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계획 공개, 올해는 ‘토대 구축의 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계획 공개, 올해는 ‘토대 구축의 해’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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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관 특성에 맞게 운영, ‘장르 균형’ 중점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를 ‘초대 구축의 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과천ㆍ서울ㆍ덕수궁ㆍ청주 4개관에 274만 명 관람객이 찾은 국립현대미술관은 2020년 전시 방향을 세우고, 더 많은 관람객 운집에 힘쓴다.

지난 9일 오전 국현은 언론 간담회를 열어 2020년 전시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발표에 앞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새해인사와 함께 지난해 주요 이슈와 현안을 짚었다. 이 자리에서 윤 관장은 지난해 출판된 30여 점의 출판물을 언급하며 서울관 로비(1층 아트존)에 신설된 ‘미술책방’에 관해 “미술 전문 취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간으로, 과거에 절판된 도록 인쇄와 외부 주문이 늘고 있다”라며 “국내 전문 미술 서적의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신년 전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임기제 학예공무직의 정규직화에 관해서는 “학예실장을 포함해 37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공무원 정원에는 전문임기제가 포함되지 않았으나, 학예실장도 현대미술관 공무원 정원에 포함돼 안정적인 직위가 됐다. 3차례에 걸쳐 상반기(4월까지)까지 최종 채용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설명했다. 국현 채용 인원은 기존 39명 채용 인원 중 일부 ‘과’가 통합되고, 내부 승진에 따라 최종 37명을 신규 채용한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업무환경에서 긴 호흡으로 연구ㆍ기획하는 학예직의 기반을 마련해, 조직안정 현안을 해결할 예정이다. 

▲국현 각 부서의 부서장을 소개하고 있다

백남준 ‘다다익선’ 보존은 “올해 본격적으로 보존처리에 들어간다. 3년 정도 예상한다. 다다익선을 다시 소생시키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관 내 보존과학팀과 소장품관리팀이 협업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어서 윤 관장은 지난해 통일부에 ‘북한미술특수자료 인가 기관’ 인가를 받아 미술관 내에 설치한 ‘북한미술 특수자료실’을 소개하며 “공적자료 공개를 위한 절차를 지난해 거쳤다. 올해 본격적으로 자료를 비치하고 국내 연구자를 양성하는데 힘쓰겠다”라며 “반쪽 미술사가 아닌 온전한 미술사를 기술하는 데 토대를 두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0년 중점 추진 사업은 지난 12월 발표한 ‘서울 상설전 도입’ㆍ‘과천 어린이미술관 강화’ㆍ‘다다익선 복원’ 등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2020년 전시계획은 ‘학제간 연구기반 전시’ㆍ‘장르균형’ㆍ‘한국작가 심화연구 및 육성’ㆍ‘소장품 맥락화 및 특성화’ㆍ‘국제 교류 및 아시아 담론’을 중점에 둔다.

4개관 특성에 맞는 운영

국현 서울ㆍ덕수궁ㆍ과천ㆍ청주 4개관은 각 관의 특성에 적합한, 차별화와 핵심 기능 확장한다. 서울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이자, 동시대 미술의 종합관이다.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소장품을 소개하고, 상설 공간을 신설할 예정이다.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미술의 지평 확대를 도모하며, 올해는 서예ㆍ문학 등과 연계한 전시로 근대미술의 지평을 연다.

과천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맥락화 작업 및 건축ㆍ디자인 등까지 미술사 확장에 힘쓰며, 야외 예술놀이마당을 가족·연구중심으로 운영한다. 청주관은 미술관 소장품 생애 주기로서 수장-연구-보존-전시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핵심전략으로 한다.

5가지 전시계획 공개...‘장르균형’ 중점

‘장르 균형’에 관해 윤 관장은 “지난 5년간 별로 조명하지 않은 장르에 관해 올해 본격적으로 전시를 시작할 것”이라며 “마이너 장르인 서예ㆍ판화ㆍ공예 전시를 개최해, 해당 장르를 재조명하는 등 국가 미술관의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총 18개의 전시 중 6~9월 개최 예정인 기획 전시 ‘낯선 전쟁’(가제, 서울)展은 전쟁의  무거운 담론을 담는 대규모 전시이며, 개인전으론 박래현ㆍ이승택展이 비중있게 다뤄진다.

▲박래현, 노점A, 1956, 종이에 채색, 267x2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 수상작으로 덕수궁관에서 개인전이 열린다(도판=국립현대미술관)

학제 간 연구와 협업에 기반 한 전시로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해 대규모로 개최될 ‘낯선 전쟁’展을 필두로, 예술적 공론장이 형성될 예정이다. 하나의 영역에 국한된 주제가 아닌 역사적 맥락에서의 미술사의 이해, 새로운 발견 등이 시도된다. 다원예술 2020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展은 미술관에 관한 본질적 물음과 공적 장소의 역할을 찾는다. 이외에도 ‘MMCA 융복합 프로젝트 2020’展(10~12월 서울)과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展(11월~내년 2월 덕수궁)이 개최된다.

서예·판화·공예·건축·디자인 등을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 장르의 확장 및 균형도 모색한다. 한국 근·현대 시각문화와 미술에서 서예의 역할을 찾는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展(3~6월 덕수궁)이 열리며, 복제 예술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질 ‘미디어로서의 판화’展(5~8월 과천)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한국 목판화ㆍ인쇄술ㆍ제지술 재평가의 기반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승택, 고드레 돌 , 1956-1960, 돌, 노끈, 285X150x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작품이 과천관에서 열린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공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故 유강열(1920~1976)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 작가와  그의 동료ㆍ제자들의 활동을 소개할 ‘한국 공예 지평의 재구성 5070’展(9월~내년 2월 과천)  은 1950-1970년대 공예의 확장과 전개 양상을 살피는 전시로 주목할 만하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의 건축·디자인을 중심으로 시각 문화 담론을 확장하는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올림픽 이펙트’展도 열린다.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 캔버스에 유채, 62×5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이 서울 상설전에 열린다(도판=국립현대미술관)

한국작가 심화연구 및 육성을 위한 전시도 열린다. 박래현(1920~1976)작가는 평생 실험적인 예술을 추구한 여성작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ㆍ앵포르멜(informel)시기 이후 새로운 지평을 연 이승조(1941-1990),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며 선구적 역할을 한 이승택(1932~)의 회고전 등이 각각 덕수궁ㆍ과천ㆍ서울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공모 사업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맥락화 및 특성화를 위한 국내·외 대표 현대미술품 상설전 및 소장품展이 마련된다. 근ㆍ현대 미술 명품들을 소개하는 ‘서울관 상설전 2020+’은 서울관 1전시실 소장품 특화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인 ‘88서울올림픽’과 관련한 1980~해외 조각, 회화도 소개된다.

국제 교류 및 아시아 담론을 위해 아시아를 다각도에서 읽고 각 지역 문화 예술 전문가와 작가들이 협업한 결과물도 선보인다. 지난해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관의 퍼포먼스 작품 ‘해와 바다(마리나)’를 초청, 7월 중 국내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