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매일 먹는 밥이다.
조선시대에도 먹는 것이 백성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었다.
그래서 먹는 것을 하늘로 삼았다는
식위민천(食爲民天)이라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장터에서 만난 박씨할머니는 ‘밥이 인생’이라며 밥 한술에
행복이 숨어있다는 것은 장꾼만이 아는 비밀이라고 했다.
함께 어울려 밥 한술씩 먹는 재미에 장터에 나온다는 사람도 있다.
겨울이면 화롯불 피워놓고 양푼가득
하얀 쌀밥을 해서 나누어 먹는 풍경을 종종 본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는 밥 한 스푼 맛보라며 건네는,
따듯한 인정이 남아 있는 곳 또한 장터다.
이렇게 쌀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만나게 한다.
전라도 장터에서 만난 방씨 노인의 쌀농사예찬론이다.
60여년 넘게 농사를 짓다보니 꽃 중의 꽃은
나락 꽃이라며 자랑에 열을 올렸다.
“나락은 잡종 없이 혈통을 잇어간께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안 헙디여,
사람도 똑같은 것 보믄 쌀이 사람을 맹근당께.
글고 나락꽃은 봤는지 모르겄네,
요것이 오전 10시에서 12 사이에 딱 한 번 펴는디
당체 부지런 떨어야 볼 수 있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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