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로 행복한 마을을 꿈꾸며
[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로 행복한 마을을 꿈꾸며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19.12.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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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나는 모든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문화도시’를 상상해본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공원에서도, 지하철 역사에서도, 버스정류장에서도, 공공건물에서도, 카페에서도, 음식점에서도, 거리를 걸어가도, 그 어느 곳에서도 늘 아름다운 시(詩)와 만나고, 아름다운 그림과 조형미술을 만나고, 아름다운 음악과 춤을 만나는 도시를 상상해본다. 이러한 일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는 혼자만의 상상놀이를 좋아한다. 나만의 상상시간과 상상공간을 설정해놓고 자유자재로 종횡무진 상황을 전개해 나간다. 때로는 장자(莊子)처럼 유유자적하게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슈퍼맨이 되어 가상의 적을 과감하게 응징하기도 한다. 상상의 시간에 머무르는 동안 내 창의력의 나무는 무한대로 상상의 가지를 뻗어 올린다. 그러한 나의 상상놀이의 배경 음악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역시 존 레논(John Lenon)이 부른 불후의 명곡 ‘이매진(Imagine)’이다. 
 
‘이매진(Imagine)’은 담담하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선율도 좋지만 한 편의 시 같은 노랫말이 더욱 좋다. 늦은 밤 혼자 서재에 앉아 존 레논(John Lenon)의 ‘이매진(Imagine)’을 듣고 있노라면, 몽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노래 속 가사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모든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는 시대나 인종을 초월한 모든 인류가 꿈꾸는 이상향일 것이다. 나는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문화도시’를 상상해본다.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이 자주 인용되곤 한다. 백범은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 가지,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하였다. 백범이 꿈꾸었던 것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이었다. 20세기 초 갖은 역경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헌신하였던 백범이 21세기가 문화가 국가경쟁력의 주요 원동력이 되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한 탁월한 식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그렇다. 문화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안겨주어 삶의 질을 한껏 높여주는 기능 이외에도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먼저 문화는 미래의 꿈나무들의 바람직한 인성형성과 창의력 형성에 탁월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갖는다. 또한 치유 기능, 즉 힐링 기능을 갖고 있어서 요즘에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 등 문화예술을 이용한 많은 프로그램이 힐링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게다가 문화는 전 국민의 2002 월드컵 응원과 지난 촛불혁명에서 보았듯이 사회통합 기능을 갖고 있으며, 제조업 못지않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문화산업 기능을 갖고 있다. 일찍이 문화가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니 문화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문화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지난 촛불혁명 후 시민주권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모든 예술지원 정책이 예술가 중심, 즉 문화생산자 중심 지원정책에서 시민 중심, 즉 문화향유자 중심 지원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문화향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국가나 지자체는 이를 위해 지원해야한다는 의무가 명시된 문화기본법이 공표되었고,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로 문화분권이 이루어지고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지자체의 의무가 법에 명시된 지역문화예술진흥법이 발효된 지 5년이 지났다.

따라서 문화예술의 활동과 향유 제고를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체계 구축에 필요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인 지역 문화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러한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각 기초 지자체에서는 지역문화재단을 경쟁적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이런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고 대세이며, 지역민의 삶 속에 꼭 필요한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여 일상의 문화향유를 통하여 주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일이 지역문화재단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지역문화재단 모든 임직원들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주민들의 생활예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버팀목을 세워드리고, 물을 주는 물 조리개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문화로 행복한 마을을 꿈꾸는 주민들의 오랜 목마름에 응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