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담은 한국화가 김선두展, "천천히 가면 볼 수 있는 것 많아"
동시대를 담은 한국화가 김선두展, "천천히 가면 볼 수 있는 것 많아"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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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풍경’ㆍ‘별을 보여드립니다’ 등 대표적 연작 19점 선보여

“동양화(한국화)를 하며 제일 아쉬웠던 게, 동양화를 전통회화로만 취급해서 당대의 회화로 대접하지 않는 풍토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 전시는 ‘현대회화로 한국화가 가능할까?’ 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다”(김선두 작가)

학고재는 동양화 기법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갖춘 작가 김선두(1958~)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학고재는 국제적 시야를 확보하는 한편,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 및 작품을 꾸준히 조명해왔다. 그 일환으로 김선두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학고재가 선보이는 김선두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느린 풍경 – 덕도길’ 작품을 설명하는 김선두 작가

최근 한국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 고유의 정서를 드러내면서도 세계 미술동향 반영한 작품도 주목받고 있다. 김선두 작가는 대표적인 동시대 한국화가로서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온 작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작가의 작업 중 바탕 작업 없이 색을 중첩해 우려내는 ‘장지화’로 일본, 중국의 채색화와 구별된 독자적 화풍이다. 김 작가의 작업은 장지 위에 분채를 수십 차례 반복해 쌓으며 깊은 색을 드러낸다. 튼튼한 장지가 물감을 깊게 머금어 고운 발색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선두 작가의 ‘느린 풍경’ㆍ‘별을 보여드립니다’ 등 대표적 연작을 19점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마른 도미 Dried Snapper,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78x158cm(도판=학고재)

대표작 ‘느린 풍경 – 덕도길’의 제작 과정에 대해 김 작가는 “반사경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국민대학교 앞을 여름에 5시경쯤 지나갈 당시, 러시아워에 걸렸을 때의 모습이다. 그곳에는 ‘속도를 줄이시오’라는 간판이 있는데, 빨리 달리면 그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게 되더라“라며 “간판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의 약간 어둠이 내리는 풍경들이 그라데이션이 잘된 수묵 산수화 같이 느껴졌다. ‘내 차의 속도를 줄이면, 좀 더 인간미가 있는 삶과 여유가 있는 삶이 되겠구나‘를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사경 안의 산수화는 사실적인 풍경이고 투시 원근법이 분명한, 빨간색으로 표현된 산수는 동양의 산수화로 반사경의 풍경과는 정반대의 시점이다”라며  “빨간색 부분은 이동 시점으로 동양화이다. 자연 속에 내가 순응하려고 하는 시점을 담았다”리고 말했다.

▲철조망 블루스 Barbed-Wire Blues,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38x178cm(도판=학고재)

도미의 배가 갈라진 모습의 ‘마른 도미’(2019) 하나의 몸이 벌어져 등을 맞대고 대립한다. 도미의 좌우 얼굴이 맞닿아 성난 사람 같은 인상을 띤다. 탐욕스러운 괴물의 형상이다. 김 작가는 작품에서 인간 사회를 투영하고자 했다. 서로 다른 색을 띤 두 눈이 이념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한 몸을 유지하며 대칭을 이룰 때에는 생명을 지닌 물고기였지만, 양 극단을 향해 찢어지면서 신념만 남은 죽은 몸(사회 모습)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N0.1 작품을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설명하는 김선두 작가 모습

N0.1 작품 역시 흥미롭다. 김 작가는 작품에 대해 자신의 자화상이라며 유머러스한 작품을 소개했다. N0.1에 대해 김 작가는 “내 아들이 제일 싫다고 말하는 부분이 아빠가 자기 자랑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누워 있는 부탄가스를 그린 거지만 단상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명품은 자체로 아우라가 있는데 ‘썬텐’이라고 되어 있고, 국내 최초라고 넘버원이라고 그러는 모습, 굉장히 투박한 깨달음이지만 자기 자랑을 자주 하는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김선두 작가의 전시는 붓 터치의 기법만으로도 묵유오채(墨有五彩), 다섯 가지 먹의 색을 표현하기도 하고 오랜 경험에서 깨달은 생활 속 소재를 시각화하기도 한다.

▲No. 1, 2019,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6x91cm(도판=학고재)

전시장에 들러 발상을 전환으로 동양화의 현대화를 시도한 그의 작품을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학고재 본관에서 22일부터 오는 3월 1일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학고재(http://www.hakgojae.com/)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