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게리 힐'展 , 특정 매체 한정된 작가 아닌..."언어, 예술적 확장ㆍ재해석"
수원시립미술관 '게리 힐'展 , 특정 매체 한정된 작가 아닌..."언어, 예술적 확장ㆍ재해석"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11.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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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현재까지 작품 24점 다양한 매체로... 아시아 최대 규모 개인전

수원시립미술관은(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게리 힐: 찰나의 흔적 Gary Hill: Momentombs》展을 26일부터 내년 3월 8일까지 . 2019년의 마지막 전시이자, 융ㆍ복합과 다양한 매체를 선보여온 수원시립미술관의 2019 국제展이다.

‘비디오 아티스트(Video Artist)’로 잘 알려진 게리 힐(Gary Hill, 1951~)의 1980~2019년의 24점을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다. 게리 힐의 언어와 이미지, 신체와 테크놀로지, 가상과 실재 공간에 관해 고찰한다.

미국 출생인 게리 힐은 초기 조각가로 활동했다. 1970년대 초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영상과 텍스트를 활용한 비디오 아티스트로 전향했다. 1992년 제9회, 2017년 제14회 카셀 도큐멘타 등의 국제전에 참가했으며, 영상과 설치미술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전시에 관해 설명하는 게리힐의 모습

오늘(26일) 전시오픈에 앞서, 지난 25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게리 힐 작가가 직접 참여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시의 영문 제목인 ‘모멘툼스 Momentombs’는 Moment(찰나), Momentum(가속도), Tomb(무덤)의 합성어다. 게리힐 작품의 이미지와 언어, 소리의 시간에 따라 결합ㆍ분리ㆍ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양상을 의미한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게리 힐은 “여러 시기의 작품들을 설치하며 기분이 미묘한 상태다”라고 심경을 전하며 “영화가 축약적인 형태여서 작품 이해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전시에서 명확한 의미를 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작품의 원초적인 느낌을 가져가면 좋겠다. 신체와 언어적 의미 고찰로 ‘단어’를 생각할 때 축축한 진흙이 벽에 붙을 때 물리적 요소 더하는 식이다”라며 “언어적 요소를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했다. 원초적 말하기, 관용적 표현,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 등을 상호 간의 대화를 담고자 했다. 이미지의 ‘단어’ 하나를 말할 때 목소리나 장소도 변화된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설명하기 전, 전시장 초입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게리 힐은 언어와 신체, 인간이 바라보는 이미지와 인간이 속한 공간의 형태 등을 주제로 다양한 매체 실험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특정 매체에 한정된 예술가가 아닌, 동시대 현대미술의 정신을 보이는 ‘언어 예술가(Language Artist)’의 측면을 강조한다.

▲게리 힐, 구석에 몰린 Cornered, 2016, 복합매체 설치

1층 전시실에 선보이는 <학습곡선>은 학교 의자와 책상,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다. 책상은 오른손잡이용으로 기울어지는 형태며, 세로와 가로로도 넓어진다. 책상 정면에는 스크린을 설치, 파도 영상을 상영한다. 즉 책상부터 영상 속 파도까지 큰 곡선을 이루며 무너지지 않는 곡선을 시각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서핑’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학습곡선이 가진 응용과 이론의 언어적 의미다.

그는 소멸한 이미지와 언어들의 의미를 찾거나 특정 ‘장소’나 ‘공간’에서 새로운 의미와 결합하고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리힐, 학습곡선 Learning Curve,1993, 프로젝터, 플레이어, 플라스틱, 합판

2층 전시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약 14m의 영상 작품 <관람자 Viewer>(1996)는 노동자 17명이 미동도 없이 서 있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작용도 없어, 오히려 전시를 관람객들을 응시하는 느낌을 준다. 관객은 그 사이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되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전시 공간에 관해 게리 힐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구조랑 조화를 이루며, 큰 의미가 되었다. 색다른 의미의 전시가 완성됐다”라며 “이민자들을 미술관 벽면에 담는 것도 하나의 의미며, 불법 이민자 문제의 고민을 작품에 담았다”라고 밝혔다.

▲게리 힐, 관람자 Viewer,1996 일부, 작가는 수원시립미술관 내 있는 기둥을 통해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것이 타자의 빛 안에 있는 이미지임을 믿는다>(1991-1992)는 4인치 흑백 모니터와 렌즈가 설치된 일곱 개 원통형의 튜브들로 구성된 독특한 작품이다. 암흑 속 방에는 책들 위로 천장에 매달린 각각 다른 높이의 튜브의 빛으로 이미지를 보인다. 비디오가 비추는 텍스트들은 모리스 블랑쇼의 『최후의 인간』에서 발췌했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은  게리힐 작가에 관해 “동 시대에 강한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다”라며 “비올라가 대중적인 비디오 아트를 선보였다면 게리힐은 언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작품 선보이는 전시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언어ㆍ철학 등 어려운 철학적 개념의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아트 전시작품을 통해 예술 영역의 확대 해석ㆍ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등을 살필 수 있게 했다. 작품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기획했다”라고 강조했다.

▲아카이브 & 미디어 룸 일부 전경

한편 2층에는 아카이브 & 미디어 룸을 조성했다. 설치되는 작품 이외에 70년대부터의 작가 작품 36점을 볼 수 있는 미디어 아카이브와 작가 인터뷰 영상 및 작가 소개가 담긴 국내외 도서를 비치해 전시 이해를 돕는다.

전시는 성인 4천 원, 청소년 2천 원으로 내년 3월 초까지 이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uma.suwon.go.kr)나 전화문의 031-228-380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