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대규모 기획展 광장, 과거ㆍ현재ㆍ미래를 보다
국현 대규모 기획展 광장, 과거ㆍ현재ㆍ미래를 보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10.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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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1부), 과천(2부), 서울(3부) 통합...450점 작품 선보여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기대하는 전환점 같은 전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과거를 기억해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한다면, 더 나은 미래로 나갈 힘을 갖는다. 한국역사와 미술사 회고의 의미를 담은, 희망찬 미래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MMCA, 이하 국현)에서 열리고 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현 개관 50주년을 맞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이하 광장)》展을 개최한다. 광장展은 시대별로 나누어 덕수궁(1부), 과천(2부), 서울(3부) 3관에서 각각의 주제와 시대 정서를 담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국현은 1969년 10월 20일 개관한 이후, 현재 지난 50년의 활동을 돌아보고 한국미술과 미술관이 나아갈 미래를 국민과 그리기 위해 기획됐다.

광장展은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그동안 한국 예술사에서 크게 조망되지 못한 부분의 발굴과 기념비적 의미를 지닌 작품 한 대 모은 데서 큰 의의가 있다. 

▲국현 덕수궁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모습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16일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윤범모 국현관장은 전시에 관해 “20세기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미술은 어떻게 대응하고 역사는 어떤 방식으로 해석했는지, 그 영광을 작가는 어떻게 이뤘는지 결과물로 보여줄 것”이라며 “현대사가 미술관에 담겨있을 것이다. 덕수궁, 서울관, 과천관에서 동시에 열리는 대규모 전시로 20세기 격동의 역사를 압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장展은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기대하는 전환점 같은 전시”라고 강조했다.

광장展은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190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외 290명 450점 작품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전시다. 3부인 서울관 전시는 지난달 7일 개막했으며, 1부와 2부는 지난 17일 동시 개막했다.

광장展 덕수궁(1부), 한국전쟁부터 현재

국현 덕수궁관 전시, 광장 1부는 1900~1950년의 시기를 다룬다.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덕수궁 전시에 관해 “역사를 기본 축에 넣고 , 미술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피는 전시다”라고 설명했다.

▲채용신, 전우초상

19세기 말 개화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에서 ‘의로움’의 전통을 지켰던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유산을 살핀다. 전시구성은 크게 義ㆍ藝ㆍ衆ㆍ線으로 “의로운 이들의 기록”ㆍ“예술과 계몽”ㆍ“민중의 소리”ㆍ“조선의 마음”을 키워드로 한다.

▲의병들이 사용했던 장총 및 의병도

이번 전시의의는 “문학, 국사, 한국국어 교과서에 나온 작품이 많고, 말로만 듣던 작품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당연히 알아야 하는 역사이고 예술가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부분은 재확인하는 기회다. 온 국민이 꼭 봐야 하는 전시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쾌대의 군상시리즈를 덕수궁관에서 선보인다

전시는 오세창, 채용신, 안중식, 김용준, 김환기, 이쾌대 등 80여 명 작가의 130여 점 작품과 19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의병 출신 화가로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사군자를 그린 박기정(1874∼1949)의 12폭 병풍 '설중매' 등과 의병들이 사용했던 장총과 의병도 등 의병 운동을 기억하게 하는 전시품, 또한 한국 미술사의 계보를 한 공간에서 살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 소년 원 판화, 별나라 잡지 등과 일제강점기 고유의 미학을 작가로 거론된 최재덕 '한강의 포풀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 등 전시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광장展 과천(2부), 한국전쟁부터 현재

과천에서 열리는 전시, 광장 2부는 한국전쟁부터 현재까지 예술이 삶과 의미를 모색,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한국 사회와 광장의 의미를 찾는다.

▲ '광장' 2부 과천 전시장 중앙홀에는 최병수가 1987년 그린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가 걸려있다

‘전쟁과 애도’,‘혁명과 열정’,‘치유와 공존’ 등의 주제어를 통해 미술관 소장품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작품들로 각 시대를 새롭게 해석한다.

미술관의 중앙홀은 최병수의 대형 걸개 작품 '한열이를 살려내라'가 걸려있다. 1970-80년대 당시 억압적인 정치 현실에서 시위가 진행되던 공간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점이 인상 깊다. 중앙홀 아래는 이한열 열사의 신발(타이거) 한 짝과 외국 사진기자를 광주까지 데려간 '택시'도 선보여 80년대 '광장 시위'를 재현했다.

▲오윤의 '칼의 노래'

박수경 학예연구관 광장 전에 관해 “국현 공공미술관으로서 모든 사람이 와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컨셉으로 기획했다”라며 “작가들과 작가들의 사회성, 예술가들이 이를 예술로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살핀다”라고 말했다.

▲가뭄 빛 바다 part에서 88올림픽 관련 실크스크린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최훈 선생의 1961년대 소설 광장에서 전시 모티브로 가져왔다. 소설 내에 7개 주제는 동시대의 문화, 사회사 관점의 조언에서 통해 따온 것”이라며 “광장은 모든 사람이 모이고, 모든 사람이 가고자 했다. '광장'소설이 전시를 기획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소설 내에 나오는 검은, 해ㆍ한길ㆍ회색 동굴ㆍ시린 불꽃ㆍ푸른 사막ㆍ가뭄 빛 바다ㆍ하얀 새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시에선 변월룡,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서도호, 이불,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200명의 작품 300점을 만나 볼 수 있으며, 자료 200여 점도 선보인다.

▲박수경 학예연구관이 '콜트 콜텍'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설명하는 모습

특히 동백림사건으로 수감된 윤이상,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작곡한 '이마주(image)'(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과 최초 공개되는 오윤의 1980년대 걸개그림 3점도 주목할 만하다.

광장展 서울관(3부), 지금 현재 2019년

서울관에서 열리는 광장展 3부은 2019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 서울관 광장전 전시모습

이사빈 학예사는 “나에게 광장은 연대와 희망의 공간이기보단 분란과 혼돈의 공간으로 외면하고 싶은 곳이었다”라고 고백하며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른 존재인가? 공동체란 무엇인가? 라는 2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을 움직인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와 상황을 살핀다.

오형근, 송성진, 함양아, 홍승혜, 에릭 보들레르, 날리니 말라니 등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의 전시 및 공연, 온라인 공간, 단편소설집 등 미술관 안팎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펼쳐진다.

광장 연계한 다원 예술은 광장 3부 전시와 주제를 공유하여, ‘동시대 광장’의 의미와 역할을 질문하는 다원예술 작품 내년 2월까지 선보인다.

▲소설가 7명가 '광장'을 주제로한 단편 소설집을 집필했다

한편 소설가 7명(윤이형, 박솔뫼, 김혜진, 이상우, 김사과, 이장욱, 김초엽)이 전시를 위해 ‘광장’을 주제로 집필한 단편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 『광장』(워크룸프레스)이 출간됐다. 전시장에 들른 관람객들은 출간된 책을 볼 수 있다.

국현 서울관 광장3부에서 전시중인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1.0, 2018-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방대한 주제의 수많은 작품을 오랜 기간 선보이는 만큼, 여러 차례 미술관을 방문해 역사적 의미와 작품의 가치를 되새기길 추천한다.

덕수궁과 서울관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과천관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열린다. 전시와 연계한 학술 세미나는 다음 달 13일 개최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