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VS 상업성…해비치, 무게 추 어디에 있나?
공공성 VS 상업성…해비치, 무게 추 어디에 있나?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2.04 0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문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전면적 혁신 나서
지난달 21일 해비치 공청회 이어 26일 TF회의 개최
TF위원, 관련 전문가 12명으로 구성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장기발전을 위한 전면적 혁신에 나섰다. 한문연은 지난달 21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혁신 공청회를 개최하고 문화예술계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닷새 후인 26일에는 공청회와 한문연 및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공식홈페이지 의견게시판 등을 통해 제기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개선 방향을 협의하는 TF회의를 열었다.

26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선 TF회의 모습
▲지난달 26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개선 TF회의(사진=한문연)

TF회의에서는 중장기 발전 방향,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 교류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구성 등을 주요 안건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TF위원은 과천축제 김종석 총감독, 극단 즐거운사람들 김병호 예술감독 등 문예회관 관계자, 예술단체 대표자, 관련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11월 21일 열린 공청회에는 문예회관 및 예술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문화기획자, 음악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참석해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발전을 위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주요 의제로는 ▲개최 장소 ▲문예회관 공공성 ▲상담 양식 규격화 ▲해비치 정체성 ▲예술가 처우 등이 있었다. 공청회 중반 한문연 측은 원으로 둘러앉을 것을 제안해 소통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자리는 공청회였지만 한문연의 기능과 역할 및 정체성에 관련해서는 참석자들의 정책토론회 못지않은 공방이 펼쳐졌다. 또한 지난 10월 국감에서의 ‘공공기관 직원 단체 휴가 전락’, ‘혈세낭비’ 지적을 비롯해 ‘쇼케이스 예술팀 지원금 0원’ 논란 등으로 몇 달간 문화예술계의 쓴소리를 들어온 것에 비해 공청회에는 30명도 채 되지 않은 인원만 참석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은 해비치 공청회의 주요 내용이다. 

제주도, 국내 최대 규모 공연예술 아트마켓 개최 최적지?

해비치 예산으로 제주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문예회관 관계자와 달리 예술가 및 예술단체들은 사비로 페스티벌에 참가해야 한다. 

오케스트라 단체 관계자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만남의 장인 해비치는 ‘접근성’이 중요하다. 예술단체는 자비용을 투자해서 간다. 만약 제주도에 갔는데 수익 창출이 안 된다면 예술단체 입장에서는 가치가 있는지 다음 회 방문을 재고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 해비치가 아트페스티벌 개최지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매체 관계자는 “접근성에 대한 문제는 현재 한문연이 안동에서 개최하는 문화공감 특별기획프로그램 등으로 보강하고 있다. 그 부분을 좀 더 보강‧확대한다면 보완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 해비치는 천혜의 장소다. 다른 장소로 대체하기에는 좋은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혁신 공청회. 참가자들의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앞서 해비치페스티벌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있었다

문화예술매체 발행인은 “개인적으로 해비치에 가본 적이 없다. 개인적 경비를 들여서 갈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공연이나 예술기획 단체들은 개인 돈을 써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200여 개가 넘는 문예회관 관계자는 여름휴가처럼 바람 쐬러 제주에 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돈이다. 지원받을만한 단체가 지원받지 못해서 문제다. 힘들게 자생 중인 예술단체가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게 한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해비치 참석 예술단체가 어느 지역에 가장 많은지를 파악해 그 지역에서 아트마켓 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예회관 관계자는 “실질적인 응대 인원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예회관 참가 인원을 줄이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단체 관리자는 “문예회관 지원 수를 줄이면 안 온다. 어떤 지원을 통해서든 우선 오게 해야 한다. 우리 단체의 경우 해비치에서 가계약이 실계약으로 연결되는 경우 많았다”고 전했다.

공연협회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나 공연자 유치를 위해서는 제주도가 최적의 공간일 수도 있다. 제주도는 환경적으로 힐링하고 돌아오는 만족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정 회장은 “한문연은 예술단체를 위해서 최대한 시장이 열릴 수 있게 바이어 역할을 하는 문예회관을 아트페스티벌에 많이 유치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문예회관에 메리트를 줘야하고 개최 시기도 문예회관 비성수기인 6월로 한 것”이라며 “한문연은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양쪽 다 고려해야 하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공공성 VS 상업성…해비치, 무게 추 어디에 있나?

