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Me Too’ 사태를 지켜보며
[김승국의 국악담론] ‘Me Too’ 사태를 지켜보며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19.11.2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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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지난 해 초 성추행범을 구속 기소해야 할 업무를 수행해야할 당사자인 모 여성 검사가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 내에서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여 전 국민이 알게 된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가져왔다. 그 여검사는 법무부 고위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내부에 그 사실을 호소하고 처리되기를 기다렸으나 개선되기는커녕 인사 불이익까지 당하여 언론에 폭로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정말로 결심하기 어려운 결심을 한 용감한 일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먼 외국의 일로만 여겼던 ‘미투(Me Too)’ 사태가 우리나라에도 불붙기 시작하였다. ‘Me Too’ 운동은 이제 검찰을 넘어 정치·문학·연극·대학·연예·국악계 등 사회 전 방위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일부 특수한 조직 집단의 병폐가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에 만연된 병폐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성추행 사실이 있은 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와 폭로를 하는 것은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사회 전반에 이러한 잘못된 비행들이 비일비재하였으나 쉬쉬하고 덮고 가거나 묵인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나를 포함하여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 혹은 쉬쉬하는 분위기에 동참하였기에 어찌 보면 공범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반성할 점이 크다. 

과거의 일이지만 내가 속한 전통공연예술계에서도 일부였지만 그러한 일들이 대물림된 적이 있었다. 과거에는 전통공연예술 교육이 주로 도제식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고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전수 교육이 이루어져 스승이나 선배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추행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스승의 문중에서 파문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전통공연예술계를 떠날 각오가 서지 않는 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그러한 파렴치한 일이 가능했었던 것이다.  

요즘의 성추행의 유형을 살펴보면 단순한 성적 욕구에서 빚어진 일이 아니라 각 조직 내 강자와 약자, 즉 상하 관계 사이의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마음 아프게 한다. 여러해 전의 불미스러운 일을 당시에 폭로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폭로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조직 내 권력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라 선뜻 폭로하거나 고발하기에 주저할만한 이유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폭로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만약 폭로를 하였을 때 자신이 속한 조직에 피해가 갈까 봐,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가해자로부터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거나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혹은 폭로를 했을 시 사회가 자신을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문제가 있는 여성 혹은 남성으로 치부해 버릴까 봐 고통을 감수하며 숨죽이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후약방문 식일지는 몰라도 재발방지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일은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전반의 그릇된 문화가 일신하여 개선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 지목된 인사들뿐만 아니라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을 자행한 사람들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상담을 하고 신고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분야별 신고·상담 지원운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저지른 인사들이 단순히 사과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끝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엄중한 사법 처리를 하여 이런 일이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강력하고 도 지속적인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 또한 용기 있게 ‘Me Too’ 운동에 참여한 여성 혹은 남성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철저한 보호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내가 경계하는 일은 이번 성폭력 가해자들이 속해 있는 집단에 속해 있는 모두가 속물 집단으로 매도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어느 지역 사람은 어떻고, 또 어는 지역 사람은 어떻다는 식으로 매도해 버리는 것과 같다. 어떠한 집단이든 형편없는 인성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훌륭한 품성을 가진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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