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 오를레앙 허
  • 승인 2009.11.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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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주 파이프 오르간 콘서트 베토벤 9번 교향곡 < 합창>

   
오를레앙 허
십여년 전, 처음으로 호주 시드니 타운홀에서  열린  파이프오르간독주회에 참석하였다.  때마침 파이프 오르간 음악의 걸작,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토카타 앤 푸가 D 단조>를 감상 할  수 있었는 데 강력한 포르테의 모티브가 흘러 나오는 순간

나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감을 느꼈다.  연주도중 연주자 스스로가 긴박하게 뭔가를 뺏다 끼웠다를 반복하던 그때의 열정적이고 긴박했던  연주는 그러하기에 더욱 기억에 생생한데  그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은 그러했다.

우연히 들른 독일 베를린 어느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 받은 충격도 그에 못지 않았는데 ,사실 유럽여행을 할때 교회를  방문하는 것은 식견있는 여행자의 필수 코스가 아니던가 . 건축과 미술 ,음악의 예술의 시대적 변천사를 한눈에  집약시킬  수 있는 유럽의 교회는 완공하는 데 보통 수백년씩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득 방문한 그곳에서 오르간 연주를 듣는 경우는 사실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하는 데. 실제 연주회가 열리는 날에는 보통 티켓을 끊어야 입장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사의 전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인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명물인 라디오타워 근처에 위치한 그 교회는   소박하지만 왠지 끌리는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교회문을 여자마자  파이프 오르간의 묵직한 저음부가 창다발이되어  나의 심장을 여지없이 파고 들었다.

당해본? 사람은 무신론자일지라도 그 경건함에 잠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자리에 앉아 경청하기로 작정한 불과 몇분만에 갑자기 어디선가 천사의 합창이 들려왔는데 알고보니  교회 유아부 아이들의 성경공부 시간이었다. 충격적이었다. 몇안되는  어린 천사들의 찬송가 반주를 위해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동원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기교육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고 한 수 가르침을 주는 현장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오다가다 성당을 방문할 때 수없이 파이프 오르간의 깊은 울림에 노출 되곤 하였다. 번개를 맞은 듯한 전율이 온몸을 통과할라치면 묵은 스트레스가 곧장 씻겨 내려가곤 했다.

모테트의 발상지 노트르담 성당에서,작곡가 생상과 포레가 평생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던 마들렌에서, 현대작곡가 메시앙이 봉직했던 트리니테에서, 주말마다 무료 콘서트가 열리는 생테스타쉬 성당에서 특히 그러하였다.

파이프 오르간의 몸통은 사실 교회 내부 그 자체이다. 휼륭한 오르간이 있는 교회는 대부분 콘서트를 열기에 좋은 음향학적 설계가 이뤄져 있으며 교회내부가 높고 깊으면 그만큼의 울림통이 확보된다는 의미가 된다.

오늘 찾아간 장충동 경동교회는 담쟁이 덩굴이 빨간 벽돌을 예쁘게 감싸고 있으며 예술적 인상을 주는 범상치 않은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다니고 싶은 교회였다.

교회는 늘 어머니같이 반겨줄 듯한 따사로움이 배여있어 좋다. 본당 안으로 들어서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였던 김수근선생의 내부 설계 역시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인상을 주었다,

오늘의 오르가니스트,박옥주(38)씨, 2년째 오르간 연주회를 열고 있다는  그녀는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을  거쳐 독일과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친 재원이다.

그녀의 오늘의 레파토리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본작을  오르간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중간중간 생략과 창의적인 즉흥이 불가피한 연주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오르간음악에서 통주저음이나 포부르동작법을 통해 즉흥연주가 오래전부터  시도되고 있었다, 사실상 오늘날 작곡되어진 테마의 멜로디와 화성으로부터 임프라비제이션(즉흥)의 발전부를 전개하는 재즈의 기원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음색을 조절하는 장치인 스톱(단추)의 감각적 처리와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프레이징은 그녀가 여성 오르가니스트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연주였다고 평하고 싶다. 신선한 시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르레앙 허 (본명 허성우)

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을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