 진행하고 축문을 낭독하기 시작됐다.

축관인 송갑득선생께서 축문을 낭독하는 모습 Ⓒ정영신
축관인 송갑득선생이 축문을 낭독하는 모습 Ⓒ정영신

이순신장군의 장군목은 둘레가 16m나 되는 푸조나무(팽나무). 이순신장군이 정유재란때 전라좌수영에 복직하여 각 고을을 순회 방문했다고 한다. 마침 이순신장군이 왜구들에 의해 폐허가 되다시피 한 성내를 돌아보고, 백성들을 위로하며 전쟁은 사람이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고 하면서 당시 10년쯤 되는 푸조나무를 심고, 해전에서 승리하여 나라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늘에 국원을 기원하는 제를 이순신장군이 올렸다는 전설은 지금도 낙안읍성주민들의 자랑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이순신장군목인 푸조나무 Ⓒ정영신
이순신장군목인 푸조나무 Ⓒ정영신

낙안읍성 사람들은 푸조나무가 이순신장군에게 절 받고, 술 얻어먹은 나무라며 장군목을 향해 자신의 소원을 빈다고 한다. 이날 이순신나무 신목제를 올리며 낙안읍성 주민들은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의 혼이 담겨있는 이순신장군나무를 이순신장군과 같이 영접 드리면서 세세연년 낙안읍성 마을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이 내리길 바라며 정성스럽게 마련한 제를 올립니다고 제문을 읽었다.

푸조나무에 제를 지내는 모습 Ⓒ정영신
푸조나무에 제를 지내는 모습 Ⓒ정영신

제가 끝나고 무용가 조은진씨의 살풀이춤이 이어졌다. 느리고 잔잔하지만 강인하고, 섬세한 춤사위는 이순신장군의 신을 영접하는 듯, 그녀의 춤사위는 장군목뿐만 아니라 낙안읍성 축제장에 고즈넉한 울림을 줬다. 하얀 수건이 나풀거릴 때마다 낙안읍성의 운명을 한 겹 한 겹 풀어내듯, 사뿐사뿐 살포시 내딛는 발걸음이 절절했다. 그 한()이 담긴 애절한 가락의 멋에 흥을 느꼈다.

조은진씨의 살풀이춤 Ⓒ정영신
조은진씨의 살풀이춤 Ⓒ정영신

순천조계산 끝자락에 자리한 낙안읍성은 시간이 멈춘 마을이다. 야트막한 산이 감싸고 있는 마을에는 옹기종기 모인 초가 사이로 아름다운 돌담이 이어져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역사드라마촬영장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인위적으로 재현된 민속촌이나 양반들의 기와고택은 전국 곳곳에 있지만 초가집으로 마을을 이룬 곳은 별로 없다.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고스란히 유지된 곳은 낙안읍성에 따를 곳이 없다. 왜구의 침략에 의한 처참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박제화된 유적지가 아니라 실제주민이 거주하는 읍성으로 보존이 잘 돼있다.

풍물놀이로 흥을 돋우는 모습 Ⓒ정영신
풍물놀이로 흥을 돋우는 모습 Ⓒ정영신

400년이라는 긴 세월의 역사가 깃든 낙안읍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에 있다. 필자는 30여 년 동안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녀 지역축제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번 26회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는 다른 지역축제와는 차별성이 있어 좋았다. 지역 정체성을 망각한 채 비슷비슷한 축제들인데다,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그렇지만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는 과거를 살아낸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다.

장기를 두는 모습 Ⓒ정영신
장기를 두는 모습 Ⓒ정영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모습 Ⓒ정영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모습 Ⓒ정영신

장군복장을 한 여러 명의 장정들이 읍성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김빈길 장군을 찾아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관람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선물을 받아 가는 등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또한 놀이마당에서는 다양한 전통 무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김빈길 장군을 찾아라’라는 프로그램 Ⓒ정영신
‘김빈길 장군을 찾아라’라는 프로그램 Ⓒ정영신

이번축제에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문화와 함께 600동안 전승되고 보존돼 내려온 낙안읍성의 놀이문화를 원형그대로 복원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낙안읍성 유산으로는 조선시대 농경놀이인 낙안읍성 백중놀이’, ‘낙안읍성 큰 줄다리기’, ‘낙안읍성 성곽 쌓기가 전승되고 있다.

낙안읍성의 백중놀이 시연모습 Ⓒ정영신
낙안읍성의 백중놀이 시연모습 Ⓒ정영신

낙안읍성상설행사에는 제6회 전통향토음식 패스티벌, 순천농특산물장터, 낙안읍성 위인들 이야기- 낙안읍성 이야기전시회와 현악기 통깍기체험, 미니북, 미니장구만들기, 대금불기체험, 단소 만들기, 염색체험, 인절미 만들기, 메주 만들기체험, 한복체험, 전통무예체험, 전통무기체험, 매듭체험, 석궁체험, 낙안읍성 순례마차 체험 등 관람객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풍물패의 상모돌리기와 줄타기공연  Ⓒ정영신
풍물패의 상모돌리기와 줄타기공연 Ⓒ정영신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한국에 체류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가야금병창은 관람객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풍물패의 상모돌리기와 줄타기공연 등 흥겨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번에 보여준 낙안읍성백중놀이는 모심기부터 시작해 논매기 등 농경생활을 재현한 놀이다. 마지막논매기를 마치자 풍물로 한바탕 신바람을 일으키며, 일꾼 중 한사람을 소에 태워 흥겨운 길 굿이 펼쳐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들의 가야금병창  Ⓒ정영신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들의 가야금병창 Ⓒ정영신

이번백중놀이는 낙안읍성에 거주한 주민들이 시연해 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이번 백중놀이에 참여한 박씨(73)모다 다 아는 동네사람들끼리 헌게 영판 좋소야, 옛날에는 모심고 논매는 것이 큰 일이었는디, 시방은 고것을 놀이로 바꾼게 우덜이 잘허지라백중놀이는 농부들이 일손을 놓고 즐기며 화합하는 놀이문화다. 전국민속경연장에서 볼 수 있는 백중놀이를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에서 재현하여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는데, 우리선조의 생활문화를 공감할 수 있게 했다.

낙안읍성의 백중놀이 시연모습  Ⓒ정영신
낙안읍성의 백중놀이 시연모습 Ⓒ정영신

특히 이번축제는 관청주관축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낙안읍성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열었다고 한다. 우리전통문화의 멋으로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고,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심는 소중한 축제였다.

전통문화 시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정영신
전통문화 시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정영신

한편 이번축제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선물이 마련돼 관광객들의 눈과 손까지 즐겁게 했다.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이나 개량한복을 입고 오는 관람객은 무료입장의 특권(?)을 누렸다. 청홍백팀으로 나눠 힘겨루기를 한 줄다리기 참여자에게는 우리전통 놀이인 윷셋트가 선물로 주어져 두 배의 기쁨을 선사했다참여자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선사한  '김빈길 장군을 찾아라'와 '송만갑 명창을 찾아라'라는 게임도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내년에는 600여 년 전 조선시대로 돌아가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세밀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축제는 한층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낙안읍성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콘텐츠를 개발해 과거의 시간을 현대의 시간으로 호출하는, 살아있는 조선시대를 볼 수 있는 낙안읍성만의 ‘민속문화축제’를 기대한다

낙안읍성마을의 2005년의 돌담모습 Ⓒ정영신
낙안읍성마을 2005년의 돌담모습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