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교차상영 '집행자' 저예산 한국영화를 'Dead man waking?'
조재현,교차상영 '집행자' 저예산 한국영화를 'Dead man waking?'
  • 홍경찬 기자
  • 승인 2009.11.12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만 잘 만들면 되는줄 알았다. 극장측 수익극대VS저예산 영화 지켜달라

 저예산으로 만든 좋은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밀려 교차상영( 극장측에서 관객이 적게 오는 아침이나 낮시간, 늦은 밤시간에 하루 2~3회 상영하는 행위)된다면 제2,3의 '워낭소리가'가 나올지 의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집행자'의 제작자ㆍ 감독ㆍ주연배우가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영화 시사회도, 제작발표회도 아니었다.

▲ 12일 오후 2시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기자회견을 연 '집행자'제작진은 교차상영 철회를 촉구하며“작은 영화도 관객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영화배우 조재현
 12일 오후 2시 중구 프레스센터에 기자회견을 연 '집행자'의 제작진은 교차상영 철회를 촉구하며 “작은 영화도 관객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교도관의 시선으로 사형제를 조명한  '집행자'는 제작비 12억 5000만원을 들이고, 중ㆍ소형 배급사가 배급에 참여한 저예산 영화다. 

 '집행자'는 지난 5일 개봉해 첫 주 관객 20만을 동원하며 흥행순위 2위를 기록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개봉 한 주 만에 교차상영이 결정됐다. 

 '집행자'의 제작진은 “교차상영으로 아침이나 늦은 밤 하루 2~3회 상영되면서, 더 이상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제작사 ‘활동사진’의 조선묵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펀드(3억원)를 지원받아 만든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손익분기점(관객 60만)을 넘기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교차상영으로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주연배우 조재현 씨는 “주변의 만류가 많았지만, 적은 인건비를 받으면서 최선을 다한 스태프들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애써 눈물을 감추었다. 

 영화배우 조 재현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해 저예산·독립영화가 어차피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집행자'를 계기로 교차상영에 대한 대안이 활발하게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호 감독은 “집행자가 큰 배급사를 만나 안정적으로 출발했다면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고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났을 것”이라며 “영화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리에 나오게 돼 씁쓸하다. 작품과 관객, 배우, 스태프, 영화를 보고 주변에 추천한 모든 분들께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집행자' 제작진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앞으로 ‘교차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집행자는 법무부 장관과 추기경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관람했고, 사형제도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의미 있는 문제를 제시한 수작”이라며 “그러나 작품성과 평균이상의 흥행력을 인정받은 한국영화가 개봉 1주 만에 관객과 만날 통로를 차단받게 된다면 저희에겐 희망이 없다”고 아쉬운 소회를 토로했다.

 '집행자'의 제작사 관계자는 “저예산 영화의 교차상영에 대한 불만은 그동안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이나 대형 배급사들은) 그저 볼멘소리 정도로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라며 “집행자를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져 문화부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 이날 기자회견장, 제작사 조선묵 대표,'집행자'연출을 맡은 최진호 감독,배우 조재현이 참석해 영화 교차상영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삭발식은 주연배우 조재현이 참석한 긴급 기자회견으로 대체되었다.

 저예산으로 잘 만든 국내 영화 '집행자가' 해외 성공작인 '데드맨 워킹(Dean man Walking)'과 달리 거대 자본의 힘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