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의 다이내믹한 사랑과 전쟁, 국립발레단 창작 신작 '호이 랑'
'랑'의 다이내믹한 사랑과 전쟁, 국립발레단 창작 신작 '호이 랑'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1.0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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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2019년 신작 전막 창작발레 '호이 랑' 공연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호이 랑>을 통해 ‘발레’라는 서양의 춤과 동양의 감성과 미가 어우러져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의 관객이 함께 즐기며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호두까기인형>과 같이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동화책 같은 따뜻한 발레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립발레단)

▲지난 10월 30일 열린 국립발레단 '호이 랑' 기자간담회에서 강수진 예술감독(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이 한국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 <호이 랑(안무 강효형)>을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호이 랑>은 국립발레단 제181회 정기공연으로 2019년 창작발레 신작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국립발레단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전막 창작발레로 기대를 모은다.

이 작품은 대한제국 시대의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을 더한 대서사 발레극이다. 노쇠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공을 세우는 소녀 ‘랑’의 효심과 사랑을 그린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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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 랑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

지난 5월 국립발레단 창단 이래 최초로 서울이 아닌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신작을 발표했으며, 세계 초연을 올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이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발레단은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오면서 한국의 발레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2000년 독립적인 재단법인 체제를 갖추며 선보인 첫 전막 창작발레 <왕자 호동(안무 문병남, 2009)>과 2017년 조선중기 활약한 시인 ‘허난설헌’의 일생을 그린 <허난설헌-수월경화(안무 강효형)>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세 번째로 선보이는 한국적 소재를 다룬 작품 <호이 랑>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지난 여수 초연 당시 한국에서 발레판 <뮬란>을 재탄생 시켰다는 호평을 들었으며, 대한민국 창작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열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 호이 랑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

<호이 랑>의 내용은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고 있으나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 등은 극에 맞춰 재구성됐다. 《일사유사》 속 부랑은 ‘랑’으로, 정순신은 ‘정’, 이괄은 ‘반’이라는 인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는 랑, 훈련에 뒤처지는 랑을 감싸주는 따뜻한 군의 사령관 정, 정을 질투하며 1인자로의 도약을 노리는 반의 질투와 반란이 치밀하게 구성됐다.

작품 <호이 랑>은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또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속에 전쟁신과 반란군의 질투와 배신 등의 요소를 첨가해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 호이 랑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
▲ 호이 랑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

이 밖에도 순수하고 행복한 소녀 랑이 아버지를 위해 군대에 들어가기로 결의를 다지며, 여성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긴 머리를 힘껏 묶어 올리는 장면, 군에 들어간 랑이 남성 동료들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해 훈련하는 장면, 본인의 노력으로 승리한 전쟁의 결투장면 등에서는 무용수들의 강인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군대와 전쟁터 등이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인 만큼 <호이 랑>은 일반적으로 ‘발레’하면 떠오르는 아름답고 가냘픈 여성 발레리나의 모습이 아닌 스태미나 넘치는 남성 군무진들의 춤과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는 토슈즈를 신고 남성 무용수들과 동일하게 춤을 추는 여성 주역무용수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무대에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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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이 랑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

발레 무대에서 주역 여성무용수의 역할은 극의 성공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주인공 ‘랑’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이 랑>에서 여성 주역무용수의 역할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남성 군무와 동일한 춤을 추는 장면이 많은 만큼 강한 체력은 필수이며, 그 강인함 속에 여성의 섬세함과 소녀의 순수함도 함께 연기할 수 있어야 작품 <호이 랑>의 타이틀 롤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3명의 ‘랑’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박슬기, 신승원, 박예은 무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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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이 랑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

<호이 랑>안무는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이자 안무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효형이 맡았다. 또한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아름 작가와 베테랑 연출가 서재형이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을 맡아 <호이 랑>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승호 디자이너가 무대연출을 맡았고, 의상·소품에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조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등 세계의 무용수와 안무가들과 협업을 이뤄 온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참여했다. 또한 다수의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에서 활동하는 조명 디자이너 고희선, 영상제작에는 김장연이 참여했다. 홍보에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잡다한컷》 등으로 약 20만 명의 팬과 팔로워를 보유한 양경수 작가가 참여했으며 ‘웹툰’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어떤 효과를 낼지 주목할 만하다. ■예매:예술의전당 02-580-1300 sac.or.kr, 인터파크 티켓 1544-1555 ticket.interpark.com, 1층석 5만원 / 2층석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