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0대 문예지> 선정
대한민국 <30대 문예지> 선정
  • 특별취재팀
  • 승인 2009.11.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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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문학잡지 범람, 왜곡된 등단구조 바꾸려 귀감삼기 위해
▲청소년 문예지 ‘학원(學園)’은 1960, 70년대 문학소년ㆍ소녀들의 작품 발표의 장이 돼 주었던 잡지이다. 황석영ㆍ최인호ㆍ김승옥ㆍ윤후명ㆍ안도현 씨 등 오늘날 문단의 중진 작가들은 대부분 청소년 시절 ‘학원’을 통해 문명(文名)을 날린 바 있다.
문학지, ‘그들만의 리그’

2007년 문화관광부에서 나온 ‘2006 문화미디어산업백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등록된 문학잡지는 221종이나 된다. 지금도 1년에 수십 종이 폐간되고 수십 종이 창간되지만, 문예잡지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폐간되는 잡지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잡지가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학잡지가 많아지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늘어났다. 질 저하가 걱정된다는 말이다. 그래도 ‘돈’이 아니라 ‘문학’을 다루는 잡지여서 다행한 일이라고 본다.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문학’을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그런 잡지들을 많이 읽어서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되고 소설가가 된다면 나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항상 ‘돈, 돈!’ 하며 사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그리고 세상에 반드시 일류 문학잡지만 존재하라는 법도 없다. 누구나 일류 대학을 가지 못하고 누구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없는 것처럼, 3류 대학을 가고 중소기업에서도 일하는 사람도 필요한 법이고, 그래야 사회가 유지가 되는 법이다.

 3류 문학잡지도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문학을 접할 수 있게 되고 배울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먹고사는 걸 해결하는 문학인도 생기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문학잡지의 범람도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그 ‘범람’이 시장 밖에서의 현상인 데 있다. 문학잡지의 반 이상이 서점에서 취급되지 않거나 아예 시장에 진입할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에 내놓아 비평을 받거나 시장원리로 심판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말이다.

돈에 웃고, 돈에 울고

이 ‘그들만의 리그’의 가장 큰 약점은 재정적인 어려움이다. 그러다 보니 ‘상’을 남발한다. 등단을 시켜주고 ‘신인상’ 타이틀을 걸어주거나 연말이면 ‘올해의 작가상’ 같은 것을 주고 상금까지 준다.

물론 쥐꼬리만 한 금액인데, 이것마저도 생략하고 종이쪽 상장으로 때우는 데도 많다. 그리고는 몇 권을 사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나아가서는 강매까지 한다. 상금의 서너 배쯤 되는 금액이다. 물론 제 자랑에 필요하긴 해도 그렇게 많은 양의 책이 필요없건만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잡지사는 그렇게 해서 마련한 돈으로 운영을 하고 다음 제작비를 마련한다. 그러니 작품의 질은 말할 것도 없이 ‘저질’일 수밖에 없다. 만일 스스로 ‘저질’이 아니라고 자부하는 문인이라면 돈으로 타이틀을 살 리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잡지사의 가장 큰 잘못은 ‘저질’이 아니라 ‘사기’이다. 곱셈도 하지 못하는 대입 수험생에게 더하기, 빼기 시험문제를 풀게 해놓고 ‘합격증’을 주는 식이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당선된 줄 아는 문인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강매를 하는 것도 ‘사기’다.

이렇게 사기가 횡행하는데도 그런 문학잡지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건 분명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는데 ‘문인’ 타이틀은 갖고 싶은 사람들이 그런 잡지들을 찾는 것이고, 그래서 블랙마켓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그들만의 리그’이고,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자신이 떳떳치 못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들의 부조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금품수수, 고액의 심사료, 제자 챙기기 등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현실을 인지하고도 바로 세우자고 자정의 소리를 내는 이가 없는 문단 현실이다. 문단이 비슷한 이유로 권위와 명예가 땅에 떨어진 미술계 미술대상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다. 이런 왜곡된 구조가 지속된다면 사랑받고 존경받아야 할 문인들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마침내 문단 전체가 자멸할까 두려운 것이다.

본지에서는 이러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문단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자성의 전기를 마련해보기 위해 <30대 고급 문예지>를 선정했다. ‘저급’ 문학잡지들이 보고배울 수 있도록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여기서 ‘30’은 편의상 정한 숫자이지 대한민국에 품격 높은 문예지가 30개밖에 없다는 뜻이 아니므로 양해하길 바란다.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창간 정신과 역사, 문학적 성취도
2. 원고료 수준
3. 신인상 수상자의 수준과 상금, 등단지 강매 여부
4. 민족역사 의식과 사회 기여도
5. 최근 5년간 수록 작가의 수준
6. 문학상 시상 여부
7. 편집위원단의 문단 경력

더불어 중앙지(전국)뿐만 아니라 지방 문예지도 선정 대상에 포함시켰음을 밝힌다. 또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30대 고급 문예지>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전시회도 가질 것을 약속한다.

《30대 문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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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특별취재팀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