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동시대성에 방점 찍은 국립극단 2020년
‘여기’ 동시대성에 방점 찍은 국립극단 2020년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2.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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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성 문제 ‘노동‧젠더‧청소년‧퀴어’ 등 아우르는 공연 및 사업

“2020년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았다. 몇 주년 하면 과거로 포커싱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국립극단은 70주년이 과거보다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표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로 정하고 과거와 현재가 부딪히는 ‘여기’를 강조했다. 특히 파우스트에서 젠더프리 캐스팅과 퀴어문학에 대한 시대적 요구 등 지금까지 국립에서 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시도들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동시대적 극장으로 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이성열 예술감독)”

▲18일 오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성열 예술감독이 2020년 주요 공연 및 사업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
▲18일 오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성열 예술감독이 2020년 주요 공연 및 사업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 17개 작품이 2020년 한 해 스케줄을 가득 채웠다.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최초로 공연화되고, 영국 최고 명문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 관습적 성 역할을 뒤집은 해석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2000년 이후 20년 만에 내한공연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창단 70주년 및 2020 주요사업을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성열 예술감독이 전반적인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2020년의 포문은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공연하는 배삼식 작가의 <화전가>가 연다. 여인들이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봄놀이에 관해 읊은 노래를 부르는 명칭인 <화전가>는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을 기념하며 배삼식 작가에게 의뢰한 신작이다. 1950년 전쟁을 코앞에 둔 위태로운 시기를 오직 서로에게 의지한 채로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규방 여인들의 이야기를 위해 작품에 등장하는 9명의 캐릭터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다. 연출은 이성열 예술감독이 맡았다.

▲18일 오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모습(사진=국립극단)
▲18일 오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모습(사진=국립극단)

<화전가>에 이어 4월 3일부터 명동예술극장 약 한달 간 공연하는 파우스트에는 배우 김성녀가 파우스트 역에 ‘젠더프리’ 캐스팅됐다. 독일문학의 거장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파우스트>는 문학, 철학, 종교, 정치 등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문명을 아우르는 세계관으로 고전의 진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창단 이래 세 번의 <파우스트> 프로덕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활약해 온 연출가 조광화가 특유의 관념적이고도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창단 70주년 기념공연 <만선>을 공연한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 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7월 초연된 <만선>은 작은 섬마을에서 살아가는 곰치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 1960년대 당시 한국 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원작을 최초로 공연화하는 <채식주의자>는 내년 5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소극장 판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과 MOU를 체결한 벨기에 리에주극장과의 협업을 통해 실험 무대를 세계로 넓힌 ‘연출의 판’ 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벨기에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작품을 정해서 의뢰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초 한국을 방문해 한강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연출은 여성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는 한국 배우들과 양국 디자이너들의 협업으로 완성되며 2020년 서울에서 초연 후 2021년 3월에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유럽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국립극단 70주년 상징 (세로형)(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 70주년 상징 (세로형)(사진=국립극단)

내년 5월 8일부터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서 공연하는 ‘국립예술단체 초청공연’은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이 1950년 같은 해에 만들어진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국립극단은 과거 남산 국립극장 소속단체로 함께 활동했던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 등 3개 예술단체를 명동예술극장으로 초청한다. 5월 8일과 9일 국립발레단, 5월 15일에서 16일 국립합창단, 5월 22일부터 23일까지 국립오페라단이 각각 공연한다. 

지난 5월 소극장 판에서 초연한 <영지>는 청소년극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10대 초반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뤄 반향을 일으켰다. 내년 백성희장민호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영지>(2020.5.22.~6.14.)는 관객과 좀 더 함게하는 공연을 위해 다방면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에정이다. 

전 세계 연극을 선도하는 두 나라를 대표하는 제작극단들의 화제작 <바냐 삼촌>과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국립극단을 찾아 창단 70주년을 함께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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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전용극장 명동예술극장 내부(사진=국립극단)

1921년 창립,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대표 국립극장 박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은 예술감독 리마스 투미나스 특유의 파격적인 연출로 대본 각색 없이 ‘안톤 체호프를 신선하게 해석했다’는 평을 받으며 2011년 러시아 최고권위 연극페스티벌 황금마스크상 대극장 부문을 수상했다.

셰익스피어를 정통을 계승한 영국 명문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 2019년 선보인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관습적 성역할을 완전히 뒤집은 캐릭터 설정과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 파격적인 동시대적 도전으로 영국 내에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2년 간 다양한 실험을 거친 ‘우리연극 원형의 재발견’ 사업은 2020년 함경도 지방 망묵굿을 바탕으로 굿의 연희적 면모와 연극의 접점을 찾아 이 시대 ‘넋’에 대해 생각해보고 연극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시도를 한다.

올 초 관객 설문조사에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1위로 선정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도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2015년 초연 이후 국내주요 연극상을 휩쓴 이 작품은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조씨고아’를 각색의 귀재 고선웅 연출이 특유의 감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미국의 극작가 린 노티지의 두 번째 퓰리처상(2017) 수상작 <스웨트(가제)>는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일과 후 동네 술집에 모인 노동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을 연극적인 방식으로 그렸다.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최초의 흑인여성이 된 작가는 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작업을 진행하며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에 포함됐다. 안경모 연출을 만나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노동’에 대한 시사점을 다각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립극단]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_외관01
▲국립극단 전용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왼쪽), 소극장 판 외관(사진=국립극단)

한편 창단 70주년 기념사업으로 ▲70주년 기념식 ▲연극인 잔치 ▲국립극단 70년史 편찬 ▲70주년 기념 전시 ▲국립극단 디지털 아카이브 등이 진행된다. 

70주년 기념식은 창단일인 4월 29일 국립극장 야외마당에서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디지털 아카이브는 내년 4월 중 오픈 예정이다. 

2020년 작품개발 사업은 ▲희곡우체통/희곡우체통 낭독회 ▲우리연극 원형의 재발견 쇼케이스 ▲연출의 판-작업진행중 ▲신작개발 쇼케이스 등이 있다.

‘희곡우체통’은 창작희곡 온라인 상시투고 제도로 연중 운영된다. 안정민 작가의 <고독한 목욕>이 2018년 낭독회를 거쳐 이듬해 정식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데 이어 2019년에는 접수된 186편의 희곡 중 8편의 작품이 낭독회를 통해 소개됐으며 이 중 유혀율 작가의 <사랑의 변주곡>이 공연화 된다.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은 연출가들이 올해의 주제와 각자의 미학을 접목해 다양한 연극적 시도를 실행하고 그 과정을 선보이는 사업으로, 연출가들의 사고 영역 확장 및 관객들에게 보다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내년 신설된 신작개발 쇼케이스는 신작 희곡이 제작공연으로 연결될 수 잇는 가능성을 높이고자 마련한 낭독 쇼케이스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신작, 동시대의 뜨거운 이슈를 다룬 작가의 소설 등을 선보인다. 2020년에는 만 30세의 나이에 베를린 연극제 작품상을 수상한 작가 박본의 신작과 한국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상영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쑬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는 ▲리서치-아시아 청소년 프로젝트 ▲청소년극 창작벨트 ▲청소년예술가탐색전 ▲연구 및 발간 등의 연구개발 사업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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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활동하는 국립극단 시즌단원들 14명이 공개됐다(사진=국립극단)

한편 국립극단은 2년 단위로 시즌단원을 선발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시즌단원으로 활약하는 14명이 공개됐다. 시즌단원은 1년에 3편의 작품씩 출연할 예정이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이 70주년을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다. 많은 기대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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