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40리를 걸어서 장에 나오는 할매들은 한사코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는 나이와 이름을 잊어버리고 산지가 수십 년이라
아무개 댁 아니면 아무개엄마라는 호칭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장에 나오는 할매들 나이도 일하기에 버거운 80세가 대부분이다.
90세가 넘도록 장사하시는 분도 종종 만날 수 있다.
귀가 어두워 흥정하는데 다소 힘이 부치지만 아무 탈 없이 장사를 한다.
여기에 이름이 없다는 할매들이 의외로 많다.
옛날시골에서는 이름대신 무슨 댁 아니면 누구엄마로 통했다.
그래서 할매들이 자기이름을 얘기하는 것이 생경스러운 것이다.
남원 인월장에서 만난 87세인 김판순 할매는 병원에서,
자기이름을 불렀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물어봐 이름을 부른지
한참이 지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아따메, 징그렇게 기달리고 있는디 김판순을 안부릅디다.
어째 내이름은 부르도 안하까이, 솔짠히 기다렸는디,
속으로만 생각허다가 물어봤당께,
이보랑께, 김판순 여기 있는디 어째 안부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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