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무형문화재 지정 전면백지화 해야"…문화재청장 거짓 주장 논란
국감,"무형문화재 지정 전면백지화 해야"…문화재청장 거짓 주장 논란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0.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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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법무공단'에서도 중도 퇴장한 위원의 사전 동의는 '효력 없다'고 판단
규정에도 없고 효력도 없는 위임 강행, 운영지침에도 없는 방식으로 대상자 선정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위원들 스스로 '전문성 없음' 토로하기도
원점 재검토는 물론, 감사원 감사 통해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김재원 의원실은 지난 21일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예고, 원점 재검토하라!”며 당일 열린 문화재청 종합감사에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예고 의결의 문제점을 재차 제기했다.

4년전 양성옥씨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현자 태평무 보유자 후보. 
4년전 양성옥씨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현자 태평무 보유자 후보. 

 문화재청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회의장을 떠난 A위원이 위임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의결정족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실에 따르면 “위임장이라고 제출한 자료는 위임장이 아닌 내용도 없는 빈 의결서에 사전에 사인을 받은 것에 불과했다”고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김재원 의원의 지적이 있자 뒤늦게야 정부법무공단에 법률자문을 구했지만, 정부법무공단 역시 중도 퇴장한 위원의 사전 동의 효력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김 의원의 지적이 없었다면 효력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위임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됐을 수도 있는 일이다.

문화재청의 거짓 해명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1차 제출한 자료에서는 ‘회의장을 떠난 A위원이 승무 안건을 심의, 의결한 후 나머지 안건을 위임하고 이석했다’고 했지만, 이후 위임 문제가 제기되고 속기록 제출을 요구하자 13차 회의의 실제 진행순서는 ‘승무 심의→살풀이춤 심의→태평무 심의→승무 의결→태평무 의결→살풀이춤 의결→안건 별 의결서 서명’으로 진행됐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의결 방식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무형문화재 운영지침 제7조(의결)는 의결 방식은 위원장이 거수 또는 기명 투표 중에 선택하여 정하고, 투표 결과는 회의록에 수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의결은 거수 또는 기명이 아닌 무기명투표와 만장일치 합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의원실에서는 비공개 무기명 투표 후 만장일치의 합의로 의결한 사례를 요구했지만, 문화재청은 ‘관련 기록이 없어서 파악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의 자문을 받은 정부법무공단 역시 ‘해당 안건의 의결을 무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최종 해석하면서도, ‘운영지침 제7조 1항이 정하는 투표방법에 위반되었으므로 무효로 볼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도 적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회의 속기록을 보면 태평무 심사 당시 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하거나, 전문성의 부족을 실토하는 위원들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ooo 위원: “지정조사보고서라든지 이런 형식을 갖추지 않고 이렇게 하게 되면(중략)”
ooo 위원: “나중에 지정조사나 이런 것은 따로 그 다음에. 사실 o교수님 말씀이 맞죠. 그렇게 절차를 밟아야죠.” (시켜주자는 것이에요, 말자는 것이에요?) “아니라는 것이죠.”
ooo 위원: “무용 전문가들이 없어서… 우리가 전형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굵은 골격까지 다 부수면서 전형하는 것은 창작이죠.”
ooo 위원: “또 저희가 비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가 어려워서요.”

의원실은 “한마디로 규정에도 없는 위임, 지침과는 다른 방식의 의결, 문제점이 드러나자 뒤늦은 법률 자문 등 문화재위원회의 불투명한 운영과 문화재청의 잘못된 행정이 무용계의 반발과 갖은 의혹제기를 자초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의원은 “우리의 소중한 무형의 문화자산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예고 과정부터 논란과 잡음이 생기는 것은 문화재청의 책임이다.”며 “지금이라도 보유자 인정예고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