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기분 좋은 무형문화재 정책
[김승국의 국악담론] 기분 좋은 무형문화재 정책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19.11.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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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무형문화재란 탈춤이나 인형극과 같은 연극, 살풀이, 승무, 태평무, 검무와 같은 전통무용, 종묘제례악, 판소리, 민요, 가곡, 산조, 시나위와 같은 전통음악, 전통공예 등 일정한 모양은 없으나 예로부터 전해 오는 전통 예술과 기술 등과 같은 문화적인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말한다. 

이러한 무형문화재에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DNA가 짙게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무형문화재의 보존은 물론 안정적 전승기반의 구축을 위한 국가 및 광역 및 기초지자체의 지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헌법9조에서도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국가의 전통문화의 지원에 있어 국가적 책무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초지자체가 무형문화재를 홀대하다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지난 수십 년간 그치지 않고 있고 지금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국가나 광역시·도에서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나 전수교육조교에 대한 지원금을 매월 월정액으로 지원하고 있고 무형문화재 종목의 전승활동을 위해 지원은 하고 있으나 그 규모가 간신히 연명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재청의 경우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의 경우 매월 130만원, 전수교육조교의 경우 50만 원 정도의 전승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광역시·도 무형문화재의 지원 수준은 문화재청의 지원수준과 비슷한 곳도 있으나 대부분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돈으로는 예능보유자나 전수교육조교가 자신의 종목 전승을 위해 전념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에 동의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정도의 전승활동비는 우리나라의 1인당 월 국민소득(306만 6천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기분 좋은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기초지자체들이 있다. 국가나 광역시·도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은 물론 덧붙여서 예능보유자와 전승자들에게 매월 전승활동비를 지급하고 전승기반 구축 제반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는 시·군 기초지자체들이 있다.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평택시, 성남시, 이천시, 광주군, 여주시, 과천시, 양주시가 매월 전승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외에 수원시, 안양시, 안산시, 광명시, 시흥시, 김포시, 안성시, 고양시, 남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등은 무형문화재 단체의 전승지원금이나 행사지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군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매월 예능보유자나 전승자에 대한 지원의 문을 처음 연 곳은 평택시다. 평택시는 지난 1991년부터 무형문화재에 대해 전승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전국 최초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육성 및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여 운용하고 있다. 평택시는 국가무형문화재 평택농악과 경기도무형문화재 평택민요 등 5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평택시는 총 6개 무형문화재 종목에 대하여 체계적인 육성․지원과 효율적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체계적 지원을 위해서 무형문화재의 보존 관리 및 활용 계획, 무형문화재의 효율적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사항, 신규 발생 무형문화재 등의 지원여부 심사 및 결정, 무형문화재 축제의 기본계획 및 지원에 관한 사항, 무형문화재 축제의 성과, 제고에 관한 사항, 기타 무형문화재의 보존 및 지원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평택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로 무형문화재 원형 보존 및 계승 발전을 도모하고, 전통문화의 대중화로 일반참여를 유도하며, 타 지역 및 종목과의 문화교류를 확대함은 물론 무형문화재 종목에 대한 재능기부 활성화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 방향을 잡고 있다. 아울러 또한 각종 공연의 다양한 연출 및 현대화를 도모하고 관객중심의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 추진하며, 무형문화재 종목에 대한 전수관 건립 등 전승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함은 물론 무형문화재 작품의 전시 및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평택시는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교육을 위하여 조례에 의거 문화재청이나 경기도의 전승지원금 외에 별도로 예능보유자와 전승자들에게 무형문화재 전승활동비를 매월 지원하고 있다. 예능보유자인 경우 월 8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월 13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예능보유자 외에도 전승자 중에서 30명 정도를 선발하여 ‘가’급, ‘나’급으로 예능보유자 못지않은 전승활동비를 월정액으로 차등 지급하고 있다. 또한 무형문화재 종목의 안정적 전승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약 1,600명의 시민강습 5개 과정을 지원하고, 초, 중학교에 전승학교를 지정하여 연간 4천5백만 원의 예산 지원을 하고 있는데 향후 전승학교 및 강습프로그램 운영 실적에 따라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무형문화재 전승교육 공간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167억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실내공연장, 연습실, 전시/판매장, 사무실, 식당, 작업실 등이 갖추어진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승활동비 지원 외에 무형문화재 단체의 장비(소모품)구입, 사무실 관리비, 사무국 인건비 등 운영비는 물론 공연 및 전시를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시·군 단위의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무형문화재의 안정적 전승기반 구축과 활용에 대한 인식을 갖고 지원해주고 있다는 소식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지원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결심해주고 행동으로 옮겨준 기초지자체장과 공무원, 그리고 기초지자체 의회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전국의 기초지자체에 확산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그리 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전통문화를 소중히 할 줄 아는 글자 그대로의 ‘문화민족’, ‘문화선진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