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맵시와 유연한 품세(品勢), 그리고 생기를 잃지 않는 생명력의 한국춤
섬세한 맵시와 유연한 품세(品勢), 그리고 생기를 잃지 않는 생명력의 한국춤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12.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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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예술 김백봉부채춤’ 이북5도무형문화재 지정 5주년 기념식 성황리에 마쳐

김백봉부채춤보존회가 부채춤의 이북5도무형문화재 지정 5주년 기념식을 지난 1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2014년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김백봉부채춤 원형 공연, 기념식, 토크콘서트 등으로 진행됐다.

01. 김백봉부채춤 이북5도무형문화재 지정 5주년 기념식 (사진=김백봉부채춤보존회)
▲김백봉부채춤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 부채춤 지정 5주년 기념식 (사진=김백봉부채춤보존회)

기쁨이 오는 잔치라는 뜻의 ‘희래연(喜來宴)’을 주제로 열린 이 날 행사에는 부채춤의 창시자인 김백봉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화체육관광부)과 부채춤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인 안병주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를 비롯하여 보존회 전승자와 문화예술ㆍ무형유산 관계자, 무용계 인사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백봉부채춤은 세계인들에게 한국무용의 대명사로 잘 알려졌다. 1968년 김백봉 선생이 멕시코올림픽 때 대형군무로 선보였던 춤이다. 부채춤의 착상(著想)은 김백봉 선생이 1947년 스승이었던 세계적 무용가 최승희의 <무당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구상된 부채춤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이 되어서 서울시공관에서 열린 ‘김백봉 제1회 작품 발표회’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다고 한다.

02. 기념식에서 김백봉부채춤의 원형을 시연하는 안귀호 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실용무용예술계열 교수, 신진아 김백봉부채춤보존회 사무국장, 한솔 춤.이음무용단 지도위원 (사진=김백봉부채춤보존회)
▲기념식에서 김백봉부채춤의 원형을 시연하는 안귀호 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실용무용예술계열 교수, 신진아 김백봉부채춤보존회 사무국장, 한솔 춤.이음무용단 지도위원 (사진=김백봉부채춤보존회)

이후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대형군무 형태의 무용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전국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문화예술사절단과 함께 선보이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세계 속에 한국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전하는 대표적 공연예술로 자리매김했다.

부채춤은 1992년 ‘춤의 해’를 맞아 한국무용협회가 지정한 명작무 제2호이기도 하다. 당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지만, 무용예술로서 전승 가치가 있는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도입한 명작무 제도에서 최초로 선정된 2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다가 2014년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인 이북5도위원회가 '이북5도 문화재 보호규정'에 의해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하여 현재에 이르렀으며, 이날 행사는 이북5도무형문화재 종목 지정 5주년을 기념하여 열리게 됐다.

기념식은 안귀호(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실용무용계열 교수), 박이선(김백봉부채춤보존회장), 신진아(김백봉부채춤보존회 사무국장), 한솔(경희대 무용학부 강사), 박주현(안병주 춤‧이음무용단 단원) 이수자가 생음악(장단 김연수, 피리 이정훈, 가야금 송승민)에 맞춰 직접 그 원형을 시연하는 공연으로 시작됐다.

축사에서 이명우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는 “한국무용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김백봉 선생님께서 오늘 93세의 연세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큰 축복”이라며 “김백봉부채춤은 민족문화의 산물이며, 한반도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역사이고 우리의 소중한 무형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은 축사에서 “김백봉 선생님께서 창안한 ‘화관무’도 이제 우리 무용예술의 역사가 됐다. 그래서 지속해서 보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라며 “그 무형유산적 가치를 잘 계승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연구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06. 김백봉부채춤 이수자를 비롯한 전승자 기념촬영 (사진=김백봉부채춤보존회)
▲김백봉부채춤 이수자를 비롯한 전승자 기념촬영 (사진=김백봉부채춤보존회)

이밖에도 여러 문화계 인사가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병옥 이북5도위원회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경임순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채향순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 최현주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교수, 양선희 세종대 명예교수,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 정승혜 골든캣츠 대표, 전준산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사무관, 김선영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장철 한화 그룹 차장(서울세계불꽃축제ㆍ부산불꽃축제 담당), 이호준 의상디자이너, 구유진 무대분장디자이너, 김태완 음악감독, 민천홍 의상디자이너를 비롯해 많은 문화관계자와 현장예술인이 참석했다.

공식행사에 이어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공주빈 MC의 진행으로 안병주 예능보유자가 어머니인 김백봉 선생님의 춤과 인생, 나와 부채춤에 대한 이야기를 대담했다.

한편, 김백봉부채춤의 무보집이 이날 특별한정판으로 출간돼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증정됐다. 김백봉부채춤의 예술관, 창작배경과 발달, 군무의 형식체계와 무보로 구성된 책이다. 『김백봉부채춤』은 도서출판 상상(38,000원)이 발간했으며 교보문고 등에서 판매된다. 특히 조선시대의 의궤(儀軌)처럼 김백봉부채춤의 원형을 춤사위 사진, 도해와 함께 해설을 표준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백봉부채춤보존회는 현재 16명의 이수자를 배출했고, 전국의 많은 무용예술인이 보존회에서 전수 교육을 하고 있다. 보존회와 함께 안병주 춤‧이음무용단은 지난해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여인의 단아함을 흥겨운 장고 가락과 함께 역동적인 춤사위로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 4괘와 태극문양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시애틀에서 열린 2019 미주체전 등 국제적인 규모의 대형행사에 참여해 대한민국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병주 예능보유자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섬세한 맵시와 유연한 품세(品勢), 그리고 생기를 잃지 않는 생명력이 김백봉부채춤의 본(本)”이라며 “부채의 움직임은 춤추는 사람의 혼을 담은 혈류와도 같아서 마치 심장의 연장선처럼 이어지고 견고한 발디딤새는 끓어오르는 감정과 호흡을 고스란히 담아 춤추는 부채의 기품과 격조를 지켜간다”고 말했다.

이어 “춤은 출수록, 또 전승해 갈수록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철저한 사명감이 마음속 깊이 굳건해져 갔다”며 “이러한 마음을 앞으로도 많은 무용예술인, 관객과 나누고, 세계 속에 한국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