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도시조명 전문가의 고백 ‘소통이 필요해’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도시조명 전문가의 고백 ‘소통이 필요해’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0.0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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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영국의 조각가 안토니 곰리 Anthony Gormley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9년 ‘One and Other’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나서이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해서 이름을 딴 광장으로 4개의 동상 받침대가 있고 이 중 3개에는 넬슨제독과 조지4세등 역사적인 남성 인물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나머지 1개는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는데 런던시가 여기에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러 작가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처럼 작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영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장애자, 여성- 전에는 절재 조각의 모델이 될 수 없었던 -을 주제로 한 작품, 마크퀸의 ‘임신한 앨리슨래퍼’도 그 중 하나였다.

곰리가 제안한 작품은 조각이 아닌 퍼포먼스로, 100일, 2400시간동안 2400명이 동상 받침대 위에 서서 1시간씩 살아있는 조각상이 되는 것으로 온라인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무작위로 선발하여 진행하였다.

제1호로 선발되었던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학대받는 어린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내겠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원한 반면, 받침대에 올라가 의자를 펴고 1시간동안 책을 읽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작가는 영웅, 남성위주의 역사를 담은 조각들로 채워져 있는 트라팔가 광장에 평범한 일상, 개인을 동상 자리에 올림으로서 제한된 계급이 대표하는 광장이 아닌 민주적인 광장으로 바꾸고자 했다고 한다.

안토니 곰리가 뉴욕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 뉴욕 클리어링 Clearing이라는 18KM의 끝없이 연결된 알류미늄 튜브로 만들어진 초대형 조각을 선보였다. 이는 K팝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BTS가 후원하는 글로벌 현대예술 프로젝트 CONNECT BTS 프로젝트 중 하나로 그가 여기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고립되어 있고 자기중심적인 현대예술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BTS를 통해 관객과 커넥트될 기회”

지난 12월, DDP의 외관에 프로젝션 매핑의 형식으로 진행된 서울라이트 프로젝트는 ‘서울 해몽’이라는 주제로 DDP의 과거, 현재, 미래의 3부분으로 구성하여 기억의 공간을 여행하는 시각적 경험을 의도하였다. 방탄소년단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안다고 하는 작가 레픽 아나돌 Refik Anadol은 우리의 문화를 거리의 소리들과 전통적인 한국의 음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인터뷰를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문화, 지역의 기억을 어떻게 이미지화하여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 DDP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온라인에 축적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그 것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든다고 하니 미디어 아트는 과연 작가의 개입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또한 궁금했었다.

DDP라는 랜드마크 하드웨어에 세계적인 작가의 콘텐츠. 약20분간 펼쳐지는 영상쇼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말 그대로 ‘와우!’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치 외국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며 미디어 쇼가 펼쳐지는 동안의 시간이 지루함이 없는, 적당한 흐름의 속도와 컨텐츠의 구성이 역시 세계적인 작가의 이름이 이렇게 해서 붙여지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했던 지인들의 얼굴을 살필 겨를도 없이 ‘멋지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용기를 낸 한명이 말했다. “저게 근데 뭐야?”

도시의 야간경관을 계획하면서 자주 꺼내드는 카드가 조명 하나의 기능만이 아닌 문화 예술을 담은 복합기능의 조명 조형물 개념이다. 가로등과 같은 도시의 공간조명도 이제까지 폴 위에 헤드를 달아 밝게 비추는 기능만 할 것이 아니라 조형성과 기술을 담아 주간에도 조형물로 보여지게 하고 야간에는 조명의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한다. 공공공간의 난간, 벤치, 휴지통, 사인물 등 대부분의 환경조형물들에 조명을 덧붙여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야간경관을 만들어 보자고 한다. 조명기술이 발전했고 도시의 밤은 밝아져 기존 방식의 것들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며 전문가의 이름을 달아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을 들이 밀어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안토니 곰리라는 세계적인 노 작가가 순수 작가의 고립을 고백하며 대중예술가와 팀을 이루어 소통에 나선 것처럼 도시의 야간경관이 좋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점점 다양해져가는 조명의 형식과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가부터 소통을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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