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리옹빛축제 Fete des Lumieres의 진화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리옹빛축제 Fete des Lumieres의 진화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12.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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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해마다 12월8일경이면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리옹을 향한다. 리옹의 fete des lumieres 를 보기 위한 것으로 빛축제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다양한 컨텐츠를 갖는다. 최근 비비드 시드니나 싱가폴의 아이라이트등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빛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인공조명기술이  축제의 미디어라는 공통점을 가졌을뿐 컨텐츠가 달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타겟하는 포인트는 다르다.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는 빛축제, 비비드 시드니는 가장 하이테크의 조명, 영상, 음향 기술이 집약되는 빛축제이다. 빛, 음악, 아이디어를 테마로 하는데 하이라이트는 오페라하우스에 프로젝션하는 행사로 조명예술가가 아닌 영화제작자가 아티스트가 된다. 반투명의 형상에 광원을 넣은 고전적인 조명조형물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 인터렉티브 조명조형물, 레이져, 무빙라이트등 모든 조명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와 뮤지션의 공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컨퍼런스 등 그 내용이 매우 스펙터클하다.

개인적으로 리옹의 빛축제 Fete des lumiere 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컨텐츠의 완성도나규모, 축제가 주는 즐거움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논리를 찾곤하는 습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리옹의 빛축제는 1852년 부터 이어져 온 오랜 종교적인 의식 - 도시를 지켜주는 성모마리아를 위하여 창틀에 초를 올려놓는 의식- 을 1999년 도시 차원에서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당시 리옹의 새로운 먹거리가 게임산업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리옹의 빛축제는 겨울이 긴 도시의 궁여지책도 아니고 관광객의 발을 잡아보려는 고육지책도 아닌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일상이 확대된 것이고 동시에 도시의 먹거리도 생기는 고마운 일이어서 해마다 이 날, 빛으로 넘쳐나는 거리에서 내집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무 저항없이 커텐을 드리운다. 빛축제 4일동안 리옹시내 중심부 도로는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되는 등 이 기간동안 리옹시민의 일상은 방해를 받게되는데도 해마다 축제는 더욱 화려해지고 음향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되지만 빛공해나 일상의 불편을 이유로 멈추라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없는 모양이다.

빛축제를 새로 계획하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절대 해결 되지 않는 문제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피해와 이득을 동시에 가져가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득을 갖게 되더라도 당장의 불편을 감수할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수면의 질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을 방해 받는 것을 누가 대의를 위해 참겠는가..그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진 습관이 아니라면 말이다.

작년 리옹빛축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마다 빛축제가 조명잔치가 아닌 영상잔치가 되어간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브제의 특성을 반영한 빛의 연출보다는 건물에 입혀진 프로젝션 컨텐츠나 매핑기법이 음향과 더불어 사람들을 흥미롭게 했고 컨텐츠 제작 기술이 더 중요한 빛축제요소가 되어가는 상황이 결국 건물을 스크린 삼아 영화를 상영하게 되는 것으로 발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2019 Fete des Lumieres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프로젝션 매핑이 줄고 그 내용이 내러티브 형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최고의 기술을 담고 음향도 과거의 수준보다 발전 되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강해져 비구상의 컨텐츠에서는 가능했던 생각의 확장이 줄어든 아쉬움은 남았다. 

그 다음 변화는 아나로그 형식을 입은 레트로 버젼의 형태에 하이 테크놀러지를 얹은 조명조형물의 등장이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the giants of Light으로 거대한 사람 형상의 빛조형물은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소통하며 특별한 경험을 주는데 그 움직임은 과거 마리오네뜨를 조정하던 방식과 동일하며 3~4 명의 사람이 직접 움직여 그것을 만들어 낸다. 이 단순한 조명조형물은 대부분 관람자의 행동이나 소리등 사람의 몸을 통한 참여에 의해 상호 작용하여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작품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똑똑해진 작품들과 작심한듯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Fete des Lumieres는 다소 심각한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이제 Fete 라는 단어 대신 Forum 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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