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6. 삶이 예술이다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6. 삶이 예술이다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19.11.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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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람이 작품이다
▲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올해 필자의 하반기는 유독 빠른 듯 느껴진다. 이유인즉 한국도자재단과 계약을 하고 책임 연구를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연구 과업에 대한 주제는 ‘도자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유효성에 관한 연구’로 도자의 교육적인 측면을 부각시킬 수 있는 논문이다.

아동, 성인, 노인, 장애인 4개 그룹의 각 대상자별 발달 특징을 파악하고 현재 이에 맞는 도자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한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문제는 각 대상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 실험집단을 모집하고 도자교육을 실행하는데 녹록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상대로 잘 진행되는가 싶다가도 공공기관의 행사와 겹쳐 시작이 미뤄지기도 하고 그룹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취소되기도 한다. 제일 큰 문제는 강사의 자질 문제였다. 도자작업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니 교육심리를 놓치기 쉽고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들을 배치하려니 매체(흙)가 지닌 성질을 잘 모른다.

연구 시작 전부터 4개 그룹 강사 모집에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여차하면 도자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매체(흙)와 교수학습을 위한 강사 재교육까지 동시에 진행해야 각 실험 집단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으니 심적으로 큰 고민이 되었다. 도자교육 전문가 공고를 하고 적당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나만의 방법으로 강사를 선출하게 되었다.

6인의 연구 조력자중 필자와 인연이 있는 도예전문가 2인외에 상담심리와 아동발달, 노인 미술치료 등을 하고 있는 다양한 이력의 조력자를 구하여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기술력을 보완하도록 구성하였다. 사실 도자교육의 효과성을 입증하는데 있어 강사의 실력보다 그들이 지닌 정서가 일정부분 대상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른 이와 함께 하는 일에 최대한 적극적이며 평생 배움에 인색하지 않을 사람들과 본 연구를 함께 진행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들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작업실근처 초등학교의 학부모님들과 우연히 인연이 있던 터였는데 그중 참 겸손해보였던 한분이 알고보니 예술교육분야를 전문적으로 섭렵한 분이었다. 당연히 흙(교육매체)에 대한 관심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기에 그 높은 관심도는 연구하는 자세로 이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늘 하나 더하기가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니 누구보다도 적극적일 것 같아서 본 연구에 동참에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게 되었고 현재 장애인 그룹을 이끌고 있다.또 노인의 정서를 연구하고 예술통합 프로그램으로 논문을 써본 경험이 있는, 아주 유쾌한 미술치료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얼마나 명랑한지 한번만 들어도 귀에서 맴맴 돈다. 매주 연구회의를 하는데 지루할 틈이 없이 치고 들어오는 그녀를 보면 어린 시절이 꽤나 궁금해진다. 노인들의 도자교육 프로그램을 맡겨보니 어르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산뜻한 정서가 어르신들에게도 전달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동 그룹군에 배치한 강사는 도자를 전공했다. 차분하고 쫙 감기는 보이스는 듣는 이에게 호소력을 전달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강의에 앞서기전 계획서를 차분하게 시뮬레이션하는 등 아동들의 도자교육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다각면의 변수를 생각하고 깊게 고민하는 것이 매우 배려있게 느껴졌다.

또 다른 이는 예술치료사이면서도 상담전문가인 내 어릴 적 친구이다. 20년 넘게 필드에서 아동 심리미술을 교육하고 있는 이 친구에게는 눈물 나게 배울 것이 많다. 주3회 신장투석을 하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와 적극적인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아주 멋있는 동료다. 과감하게, 아프다. 불편한 상황을 표현하고 다른 이가 일정 부분 배려할 수 있도록 자기를 표출하는 친구다. 필자의 거룩한 스트레스를 함께 하고자 이 친구에게도 SOS를 하고야 말았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주고 있는, 우리 중에 막내이기도 한 강사는 현재 도예가로 활동중이다. 필자와 같은 도자장인의 2세로 필자의 긴급한 부탁을 받고 같은 배를 타게 되었다. 자기표현이 조금 서투른 듯 보이기도 하지만 묵묵히 과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집단의 긍정 에너지를 서서히 경험하면서 정서적인 유대감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번 논문과 연구의 핵심은 아동에게서는 또래집단과 함께하는 흙놀이교육으로 친사회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관계성을 향상시키는데 있다. 성인도자 프로그램의 경우 자존감 향상 및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자교육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노인의 경우 흙을 만지며 기억을 만지며 자기표현을 증대시키고 자신감 회복을 기대효과로 잡아 두었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는 도자작업은 매체(흙)를 다루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이번 연구팀의 큰 에너지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눈빛을 교류하고 우리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둘러앉아서 의견을 공유한다. 강의를 끌고 가는 사람이 행복해야 그 자리 앉아있는 대상자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책임연구자로서 계속적으로 강조하다보니 함께 밥 먹을 일도 많아지고 야유회 갈 준비도 하고 있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개방하고 공동 과제를 준비하는 시간을 공유 한다면 좋은 연구물이 완성될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팀의 시작이 좋았다. 매사 창의적인 피드백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아마도 높은 EQ의 소유자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성적인 과업일수록 감성적인 부분을 놓치면 안된다. 정서인식, 정서표현, 감정이입, 정서조절, 정서활용을 잘 할 수 있도록 좋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과제에 더욱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큰 기대가 된다. 사람으로 구성된 무형의 예술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런지 말이다. 사람이 예술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