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견우와 직녀가 이별할 때 흘리는 눈물처럼 비가 간간이 내리는 칠월 칠석 날,
한 여인은 비닐봉지에 강아지를 넣은 채 머리만 내놓고 있다.
이런 장면을 만나면 조상들의 생활철학이 엿보인다.
"꽃은 약간 덜 핀 놈을 , 과일은 조금 덜 익은 놈을 고르듯,
밥일랑 배불리 먹지 말고, 세력은 함부로 부리지 말며,
말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복은 남김없이 누리지 않는다."
우리조상들은 이렇게 '구푼철학'을 생활화 하며 살았다.
시골농가 어느 집을 가도 누렁이 한 마리가
들에 나간 빈집을 지키고 있다.
땅의 정직함을 믿고 살듯이 개에게 집을 통 채 맡겨놓고,
밭도 매고 이웃집 나들이도 한다.
자연스럽게 한 식구가 되는 것이다.
행여 비에 젖을까 비밀봉지에 싼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강아지는 새 주인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이미 한식구가 되었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개가 아무에게나 덤비는 경우를 일컬어 비유한 말이지만
자기분수도 모르고 무모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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