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6. 삶이 예술이다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6. 삶이 예술이다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 승인 2019.12.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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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생, 한권의 책
▲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 읽는다. 단 한번밖에 그것을 읽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어간 공공기관 휴게실 문 앞에 쓰여 있던 글에 감동을 받고 얼른 사진을 찍어둔 글이 있다. 독일소설가 장 파울의 명언이다. 번역의 어려움으로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장 파울은 전집65권을 발표할 만큼 다작을 남긴 작가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글들이 많다. 독일의 문호 괴테와 비견되기도 한 그는 인생을 한권의 책에 비유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어른이 된 지금도 누군가 인생에 대해 물어보면 깊게 생각하게 된다.

한참 공부에 열을 올릴 고3때 도서관에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밤새워 공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내소설 국외소설 당시 베스트셀러까지 가슴 뛰며 책장을 넘겼다. 그때 접한 펄 벅의 대지,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을 위한 공부, 동물들의 신비한 세계를 담은 만화책까지 두루 섭렵한 시간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이었지만 재미있는 책장을 넘기며 나만의 세계에 푹 빠지는 시공간이었다. 특히나 마음에 와 닿는 책 속의 글은 한줄 밑줄을 긋기도 하고 재미있는 소설은  한 장 넘길 때마다 얼마나 애타게 넘기게 되는지, 곧 입시가 코앞이라 해야 하는 수험공부는 안하고 재미있는 책만 읽는 나에게 가족들은 국어국문학과에 가서 소설가가 되라며 필자를 놀리기도 하였다. 어쩌면 내 인생 통틀어 그때만큼 설레며 책을 읽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해야 할 다른 과목의 참고서와 문제집이 산더미였지만 시간을 쪼개어 시험공부를 해도 부족할 판에 만난 재미있는 책들은 나의 가슴을 뛰게 했고 부족한 시간에 읽느라 진심으로 소중한 한장 한장이었다. 이번 책이 마지막이야......소리를 되내이며 그렇게 여러권의 책을 읽어나갔지만 언제 뺏길지 모르는 책한권의 전개부분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었다.

인생을 한권의 책으로 비유한 장 파울은 인생을 한번밖에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함부로 살지 않고 성실히 살아갈 것을 비유하고 명언으로 남긴다. 어떤 책이든지 소중하게 충실하게 읽다보면 그 책의 줄거리에 푹 빠지게 되고 그 전개와 과정을 이해하게 되며 책이 끝날 때쯤 독서 평이 삶의 철학으로 남게 된다.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열심을 다해 살다보면 인생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되고 어렵게 읽은 책일수록 오래 기억에 남듯 자신만의 소중한 인생으로 남는 것이다. 동물과 다른 고귀한 인간이기에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지켜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늘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4600년 전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시가 있었다. 영웅 길가메시는 절대 죽지 않는 불사약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온갖 고생만 하고 불사약을 구하지 못했지만 오랜 여행이후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답을 얻어왔는데 영원히 죽지 않는 성자, 우트나피시팀이 그 답을 주었다.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파티를 열어라,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어라” 성자 우트나피시팀이 알려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한번뿐인 인생, 한권의 책을 읽듯이 지혜롭게 인생 책장을 넘기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이 일 것이다. 수천 년이 지나도 인간의 삶에 대한 가치는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우연히 태어나보니 사람이었고 어쩌다보니 지구에 살고 있다고 대충 살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가 읽어내고 있는 인생의 철학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사랑을 나누며 따스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내 이웃과 더불어 보람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인생 책을 공들여 읽는다면 다 읽어갈 때쯤 귀한 서평이 자신의 인생철학으로 깊이 있고 고귀하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