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여럿과 연결'중심돼, 메갈로폴리스 서울의 현대미술관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여럿과 연결'중심돼, 메갈로폴리스 서울의 현대미술관으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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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ㆍ지역ㆍ당대ㆍ 공공ㆍ행정 주제의 구체화된 비전 제시
기관의제 ‘수집’, 전시의제 동시대 미술에서 ‘퍼포먼스’ 위치 탐색

지난해 데이비드 호크니展을 뛰어넘을 전시가 탄생할 수 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굵직한 전시와 행사ㆍ콘텐츠들로 미술관의 저력과 정체성을 확고하게 굳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14일 서소문본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2020년의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7월 언론간담회에서 백지숙 관장이 밝힌 도시ㆍ지역ㆍ당대ㆍ 공공ㆍ행정 다섯 가지 차원의 사업추진 방향과 비전을 재확인하고, 기준에 따르는 구체적인 전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백 관장은 2020년의 기관의제를 미술관 고유기능에 집중하는 ‘수집’으로 정했으며, 전시의제는 동시대 미술에서 차지하는 ‘퍼포먼스’의 위치를 탐색하겠다고 밝혔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백지숙 관장이 구체적인 전시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도시, “국제적으로 네트워킹하는 미술관”

2020년은 미술관 사업 중 가장 큰 사업인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개최하는 해인 동시에,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할 3개 분관의 개관을 준비하는 원년임을 강조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관해 백 관장은 “올해는 비엔날레 20주년 기념을 맞아, 비엔날레가 처음 생긴 2000년의 원년 정신에 따라 비엔날레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미술관 안 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 공동으로 일어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외국인 예술 감독이(융 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20 ‘하나하나 탈출한다 One Escape at a Time’을 맡았으며, 최종 작가 명단은 4월에 최종 발표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무니라 알 카디리, 〈SOAP〉, 2014, 영상 스틸(영상일부=무니라 알 카디리 제공)

이외에도 아시아도시 순회전은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이불의 아카이브ㆍ드로잉ㆍ퍼포먼스 비디오를 발굴 소개하는 ‘이불—비기닝’展과 중앙미술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친 지  20주년을 맞는 교육자 안상수의 ‘문자’세계를 조망하는 ‘안상수—문자반야’展을 개최해 도시 ‘서울’의 특성을 국경 안팎을 넘어 네트워킹 할 예정이다.

지역, ‘네트워크형’미술관 준비

3개 분관에 대해 백 관장은 “미술관 도시 서울의 모선(母船) 미술관으로서 시립미술관이 세 개의 신규 공간에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동시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술관의 시설을 업데이트 할 것”이라며 “신규 분관 3곳 (가칭)서서울미술관(2023)ㆍ(가칭)서울사진미술관(2023)ㆍ(가칭)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2021,미술아카이브)을 소개하고, 운영 주체로서 사전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분관 운영과 신규 분관 설립과의 차이를 “시립미술관 문화 본부와 시립미술관이 초기 단계에서 프로그램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프로그램 기획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파일럿 성격도 크지만, 미술관이 과연 어떤 성격을 갖고 진행되는지 시민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 전 과정을 공유하고자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동식, 〈1981년 여름의 기억 〉, 2005, 캔버스에 유채, 182x227cm(도판=서울시립미술관)

평창동미술문화복합공간의 사전 프로그램은 서소문본관에서 임동식 작가의 1970년대~2000년까지 작가의 창작 및 기획 활동자료를 아카이브 연구기반으로 전시하는 ‘임동식 개인전 – 일어나 올라가’展을 개최한다. 서울사진미술관의 사전 프로그램은 북서울미술관의 서울사진축제를 계기로 사진전문미술관 운영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개관 예정인 서울사진미술관은 최초의 공립 사진미술관으로, 실제 설립에 다른 분야별 전문가들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서서울미술관에 대해 백 관장은 “서서울미술관은 서남권 중심의 기존 남서울미술관을 캠프로 금천구청 공원에 세워질 예정이다”라며 “이 지역은 문화 취약지역으로 분류가 되는데, 신규 공간의 특성을 살려 과거도심 공업지역의 기억과 ITㆍ패션 등 미래 산업이 공존ㆍ융합하는 지역의 특성의 모델을 구체화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9 입주자기획전〉(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외에도 기존에 신진미술인 기금사업 중심이던 ‘삼각 지원’ 프로그램이 레지던시의 기능과 벙커와 창고라는 장소에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일회성 선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당대, “동시대성은 일관된 게 아니라, 복합적인 주체와 장르의 소통”

미술관은 다층적 근대성을 탐구해, 동시대성을 구성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미술 내외부의 문화영역에서 당대 창의성을 더해 시민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서소문본관은 콜렉티브랩·레퍼런스룸·그린라이브러리·미디어씨어터 등의 공간으로 재구성해 5천여 점에 이르는 SeMA 컬렉션을 선별해 전시하는 ‘모두의 소장품’展을 개최한다. 특히 남서울미술관에서는 건축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해외소장품 걸작전 ‘브뤼겔에서 로스코까지’는 눈여겨볼 만 하다.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로 15만 점의 소장품이 있는 투명한 전시 공간을 배치해 소개하는 개방형 미술관 ‘보이만즈 반뵈닝겐 미술관 창고’의 소장품을 선보인다. 202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개관 이전, 리모델링 기간 동안 진행하는 순회전으로 북서울미술관에 지난해 열린 ‘한국근현대명화’展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다. 미술사에 나타나는 걸작 일부를 소개한다.

▲권병준, 〈오묘한 진리의 숲 2〉, 위치인식 헤드폰, 스테레오 사운드, 109분 46초, 2018(사진=서울시립미술관 소장)

퍼포먼스를 미술관이 수집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하나의 사건 This Event’展ㆍ체험형 작품과 교육 프로그램이 연결된 어린이 전시인 ‘물체주머니’展ㆍ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대 10여 년간, 대안공간이 존재했을 때의 시대에 집중하는 ‘2000년대 한국미술’展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서울시립미술관 공공강화를 위해, 지역거점을 특성화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서소문본관에 조성되는 ‘SeMA-프로젝트 S’ㆍ30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SeMA Café+’이 있으며 관람객 참여 공간을 활용한 미술관 속 마켓 ‘예술가의 런치박스×마르쉐 채소시장@정동’ㆍ남서울미술관(구벨기에영사관)의 공간적 특성과 공명하는 하이브리드 프로그램 ‘대기실 프로젝트’ 등이 진행된다.

▲이미래, 〈2019 같이 있고 싶다고〉, 서소문본관

지난 5년간 배출된 시민큐레이터 50여 명이 참여하는 소장품 기반의 자치구 기획전을 통해 SeMA 컬렉션을 시민에게 심도 있게 소개할 기회를 마련한다. 무엇보다 ‘도슨트 응접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도슨트 프로그램을 심화해 관람객이 보다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다.

▲‘SeMA Café+’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다

한편 행정적인 부분은 노후 된 서소문본관의 리모델링(2022년~) 계획과 신규 분관 체제에 적합한 미술관 중장기 진흥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20년 이들 계획에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은 7기관에서 권역·기능·역사에 기반한 10기관 매트릭스로 전환해 메갈로폴리스 서울에 널리 분포된 사용자ㆍ매개자 및 생산자ㆍ기관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미술관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