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벽화문화재 보존·관리 규정 개정
문화재청, 벽화문화재 보존·관리 규정 개정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11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벽화문화재 고유한 가치 조명...국제원칙 적용 한계 우리만의 규정 필요

문화재청은 취약한 보존환경에 놓였던 벽화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해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문화재청 훈령 제531호)을 제정(2020.2.4.시행)했다.

벽화문화재는 사찰ㆍ궁궐ㆍ서원ㆍ향교ㆍ사당ㆍ고분 등 다양한 건조물 벽면에 그려진 그림이다. 건축과 회화가 접목된 복합적인 가치를 지닌 문화재다. 사찰 벽화가 5,351점, 궁궐·유교 벽화가 1,120점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 중에서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벽화문화재는 12건(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등)에 불과하다. 이 외의 벽화문화재는 고유한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국내 벽화문화재는 목조 건조물의 내·외부 토벽이나 판벽 위에 직접 그려진 형태가 많아 건조물의 노후나 구조 변위에 따른 균열로 손상된 경우가 많다. 노후 건조물 보수에도 벽화문화재는 건조물의 부속품으로 인식되며 깊은 고민 없이 쉽게 분리되고, 그 이후는 제대로 보존·관리되지 않았다.

벽화문화재 보존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국제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벽화문화재 보존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2003년에 ‘벽화문화재에 대한  ICOMOS 보존원칙’을 수립했다. 그러나 해당 보존원칙은 석회 또는 벽돌 등 무기물 재질에 그려진 벽화만을 대상으로 해, 목재나 종이 등 유기물 재질의 벽화가 많은 우리나라는 원칙 적용의 한계가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런 상황 개선을 위해 지난 1년여간 우리만의 벽화문화재 보존·관리 원칙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6월에는 벽화문화재 보존·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고, 같은 해 5월부터 11월까지는 관계전문가 실무협의단(working group)을 운영했다.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사진=국가문화유산포털)

이후 ‘벽화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원칙(안)’을 수립했고, 지난해 11월 개최된 공청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금의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4장으로 구성된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의 주요 내용은 ▲ <제1장 총칙>은 이 규정의 목적과 관련 용어의 정의 등을 규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벽화문화재만의 보존·관리 기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규정을 제정해 사찰ㆍ궁궐 등 다양한 건조물에 그려진 벽화문화재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후대에 전승한다는 내용을 총칙에 담았다.

▲ <제2장 기본 원칙>은 벽화문화재의 유형적·무형적 가치 보존에 관한 사항, 보존처리와 같은 보존행위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 등을 명시했다.  ① 벽화문화재의 원 위치 보존, ② 직접적 개입의 최소화, ③ 재처리 가능한 보존행위의 시행, ④ 보존처리 시 본래 제작 기법의 우선 고려, ⑤ 건조물 해체 시 설계단계부터 벽화문화재에 대한 영향 검토 등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기본 원칙은 개별 벽화문화재의 보존·관리에 기본적이고 공통되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제3장 조사·연구 및 기록>은 조사·연구의 범위와 내용, 촬영·모사와 같은 기록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구체적으로 벽화문화재 조사·연구를 하려는 경우 수행주체는 벽화문화재와 그 주변 환경까지 정보를 파악해야 하고, 인문학적 분야와 더불어 과학적 분야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조사·연구가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한다. 

 ▲ <제4장 보존 및 관리>은 보존상태 상시점검(모니터링), 보존처리계획 수립ㆍ보존처리 분리할 경우 재설치 등과 관련된 사항을 종합적으로 규정했다. 특히 천재지변이나 심각한 손상 등에 의해 원위치에서 더 이상 그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분리된 벽화문화재는 반드시 원 위치에 재설치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번에 구성된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은 벽화문화재 보존처리 또는 벽화문화재를 지닌 건조물 보수정비 사업의 근거 지침으로 활용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