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민주주의의 ‘누릴 권리’ VS ‘지킬 권리’
[박희진의 문화 잇기]민주주의의 ‘누릴 권리’ VS ‘지킬 권리’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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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서울 종로에 아이 손을 잡고 모처럼 나들이를 나섰다. 맑고 선선해진 가을 날씨에 주말 인파를 피해 느긋하고 여유로운 평일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레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 온전히 야외활동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나들이 중에 박물관과 미술관의 체험과 함께 휴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게 되어 종로로 향했다.

광화문역에서 지하차도로 서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러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우리의 선택이 크게 잘못됐음을 알게 되었다. 땅이 울리고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의 굉음이 서울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이는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그 소리에 놀라 엄마 다리를 붙잡고 토끼 눈이 되어 울음을 터트렸고 이게 무슨 전쟁통인가 싶어 주의를 둘러보자 집회의 확성기와 스피커가 무섭게 울려대고 있었다. 이 전쟁 같은 곳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다급하게 잡아탄 택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를 보고 차마 내리라는 말은 하지 못하곤 길이 막혀 갈 수 없으니 확성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주겠다며 친절을 베푸셨다.

광화문은 평일과 휴일 가릴 것 없이 열리는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종로 쪽은 오고 싶지도 않은 데 가자는 손님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왔다며 ‘뭔 놈의 또 시위냐’고 택시기사는 이 전쟁 같은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한탄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회합하거나 결합해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헌법상 기본법에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해도 된다는 법은 없다.

좀 더 면밀이 따지고 들면, 헌법에도 집회결사의 자유와 동시에 국민의 행복추구권(제10조), 사생활 보호권(제17조), 재산권(제23조) 등을 보장하고 있어 결사의 자유를 다른 기본권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위법으로 얼룩진 지금 우리 사회의 집회시위는 법 테두리 안에서 철저히 공동체의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꼭 한 번은 가고 싶다는 곳이 이곳 종로이다. 과연 이들이 이런 전쟁 같은 한국의 집회문화를 보러 이곳까지 왔을까 싶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무질서하고 폭력적인 집회를 보여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을 찾아 무질서하게 행진하는 이들의 집회시위 곁에 종로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주민들까지도 시위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6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를 우리는 모두 보았다.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독단적인 집회시위가 아닌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촛불을 든 채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서 우리 국민의 집회 문화가 성장하였다고 생각한다.

집회를 집단의 우월함으로 이용하려 하는 것이 아닌-자유가 보장된 집회시위인 만큼 개개인의 공동체 목적과 수단이 정당한 선진 집회시위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갖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법 테두리 안에서 민주주의읠 원칙을 책임감 있게 지키고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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