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展, "한국어 활용한 신작, 기념비적 전시"
국현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展, "한국어 활용한 신작, 기념비적 전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12.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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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저" text 매개로 사회와 개인, 정치적 주제를 다룬 세계적 개념미술가"
서울관 내 서울박스, 로비ㆍ과천관 야외 공간 작품 선보여

국립현대미술관은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展을 지난달 23일부터 열리고 있다.

제니 홀저(Jenny Holzer, 1950-)는 40여 년간 텍스트(text)를 매개로 사회와 개인, 정치적 주제를 다뤄 온 세계적인 개념미술가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7년부터 약 3년간 진행된 커미션 프로젝트는 서울관 내 서울박스와 로비ㆍ과천관 야외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으로 제니 홀저 작품의 정수를 선보인다.

1970년대 후반 제니 홀저는 격언ㆍ속담 혹은 잠언과 같은 형식으로 역사 및 정치적 담론ㆍ 사회 문제를 주제로 자신이 쓴 경구들(Truisms)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며 텍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티셔츠ㆍ모자ㆍ명판 등과 같은 일상 사물에서부터 석조물ㆍ전자기기ㆍ건축물ㆍ자연 풍경 등을 언어로 투사하는 초대형 프로젝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을 활용, 공공장소에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Exhibition view_MMCA Commissioned Project FOR YOU -Jenny Holzer,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019(사진=국립현대미술관)

홀저는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되며, 같은 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뉴욕, 빌바오)ㆍ휘트니 미술관ㆍ루브르 아부다비ㆍ뉴욕 7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展에선 포스터ㆍLED 사인ㆍ돌 조각 등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매체들로 구성된 작품 3점을 미술관 실내· 외 공간에서 선보인다. 언어를 매체로 탐구하기 시작한 홀저의 초기 작품 <경구들(Truisms)>(1977-79)과 <선동적 에세이(Inflammatory Essays)>(1977-82) 포스터는 서울관 로비 벽면에 1000장이 넘는 포스터 설치로 구현됐다. 이 작품은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어조로 작성된 제니 홀저의 <선동적 에세이(Inflammatory Essays)>(1979-1982) 시리즈 25개 중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현한 12가지 포스터와 <경구들(Truisms)>(1977~1979) 시리즈에서 발췌한 문장 240개를 인쇄한 포스터를 이룬다. 구조적이고 함축적인 작가의 언어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담아내기 위해 한유주(소설가, 번역가)를 비롯한 전문 번역가들이 번역에 공동 참여했고, 안상수(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PaTI, 날개)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통해 홀저의 <경구들> 포스터가 최초로 한글로 선보인다.

▲FOR YOU, 2019_Exhibition view_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019(사진=국립현대미술관)

포스터 외에도 과천관의 석조 다리엔 작가가 선정한 11개의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을 영구적으로 새긴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미술관과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의미를 되새기며, 일상 속 사유의 시간을 마주하게 한다.

서울박스는 이번 프로젝트와 동명의 신작이자 최초로 국문과 영문 텍스트를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FOR YOU)>(2019)가 설치됐으며, 김혜순ㆍ한강ㆍ에밀리 정민 윤(Emily Jungmin Yoon)ㆍ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ㆍ호진 아지즈(Hawzhin Azeez) 등 현대 문학가 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여성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Selections from Truisms (detail), 2019, Engraved stone railing_Text_Truisms, 1977–79(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영화 제작자 클라우디아 뮬러(Claudia Müller)의 다큐멘터리 두 편이 서울관 필름앤비디오(MFV)가 상영된다. 홀저의 작가 여정을 추적한 <어바웃 제니 홀저(About Jenny Holzer)>(2011),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다른 여성 작가들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여성 예술가들: 제니 홀저(Women Artists: Jenny Holzer)>(2017)를 상영한다. 영화 상영 외에도 학예사ㆍ미술비평가ㆍ문학비평가 등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 행사가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 중인 제니 홀저가 최초로 한국어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미술관 공간에 맞추어 특별히 커미션 제작된 작품들은 국내․외 관객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에서 <당신을 위하여>,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 2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2011년 발족한 경영인 모임으로 매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뉴미디어 작품 수집을 지원하고 있다.

전시는 2020년 7월 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과천에서 개최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