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 예술로 함께 생각하는 변화 … 모두의 건강을 위한 자세
[박희진의 문화 잇기] 예술로 함께 생각하는 변화 … 모두의 건강을 위한 자세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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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최근 문화와 복지, 문화와 교육, 문화와 지역 결합을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 문화의 사회적 효과를 확대하자는 노력이 정책에도 반영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다양한 계층의 맞춤형 문화의 사회화로 변해가고 있다. 정책의 노력 속에서 미래를 함께하게 될 우리들의 생각 수준은 어떠할까.     

지난달 26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서울 디지털정보실 라운지 달(DAL)에서는 문화예술교육과 신경학, 치매 전문가들이 모여 치매 증상의 환자(경도인지장애), 이들의 보호자들을 위하여 예술을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예술 교육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구변화에 대응하여 모두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자리였다.   

예술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영국(Art and Health)이나 미국(Art in Healthcare)에서 체계적으로 규명한 바 있다. 영국은 1999년부터 예술과 건강을 사회적 이슈로 보고 문화정책에서 지원사업으로 운영하며 2006년부터는 예술의 장르를 확대하거나 지역별로 현황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여 전략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2004년 영국예술위원회는 고용과 교육, 건강, 사회안전을 위한 범죄를 포함하여 ‘사회통합’의 의미를 담아 예술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술치료에 대한 효과는 전통적으로 인정된 바 있고, 지속적으로 예술과 건강을 연계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졌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맞아 나이 들어가는 미래에 대응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한치매학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노인들을 위한 미술관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노인층의 미술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2015년부터는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미술관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관련 분야 전문가와 협력하여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이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강의 모습

필자 또한 2014년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지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병(lzheimer's disease)의 치매(dementia)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을 진행한 바 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이 흐리고, 언어적 표현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과는 달리 전문가와 협업하여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했고, 교육에 쓰이는 재료와 표현의 도구들도 새롭게 개발되어야 했기에 임상 치료사와 함께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대해 연구 중에 있다. 특히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과 여러 인지장애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그 증상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 예술교육을 좀 더 신중하게 기획하고 있다. 

2017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주한영국문화원이 공동주최로 진행되어온 이번 워크숍은 한국과 영국의 신경학·치매 전문가가 예술교육이 치매 환자의 삶에 미친 영향과 효과를 분석한 사례가 발표됨에 따라 한국에 연구진들도 매우 기대가 컸던 시간이었다. 국내 신경학전문가로 참석한 이찬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의 현황과 이들의 예술적 경험의 중요성, 치매환자의 삶에서의 예술에 대하여 연구를 발표하였고, 영국 UCL신경학연구소 치매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세바스찬 크러치(Sebastian Crutch)은 영국에서 진행된 치매환자를 위한 시각예술프로그램의 효과와 예술경험으로 인한 치매환자 뇌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연구과정과 결과발표에서 공통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한 예술’이라는 점이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치매 증상에 중점을 둔 논의였으나 치매를 포함한 동시대인들의 정신건강 전반에 대하여 잘못된 인식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아픈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증세가 있어도 검사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미리 예방하고, 질환이 깊어지지 않도록 시기에 맞춰 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을 변화시켜야만 해결이 된다.

발표된 국내외 연구에서도 치매 환자만을 위한 프로그램의 에술 교육은 아니었다. 치매를 포함한 모든 질병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환자와 가족,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예술교육이 된다. 환자가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 아픔과 일상의 어려움을 가족과 우리가 경험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된다. 배려가 아닌 존중을 위해서 한 걸음 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에 ‘함께’에 의미를 담았다.

그동안 예술의 긍정적인 경험이 마음을 위로하고 소소한 즐거움의 치유를 기대할 수 있었다면 이번 연구과정에서는 서로가 치유를 통해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치유를 넘어 치료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데에 주목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결과 또한 보이지 않는 예술적 경험이 개인의 마음치유에서만 멈추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생각에 변화를 줄 때,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는 치료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