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정영신의 장터이야기]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0.03.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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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견우와 직녀가 이별할 때 흘리는 눈물처럼 비가 간간이 내리는 칠월 칠석 날,

한 여인은 비닐봉지에 강아지를 넣은 채 머리만 내놓고 있다.

이런 장면을 만나면 조상들의 생활철학이 엿보인다.

 

1988 담양장 Ⓒ정영신
1988 담양장 Ⓒ정영신

"꽃은 약간 덜 핀 놈을 , 과일은 조금 덜 익은 놈을 고르듯,

밥일랑 배불리 먹지 말고, 세력은 함부로 부리지 말며,

말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복은 남김없이 누리지 않는다."

우리조상들은 이렇게 '구푼철학'을 생활화 하며 살았다.

 

1988 남원장 Ⓒ정영신
1988 남원장 Ⓒ정영신

시골농가 어느 집을 가도 누렁이 한 마리가

들에 나간 빈집을 지키고 있다.

땅의 정직함을 믿고 살듯이 개에게 집을 통 채 맡겨놓고,

밭도 매고 이웃집 나들이도 한다.

자연스럽게 한 식구가 되는 것이다.

 

1990 전북정읍장 Ⓒ정영신
1990 전북정읍장 Ⓒ정영신

행여 비에 젖을까 비밀봉지에 싼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강아지는 새 주인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이미 한식구가 되었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개가 아무에게나 덤비는 경우를 일컬어 비유한 말이지만

자기분수도 모르고 무모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1991 남원장 Ⓒ정영신
1991 남원장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