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붉은선비'는 올해 대표 공연"…'인면조' 미술감독 제작 참여
국립국악원, "'붉은선비'는 올해 대표 공연"…'인면조' 미술감독 제작 참여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0.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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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붉은선비'는 올해 대표 공연"…함경도 산천굿 신화, 최초로 무대에 올려
오는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예악당서 공연

“한 나라의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는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연시장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소재, 다양한 작품과 문화를 당대 관객들에게 어떻게 선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붉은선비> 이종석 연출)

▲지난 23일 열린 ‘붉은선비’ 제작발표회(사진=국립국악원)

함경도 ‘산천굿’에 담긴 신화를 소재로 국악과 뮤지컬이 만난 <붉은선비> 공연이 오는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신화를 만난 국악판타지 <붉은선비>는 국립국악원이 한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전통 예술을 접목시켜 관객들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소개하고 국악을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2년 전부터 기획한 공연이다.

지난 23일 오후 2시에는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제작 발표회를 갖고 작품 소개와 함께 제작진과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제작 방향과 배역 소개, 출연 소감 등을 전했다.

함경도 산천굿 관련 신화 ‘붉은선비와 영산각시’ 첫 무대화

이날 간담회에서 이종석 연출은 “우리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나서 재생산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우리가 갖는 의무감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음악과 춤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유배되지 않고, 한 시대 상황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열린 ‘붉은선비’ 제작발표회에서 이종석 연출(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립국악원)

강보람 작가는 “‘산천굿’에 자연과 인간의 화해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것들을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로 그칠 게 아니라 되살리려 했다. 어떻게 하면 오늘날 현재의 이야기로 우리 시대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늘날의 자연 소재인 환경문제들을 가져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데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소재가 된 함경도 ‘산천굿’은 함흥지방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는 ‘망묵굿’에서 행하는 굿거리 중 하나로, 이때 불리는 무가가 ‘붉은선비와 영산각시’라는 무속 신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함경도의 굿과 신화가 공연물로 제작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를 만난 국악판타지 ‘붉은선비’ (사진=국립국악원)

글공부를 하던 붉은선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켜야 하는 네 가지 금기에 대해 듣게 되는데, 산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금기를 모두 어기게 된다. 그로인해 용으로 승천하는데 실패한 대망신(大亡神)이 붉은선비를 잡아먹으려 하자, 붉은 선비의 아내 영산각시가 기지를 발휘하여 대망신을 물리친다. 그 시신을 불태워 재를 팔도에 뿌리니 백두산, 금강산, 삼각산 등 팔도명산이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산천에 굿을 올려 길복을 얻게 한다는 이야기다. 

▲신화를 만난 국악판타지 '붉은선비'(사진=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은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그린 신화 ‘붉은선비와 영산각시’ 가 지닌 고유의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국악과 무용을 가미해 최근 대두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인면조’ 임충일 감독 등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 주역들 제작진 참여

한편 이번 작품을 위해 국립국악원은 국악과 전통무용 자원과 뮤지컬 장르의 협업을 시도한다. 총연출에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풍월주’, ‘청 이야기’ 등의 연출로 뮤지컬 제작 경험이 풍부한 이종석 연출(서경대 교수)이 참여하게 되면서 작품 제작의 첫 발을 내딛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화제가 된 '인면조'를 제작한 임충일 미술감독(사진=국립국악원)

함께 참여하는 제작진으로는 전통문화를 품격있고 세련된 이미지로 현대화 하는데 성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페럴림픽의 주역들이 대거 투입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작가인 강보람 작가가 대본을 맡았고,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과 평창동계패럴림픽의 개폐회식 음악을 맡았던 이지수 감독이 음악감독으로 합류했다. 미술감독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미술감독을 맡아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인면조’를 제작한 임충일 감독이 참여했다.

1역 2인 독특한 캐스팅 구성…국립국악원 단원 직접 무대 올라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 구성에도 힘을 실었다. 국립국악원의 대표공연답게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4개 악단이 모두 참여하고, 수준 높은 소리와 무용으로 깊이 있는 국악을 전하기 위해 출연진 모두가 객원 없이 국립국악원 단원으로 구성됐다. 또한 주요 출연진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정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붉은선비인 ‘지홍’과 영산각시인 ‘영산’역은 이승과 저승의 역할로 구분해 출연진을 구성한 점이 흥미롭다. 

▲신화를 만난 국악판타지 '붉은선비'(사진=국립국악원)

이승에서는 노래를 하는 ‘얼’로 저승에서는 춤을 추는 ‘넋’으로 구분해 ‘지홍’과 ‘영산’은 각각 1역 2인으로 배치했고, 영산은 더블캐스팅으로 구성했다. 지홍의 ‘얼’ 역할은 이동영(정악단)이, ‘넋’은 김청우(무용단)가 맡았고, 영산의 ‘얼’은 김세윤(민속악단)과 위희경(민속악단)이, ‘넋’에는 이주리(무용단)와 이하경(무용단)이 각각 선정됐다.

저승에서 지홍과 함께 판타지 공간을 동행하는 ‘흰 사슴’과 저승길을 안내하는 ‘문지기’, 현실 공간에서 망자를 위로하는 ‘무당’과 판타지 공간을 창으로 표현하는 ‘물과 불의 소리’역도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역으로 공연의 빛을 더할 예정이다. 흰 사슴역에는 천주미(민속악단), 문지기역에는 박영승(창작악단), 무당역에는 장효선(민속악단), 물과 불의 소리역에는 양명희(민속악단)이 각각 맡았다.

▲(포스터=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붉은 선비>는 오는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주중 20시, 주말 15시에 무대에 오르며, 공연 예매는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 전화(02-580-3300)로 가능하다. ■문의 02-580-3300, S석 5만원, A석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