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우리 동네 야간명소, 오늘도 켜져 있습니까?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우리 동네 야간명소, 오늘도 켜져 있습니까?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0.04.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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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벌써 한달 째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가능한한’ 서로 접촉할 기회를 줄이고 ‘가능한한’ 이동을 제한하라는 생활방침을 권고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이제 정말 경제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외부 일정만을 하나보다. 올림픽 대로를 달리면 보게 되는 아파트가 초저녁이면 거의 대부분의 집에 불이 켜 있다. 주말 저녁이나 연휴에는 하나의 건물에 반 정도 밖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시 그런 날이 올지 궁금하다. 

이렇게 외부 활동이 줄어 일몰 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데 여전히 야간 명소화에 대한 뉴스나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생활문화가 바뀌어도 일몰 후 시간과 환경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하고 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빛을 계획한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다’에서 시작한다.

‘다르게 보다’를 쪼개보면 ‘보다(vision)’와 ‘지각하다(visual perception)’ 두 개의 과정을 포함한다. 빛의 고전적 역할은 '보다'에 무게를 실어 ‘지각하다’가 성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더 밝은 광원, 더 오래 유지하는 광원’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인공 광원 발명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것의 상용화로 해 진 뒤에도 책을 볼 수 있고, 밤거리도 혼자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대의 빛의 역할은 ‘보다’와 ‘지각하다’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을 통하여 ‘(좋은 방향으로) 기억하다’로 확대된다. 이는 당연히 밝기와 수명, 효율과 같은 고전적인 광원의 특성 이상의 것이 가능해진 것이 결정적인데 닭과 달걀의 논리처럼 색의 구현이나 제어기술의 발전이 조명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더 확대된 조명의 기능을 요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우리는 조명의 더 큰 혜택 안에서 살고 있다.

이는 조명디자이너로서 대단히 좋은 일이나 아쉬운 건 시간이 쌓이고 야간경관에 대한 인식과 혜택이 아무리 확장되어도 대부분의 야간경관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인 질문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 첫번째가 사람이 배려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누가, 어디서 언제 볼 것인가? 그 빛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가에 대한 고려, 검토가 누락된 프로젝트가 많다. 특히 요새 갑자기 많아지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영상을 표출시킬 수 있는 건축 입면만 있으면 한번쯤은 시도해 본다.

같은 질문을 한다. “ 누가, 어디에서 영상을 보나요?” “ 영상이 표출이 안되는 시간에는 어떤 이미지 인가요?” “영상 표출을 위해 설치하는 기기는 낮에 어떻게 보일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첫 번째..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습니다.(공공성 확보)“ 두 번째 답변은 ”아무 것도 없죠“, 마지막 답은 ”...“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에 가보면 거대한 조형물을 정성껏 만들어 기기를 넣고 그로 인해 미디어 파사드를 감상할만한 공간을 좁아졌고 사람들은 ‘미디어 파사드를 제대로 즐길 만한 자리는 길 건너 건물 4층 사무실’이라고 인터넷에 올리는 헤프닝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유지(혹은 운영), 관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야간경관은 빛축제와 같이 일시적으로 발생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경관이어야 한다. 인공 광원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보수가 필요하고 수명은 유한하다. 이는 지속적인 전문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미디어 파사드는 표출되는 컨텐츠 비용이 추가된다. 다행인건 고전 조명방식에 대한 유지관리나 에너지에 대한 비용은 어느 정도 반영된 경우가 있는데 미디어 파사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 야간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인력은?”, “보수나 부품교체에 대한 비용은 책정되었나요?” “관리 계획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프로젝트 주체나 성격은 달라도 답변은 거의 비슷하다. “외부 인력 채용 예정입니다” “ 엘이디 광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료도 적게 들고 반영구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답은 “차차 세워나갈 예정입니다”. 확신 할 수 있는 건, 오래 볼 수 있는 야간경관은 못 될 것이라는 슬픈 예감.

경기도청사 광장, 인천 수봉공원 일대, 파주 임진각, 마이산, 제주 LNG기지, 청주 예술의전당, 가평군 자라섬.. 

이들은 모두 야간경관을 위한 조명공사가 이미 진행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이거나 머지않아 진행 예정인  사업지들이다. 관계자라면 한번 위의 질문을 체크해 볼 것을 권한다.

그 지역의 주민, 시민, 도민이라면 아름다운 야강경관을 통해 사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갖으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러오라고 자랑도 하시라. 그리고 잊지 말고 그것이 계속 유지되는지 지켜보시길 바란다. 슬그머니 없어져 버릴 지도 모르는 내 재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