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아픈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달콤해 지더군요”
[공연리뷰]“아픈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달콤해 지더군요”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8.12.2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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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스위트 크리스마스, 달콤한 사랑을 말하다

 

형용하기 어려운 청아한 음색-‘스위트 크리스마스’(sweet Christmas)는 그렇게 나윤선과 함께 왔다. 그녀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절친한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 그녀는 한걸음씩 관객과 가까워졌다.

오늘 콘서트는 전체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한 폭의 유화를 그리는 과정 같았다. 첫 곡과 함께 나윤선이 홀로 등장해 캔버스에 고요히 한 획을 그었다. 두 번째 곡에서는 기타(한현창)가 함께 등장해 눈이 내리는 듯한 붓터치를 남겼다. 세 번째 곡으로 기타, 콘트라베이스(이순용), 드럼(이도헌)이 함께 꾸미는 질베르토 질(Gilberto Gil) 의 ‘Ladeira da preguica’의 무대가 이어지며 오늘의 유화는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풍성해졌다.

그녀가 1집 ‘Reflect’에 수록돼 있는 슬픈 사랑의 노래 ‘초우’를 부를 때는 쓸쓸한 겨울나무 한그루를 그리는 듯 했다. 그녀는 ‘초우’를 부르기에 앞서 "사랑이 늘 달콤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픈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사랑이 되는 것 같더군요" 라는 말을 해 이 곡은 독백처럼 긴 여운을 남겼다.

계속해서 들려 준 ‘Ne me qitte pas(나를 떠나지 말아요)’라는 곡에서는 ‘오해했던 시간과 방법을 궁리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잊어요. 사랑이 왕이 되고 법이 되고 당신이 왕비가 되는 왕국을 만들께요. 내가 당신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고 당신 손의 그림자가 되고 당신 개의 그림자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오‘ 라는 이 곡의 가사가 그녀의 진심을 호소하는 듯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그 밖에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Little drummer boy'와 같은 캐롤도 불러 연인이 있는 따뜻한 겨울 풍경을 완성했다.

흔한 기교나 관객의 호응을 유발하는 현란한 몸짓의 댄스도 없었지만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고요하게 흩어지는 눈을 흠뻑 맞은 듯한 느낌이다.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나윤선(39)은 매우 독보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다. 한국은 물론 프랑스에서의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유럽내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 김민기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음악에 매료된 나윤선은 본격적인 음악 수업을 위해 홀연히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명문 재즈학교 CIM에서 수학하면서 뮤지션으로서 자질을 다지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던 나윤선은 졸업 후 자신의 퀸텟을 이끌며 그 동안 품어온 음악적 이상을 현실로 이루게 된다.

‘나윤선 퀸텟’은 지난 9년간 프랑스의 각종 클럽과 페스티벌, 그리고 레코딩에 참여하면서 많은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2001년 나윤선과 퀸텟 멤버들은 첫 데뷔작 ‘Reflect’를 발표했고, 이듬해 발표한 ‘Light For The People’은 프랑스 현지에서 제작되어 국내에 수입으로만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이변을 낳았다. 기타리스트 올리비에 오드와 연계하여 작업한 ‘Down By Love' 이후 지난해 자신의 퀸텟과 다시 ’So I am..'을 발표, 더욱 확대되고 보다 다양해진 어법의 세계적인 수준의 재즈를 들려주었다. 'So I Am…'은 프랑스 재즈 앨범차트 5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유럽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또한 2005년 국내에서 발매된 프로젝트 앨범 ‘Nah Youn Sun with Refractory'에서는 일렉트로 재즈 밴드 리프랙토리와의 새로운 음악 시도로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도 선보였다. 2006년에는 7개국 19개 도시에서 펼쳐진 아시아-호주 투어 콘서트를 통해 월드와이드 아티스트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7년에는, 세계적인 거장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해 온 닐스 란 도키(Niels Lan Doky)와 베이시스트 김정렬이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팝 프로젝트 메모리레인 음반이 발매되어 초도를 2주 만에 소화하고 재판에 들어가는 등 나윤선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현재 그녀는 스웨덴 최고의 뮤지션 랄스 다니엘슨(Lars Danielsson), 울프 바케니우스(Ulf Wakenius)와 함께 작업한 새 앨범 ‘Voyage’로 국내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유럽 재즈를 대표하는 레이블 Act와 계약하고, 2009년 전 세계 발매를 앞두고 있어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의 이상을 이뤄나가고 있다.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