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성료…근대 전통공연예술 기원, 한성준·심정순家 재조명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성료…근대 전통공연예술 기원, 한성준·심정순家 재조명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1.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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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전통가무악의 거장, 한성준·심정순가(家) 예술혼 반추
‘한성준예술상 수상자’ 정승희 교수, 최고 기량의 제자들과 꾸민 춤무대 갈채받아
‘세계적 무희’, 최승희의 신무용 명작 재안무로 관심 집중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회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연낙재가 주최하는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이 2019년 10월 29일, 30일 양일간 남산 서울국악당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은 “근대 전통공연예술의 기원, 한성준·심정순가(家)”를 타이틀로 중고제 전통가무악의 거장 한성준·심정순가(家)의 업적과 예술혼을 반추하는 공연 및 학술행사로 구성되었다. 이미 지난 8월 3일, 중고제의 고장 충남 서산에서 심정순-심화영을 반추하는 공연과 학술세미나가 지역민의 깊은 관심 속에 개최된 바 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우리 춤의 맥·혼·몸짓”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사진=연낙재)

29일, ‘한성준예술상 수상자 초청공연’은 개막전부터 수상자인 정승희 선생이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崔承喜 1911~1969)의 1930년대 신무용 명작을 재안무하여 선보인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일 공연에는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으며, 입장하지 못해 되돌아간 관객도 수십 명에 달했다. 제1부 초청공연에서는, 한성준-한영숙-정승희로 이어지는 중고제 전통춤인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를 정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를 비롯 염현주 세한대 교수 그리고 최고 기량을 자랑하는 한예종 무용원 출신 제자들이 출연하여 주목을 끌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근대 전통공연예술의 기원, 한성준·심정순가(家)”한성준예술상 수상자 초청공연 “정승희의 춤_ 전통, 근대 그리고 오늘의 춤” 무대에서 ‘살풀이춤’을 추는 정승희 선생(사진=연낙재)

이어 근대 신무용의 대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최승희의 ‘초립동’, ‘가무보살’, ‘에헤야 노아라’ 등이 무대에 올랐다. 윤호정, 조재혁, 정민영 등 3인무로 선보인 ‘초립동’은 낙천적이고 해학적인 풍경을 넉살스럽게 표현해 갈채를 받았다. 수려한 외모와 특유의 아우라로 무대를 장악한 최현정의 ‘가무보살’은 정중동의 미학이 돋보였고, 장혜림의 ‘에헤야 노아라’는 흥과 신명이 넘쳐났다.

20세기 한국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는 최승희는 ‘세계적 무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신무용의 대가 최승희의 원작을 토대로 정승희 교수가 재안무한 ‘가무보살’, ‘에헤야 노아라’는 이번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에서 첫 재안무로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에헤야 노아라’는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의 음악고증과 1930년대 취입한 중고제 국악명인 한성준·심상건(심정순의 조카)의 기악합주가 수록된 고음반 음원 제공으로 재안무되어 의미를 더한다. 이들 작품은 서양 모던댄스에서 출발한 최승희가 중고제 국악명인 한성준에게 입문하여 전통춤을 체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롭다.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한성준예술상 수상자 초청공연에서 선보인 ‘초립동’(사진=연낙재)

제2부는 유영대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제5회 한성준예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복희 한양대 명예교수의 심사보고에 이어, 시상은 문화예술행정·정책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예술행정의 대부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가 맡았다. “한성준-한영숙으로 이어지는 중고제 전통춤 예맥의 본류로서 그 미학적 전통을 충실히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일평생 교육 현장에서 창작과 우리 춤의 메소드 및 이론연구를 통해 춤아카데미즘을 견인하고 한국춤의 위상 정립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선정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5회 한성준예술상 시상식. 시상을 맡은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좌)와 수상 자인 정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우)(사진=연낙재)

30일은 “우리 춤의 맥·혼·몸짓” 무대로 마련되었다.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의 대표작을 중견무용가들의 몸짓으로 펼쳐냈다. 근대 전통가무악의 거장 한성준의 춤맥을 재발견하는 무대로 한성준과 그 후속세대로 이어지는 중고제 전통춤의 예맥을 되짚어보는 뜻깊은 무대였다. 

한성준에서 강선영으로 이어진 ‘태평무’를 임현선 대전대 명예교수가, 한영숙으로 계승된 태평무를 최경자 국립국악원무용단 지도단원이 선보였다. 윤덕경 서원대 명예교수는 한성준-김보남-신관철로 이어지는 ‘수건춤’을 5인무로 꾸몄다. 이어 김충한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성준-한영숙-정재만으로 이어지는 훈령무를 역동적이고 기개있는 춤사위로 펼쳐내 시선을 모았다.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한성준예술상 수상자 초청공연”에서 선보인 ‘가무보살’(최현정)(사진=연낙재)

이정희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64호 경기도당굿시나위춤보존회장은 경기도당굿에서 파생된 ‘도살풀이춤’을 원형의 장단과 춤사위로 풀어냈고, 화성재인청 계열의 이동안 ‘진쇠춤’을 김기화 국립한체대 연구교수가 선보였다. 김삼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허튼춤’과 계현순 전 국립국악원무용단 예술감독의 ‘살풀이’는 특정 계보를 따르기 보다는 독자적 춤세계를 정립해가는 시도로서 주목되었다. 마지막 무대는 농악의 부포놀이를 양식화한 방승환 전통타악연구소장과 그의 제자들이 출연하여 흥과 신명을 선사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 한성준예술상 시상식 및 공연에는 문화예술계를 비롯 학계, 무용계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화제를 낳았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 이진배 전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이애주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를 비롯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조흥동 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숙자 한성대 명예교수, 최청자 세종대 명예교수, 박명숙 성남문화재단 대표,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등이 참석했다.

▲제6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한성준예술상 수상자 초청공연”에 선보인 ‘에헤야 노아라’(장혜림)(사진=연낙재)

 또 이상일 성균관대 명예교수, 양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태주 단국대 명예교수, 정상박 동아대 명예교수, 윤광봉 히로시마대 명예교수, 김복희 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화숙 전 국립현대무용단 이사장, 하정애 신라대 명예교수, 유옥재 강원대 명예교수, 임학선 성균관대 석좌교수,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오율자 한양대 명예교수, 양선희 세종대 명예교수, 윤덕경 서원대 명예교수, 허묘연 전 서울사이버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그밖에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 이진원·전지영·박은영·한명옥·전수환·안덕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유영대 고려대 교수, 성호경 우계문화재단 이사장,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대표, 박윤초 국악인, 정인삼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6호 경기고깔소고춤 예능보유자, 김근희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 예능보유자, 김광숙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8호 예기무 예능보유자, 김명자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전수조교, 채상묵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장광열·김영희 무용평론가 등 문화예술계 및 무용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제5회 한성준예술상 시상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사진=연낙재)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은 근대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韓成俊, 1874∼1941) 탄생 140주년을 맞아 2014년에 창설되어 올해 6회를 맞이했다. 행사 주관자인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매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공연·학술·기록의 삼위일체를 일관되게 추구하며 중앙과 지방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뜻 깊은 장으로서 전통공연예술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다는 초심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