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초록빛깔이 소리로 변할 때쯤이면 ....
[정영신의 장터이야기]초록빛깔이 소리로 변할 때쯤이면 ....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9.11.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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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1989 전북순창장 Ⓒ정영신
1989 전북순창장 Ⓒ정영신

장터에 가면 물건을 살 것인지, 구경만 하는지 딱 보면 안다고 한다.

무슨 더듬이가 달려있나 옆에 붙어서 물건을 팔 때까지 지켜보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마음을 읽어내는 지혜에서 나온다는 것을 뒤 늦게야 알았다.

1988 전북 순창장  Ⓒ정영신
1988 전북 순창장 Ⓒ정영신

 

콩 두어 되를 갖고 나와 난장에 펼쳐놓은 할매들의 당당함은

삶을 스스로 즐기는 중국의 장자를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다.

천하에 얽매이는 삶이 싫다며,

진흙탕 속에서라도 스스로 즐기는 삶을 택하겠다는 장자의 철학을

장터바닥에서 배울 때가 많다.

1990 전북 순창장  Ⓒ정영신
1990 전북 순창장 Ⓒ정영신

 

순정하게 농사지어온 농산물을 귀히 다루지 않는 손님에게는

콩 한 되도 팔지 않으면서,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덤까지 얹어주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배짱은 자연을 끼고 사는 넉넉함에서 나올 것이다.

봄날이면 산과들도 한쪽씩 통 크게 할매들 손길에 따라 나온다.

지금 장터에 가면 초록빛깔이 소리로 변해 반길 것이다.

1990 전북 순창장  Ⓒ정영신
1990 전북 순창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