공청회 도중 이승정 회장의 ‘바이어’ 발언과 관련해 한 참석자는 “문예회관이 바이어라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문예회관은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져서 국민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이 회장은 “문예회관은 지자체 예산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어의 ‘역할’을 한 것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해프닝이었지만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 미묘한 신경전을 고려해볼 때 단순히 해프닝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문예회관의 대중성 편향 공연 선정 및 순환보직 문예회관 공무원의 전문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극단 관계자는 “해비치에서 예술회관과 문화예술단체가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게 보였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지난해 해비치에 처음 방문했다. 작품성과 수준. 주관하는 측의 안목이 아쉬웠다. 첫 오프닝부터 예술성이 높았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또한 “뮤지컬, 어린이 공연 등 상업성 강한 작품만 선정하기 때문에 공연 장르가 너무 한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잘 팔리는 공연만 선정하면 비주류 장르는 계속 소외된다. (문예회관이) 소외되는 순수예술을 권장할 때 공공성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혁신 공청회 모습
▲지난달 2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공청회(사진=한문연)

남정숙 문화기획자는 “문예회관이 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문예회관이 갑인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문연의 왜곡된 구조에서 기인한다”라며 “한문연은 처음부터 기관 대 기관(B2B)이지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문연이 B2C 역할을 하는 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다. 바텀업 식으로 전국 문예회관에서 자랑할 만한 지역 예술단체를 섭외해서 공연에 대한 지원도 하고, 지역문화예술단체가 주체가 된 해비치가 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한문연이 정말 개혁하고 싶다면 B2B 구조로 가야하고, 지자체의 문예회관의 상주단체나 예술단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기도록 국내나 해외 구매단을 모집해 오거나, 해외 마켓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하시는 분들이 지역문예회관 대표가 되는 현실에서 예술성을 발탁할 안목이 문예회관에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러니 문예회관이 관객들이 많이 오도록 대중 장르만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역 문화예술단체 및 지역단체장들이 거의 정치가인 상황에서 한문연은 단체 본연의 기능처럼 문화예술 소양교육부터 시켜야 하며, 예술에 대한 서비스 및 문예회관 기능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연협회 관계자는 “지금 이 시스템 자체가 결국에는 주민들 혹은 지역에 계신 분들을 대표한 문예회관에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면 사실 그걸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해비치도 결국 그 연장선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논쟁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 중에 하나가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가 아닌 지원의 개념인지 유통의 개념으로 볼 것인지”라며 “예술 하시는 분들은 자기 가치를 상품화해서 파는 것에 거부감이 많다. 물론 세금이나 지역 예산도 들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해비치에서는) 가치를 주고받고 사고파는 것이다. 그런데 결국 문예회관이 판단해서 작품을 선택한다 했을 때 수긍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문연의 방방곡곡 우수팀 선정도 1차적으로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작품들을 올려놓고, 지역문예회관에서 2차 결정을 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수긍하지 않는 것은 (문예회관을) 존중하지 않는 자세”라고 비판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마케팅이나 유통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마케팅만 잘 발달시켜서 시장논리로 골라라 하면 극장 공공성이 굉장히 왜곡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다. 지역 극장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지역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용기를 내서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예술단체들은 다 소외된다. 소외되면서 불균형적이고 왜곡된 문화예술생태계가 조성된다. 지역문예회관은 ‘CJ’가 아니다. 상업성이 아닌 공공성의 관점에서 볼 때 지역문예회관들이 지역예술가들과 더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좋은 작품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 포맷 규격화 및 모바일화로 효율성 꾀해야 

문예회관 관계자는 “부스 상담 시 시간분배를 위해서 한 팀당 10분 등 응대시간을 지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4-5년 정도 해비치에 방문하고, 아트마켓에 참가했는데 이미 베테랑이신 분들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꿰고 계신 반면, 처음 참가하는 예술단체들은 어떤 부분을 말씀해줘야 하는지 헤매신다. 저희 입장에서는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데 정작 필요한 금액 정보는 홍보물 등에 없어서 다시 전화해서 문의해야 한다. 공연이 대공연장용인지 소공연장용인지, 세트는 어느 정도고 시스템은 같이 오는지, 금액은 얼마인지 등 획일화된 양식을 만들어서 10분 안에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큰 캐리어 2개를 가져가야 할 만큼 홍보물도 사실 너무 많이 쌓인다. 홍보물도 공통양식으로 규격화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해비치에서 정말 많은 정보를 얻고 있고, 한문연의 우수공연 소개자료를 토대로 예술단체에 컨택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비치 책자에 예술단체만 나와 있는데 공연장 객석수와 넓이, 장비목록 등 공연장 정보도 같이 들어가면 어떨까 한다. 대공연장 작품을 가지고 계신 예술단체가 소공연장 부스에 오시면 문예회관 담당자들도 답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래서 상담을 마치면 간혹 갑질이라고 하실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018년 열린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2018년 열린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에서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문연)

극단 관계자는 “해비치는 올해 12회까지 다 참석했다. 그런데 홍보 인쇄물을 다 버리고 가더라. 최근 더 심해지는 추세인데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공연 정보를 모바일화하면 외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종이 대신 규격화된 양식을 모바일화해서 제공한다면 경비도 줄어들고, 미리 모니터링해서 가격 등의 정보를 알고 들어가면 예술단체와 문예회관 모두 상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은 현장에서 잘 받아들이셔서 혁신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정 한문연 회장은 “더 나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린 귀와 마음으로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다”면서 “TF회의를 통해 전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2020년 페스티벌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한문연은 향후 제주도 관계자 및 예술단체의 의견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