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미술관 '조환' 초대展, 철판으로 빗는 동양적 미학
포스코미술관 '조환' 초대展, 철판으로 빗는 동양적 미학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10.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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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을 자르고 용접해 완성, 벽에 비추는 그림자까지도 작품...30여점 선보여

포스코미술관 기획 초대전 <조환>을 오는 30일부터 내달 26일까지 개최한다.

철판을 이용한 사군자 산수 등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작가로 잘 알려진 조환(1958~)의 조각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철판을 자르고 용접해 사군자의 형상을 빚어낸 ‘철판 산수’를 만날 수 있다.

▲조환,untitled_steel, polyurethane,303x270x10cm 2019(트리밍)(사진=포스코미술관)

철판 작업에 대해 조환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노자의 말을 인용해 “ ‘회오리바람은 아침나절 잠깐이요(飄風不終朝), 소나기는 하루 내내 내리지 않는다(驟雨不終日)’. 노자의 말은 그 둘레가 넓다”하며 “내 편한 대로 억지를 부려 견강부회하자면 이렇다.‘ 의도적인 조작을 삼가자. 자연 그대로의 변화를 받아들이자. 무위 본성에 따라 만물이 운동하고 변화할진대 그것의 자기 전개에 공감하지 않고 어찌 배길 것이냐. 세상에 고착화된 불변이란 없다”라고 설명했다.

철판 이전의 작업에서 관해선 “민중을 축에 놓고 역사와 사회가 만든 역학 속에서 그들 삶의 양태를 종이에 모필과 수묵으로 특정한 상황이나 구체적 사건 또는 유의미한 풍경을 표출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작업을 이어가며 삶이 녹녹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조환,untitled_steel, polyurethane,230x120x10cm 2019(사진=포스코미술관)

한편 동아대학교 김승호 교수는 조 작가의 작업에 관해 “전통 한국화에서 먹으로 그리고 썼던 행위가 붓으로 그려져 도시 풍경, 인물, 산수, 사군자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면, 소나무와 대나무의 구조를 철로 만든다. 불에 덴 흔적이 배인 손과 발은 집요한 노동의 행위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철판을 자르고, 오려낸 철판 조각을 두드리기와 붙이기, 그것을 도장하기와 조합하기, 부분적인 생산에서 전시에 설치되기까지 관통하는 노동 행위는 집약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지를 대체한 철판, 붓을 대체한 용접기/망치, 먹을 대체한 도장, 이미지를 대체한 부조 형상이 출현했다. 그리하여 개별성에서 군집으로, 가상에서 실존으로, 시각에서 촉각으로의 전환, 나아가서는 장르에서 미술의 근원으로의 복귀마저 실현되었다”라고 평했다.

▲조환,untitled_steel, polyurethane,244x88x3cm 2019(사진=포스코미술관)

조 작가가의 작업과정과 작품에 관해 “미적 전략이자 삶을 위한 노동과 직관적 행위의 호환이 자유롭다. 마치, 형상들이 각기 다르듯이, 그의 집약적 노동 행위는 사전에 정해지지 않는다. 소나무의 이파리, 대나무의 이파리, 마치 서예의 획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부분과 전체의 맥락이 수시로 변하는 유연성마저 요구하여 노동의 행위를 관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라고 설명했다.

조환 작가가 노동 행위로 빚어낸 철 나무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할까? 전시 개막식은 오는 30일 17시 포스코미술관 內에서 열린다.

전시는 일요일/공휴일 휴관이며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센터 B1 포스코미술관 다음달 26일까지 24일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자세한 전시 내용은 포스코미술관 홈페이지(http://www.poscoartmuseum.org/)에서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