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장애예술 시야 넓히는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
[테마기획]장애예술 시야 넓히는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2.04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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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 장애인 아티스트 공연
오는 5일 '미국 장애인 연극의 현황' 강연
안중원 이사장 "장애 및 비장애 예술가 간 활발한 예술적 협업 이루어지는 계기 되길"

생기 있는 표정의 한 중년 여성이 무대에 등장한다. 공연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빨간 셔츠에 검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갑자기 치마를 걷어 올린다.

▲4일 오후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애니타 홀랜더가 장애 이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1인 뮤지컬 '나의 생존 가이드'를 공연하고 있다(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난 이게 제일 편해”

그녀의 의족 ‘멀미타(머메이드(인어)와 애니타의 합성어)’를 탈착한 애니타 홀랜더는 비로소 중도장애인이 된 이후 자전적 이야기를 1인 뮤지컬로 풀어낸다.

4일 오후 대학로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에서 개최한 미국의 아티스트 겸 연출가 애니타 홀랜더의 <나의 생존 가이드(STILL STANDING: a musical survival guide for Life's catastrophes)> 프레스콜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 개막을 알렸다.

지난 1월 영국 장애예술가들의 공연을 소개한 ‘영국편’에 이어 장문원은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간 미국과 호주의 우수 장애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을 초청한 쇼케이스를 대학로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선보인다.

미국 백악관 초청작이자 뉴욕 유나이티드 솔로 시어터 페스티벌 관객상을 수상한 <나의 생존 가이드>는 애니타 홀랜더가 장애로 인해 겪었던 세상과 ‘생존비결 썰’을 풍자와 해학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만나볼 수 있다.

▲4일 오후 대학로에서 열린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 프레스콜에서 애니타 홀랜더(맨 왼쪽)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애니타 홀랜더는 “유머는 내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사실 진지하기보다는 조금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쇼에는 진지함과 유머가 동시에 들어가 있다. 관객들에게 내 쇼에서 사용되는 유머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미국 스크린 배우 연합-미국 텔레비전 및 라디오 예술가 연합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연합은 미국에서 가장 큰 퍼포먼스 아티스트 연합이다. TV, 영화, 극단, 방송 등을 총망라해서 장애를 가진 퍼포머들이 포용될 수 있도록 전력하고 있다. 한국에 와서 (장문원같이) 포용성을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라며 “최근 감독들이 장애를 가진 퍼포머들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고 미국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는 호주의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 장애극단이 발달장애 배우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그게 뭐였지>를 공연한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극단은 예술 안에서 장애가 가진 인식과 한계를 재정의하기 위해 노력하며, 소속 장애인 배우들의 창의적 욕구를 창작의 기반으로 한다. 또한 장애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추구함으로써 이야기의 주인인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게 뭐였지>는 기억력 상실을 주제로, 기억하고 싶지만 기억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감정들을 장애예술가들의 목소리로 풀어내며, 기억하는 것에 집중하는 현실 속에서 잊는다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감정을 담담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한편 장문원은 이번 쇼케이스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예술에 담아내는 ‘당사자성’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또한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는 두 작품 모두 장애인 배우인 당사자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전적이고 고백적인 공연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장면마다 설득력과 정체성을 녹여내 관객들로 하여금 질문과 감정을 불러일으켜 ‘장애’를 적극적으로 바라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측부터)안중원 장문원 이사장, 미키 로우 미국 국립장애극단 공동대표, 그렉 모즈갈라 미국 극단 아포디테 예술감독, 아티스트 겸 연출가 애니타 홀랜더 (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안중원 이사장은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장애예술계를 포함한 문화예술 전반에서 장애 및 비장애 예술가 간 활발한 예술적 협업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오랜 장애예술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 유럽에 속해있다. 다음 쇼케이스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장애예술팀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럽이나 선진 국가들은 모든 공연장을 건립할 때 어떤 장애인 예술가도 공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연장들은 그렇지 못하다. 즉,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전용극장이 없다. 장애예술도 일반예술과 충분히 교류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 마련에 핵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쇼케이스 부대행사로는 오는 5일 오후 2시 미국 내 장애인 연극의 현황을 공유하며 국내 장애인 문화예술의 발전을 함께 논의하는 강연이 사전행사로 열린다. 그렉 모즈갈라(극단 아포디테 예술감독)와 미키 로우(국립장애극단 공동 대표)를 초청해 미국 내 장애인 연극단체와 비장애인 연극단체 간 협업 과정을 공유하며, 그들의 작업들이 국내에 적용될 수 있는 지점과 협력 방향에 대해 국내 장애 및 비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렉 모즈갈라 예술감독은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포용성에 대해 더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미키 로우 대표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 예술인도 예술적인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서 사회적 자산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쇼케이스 공연은 영어로 진행되며, 수어통역 및 자막이 지원된다. 자세한 내용은 장문원 홈페이지(www.i-eu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매:인터파크(1544-1555), 전석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