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지구별 여행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7.지구별 여행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0.04.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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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zcaya Museum Gardens
▲유승현 /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봄이 되니 사방이 꽃이다. 햇살 가득한 풍광은 운전대를 잡은 필자를 자꾸 꿈의 저편으로 인도한다. 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는, 정원이 아름다웠던 비츠카야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비츠카야박물관은 시카고의 사업가 제임스 디어링이 유럽의 궁에 감동을 받고 지은 대저택과 정원이다. “비츠카야”는 바스크 지방의 언어인데 “고귀한 장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조로부터 엄청난 부를 상속받았던 제임스 디어링은 필요 자재를 전세계에서 조달하여 유럽의 건축양식을 최대한 복원하고 수집된 기념품을 세팅하며 초호화저택을 건축하게 된다. 비스케인만을 바라보는 명당, 이 곳은 남부에 휴양붐이 일어나기 이전인 1914년에 짓기 시작하여 3년후 완공하였는데 당시 부지는 11만 2396㎡면적으로 지금은 6분의 1만 보존되고 있으며 70여개의 룸중에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있는 방은 30여개 남짓이란다.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문화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개인의 호화주택치고는 역사적인 가치가 무궁무진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영화 Bad Boys, 아이언맨, 위대한 유산등이 촬영된 장소로 해마다 웨딩시즌이 되면 각 나라에서 온 사랑스러운 커플들과 작품사진을 찍으러 오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미국순방 여정도 이곳 숙소를 이용하고 만찬을 열기도 했으며 클린턴대통령이 1994년 취임직후 각국의 정상들과 무역협정 결성을 설득하는 공간으로 이곳을 선택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곳의 햇살을 맞으며 정원을 걷다보면 세상 무엇이든지 허락될 정서가 될 것 같다. 수십년간 외교적인 장소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잘 정리된 프랑스식 정원을 가로질러 걷다보면 저택에 도착한다. 벽과 천장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옮겨 놓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는데 정말 사람이 살았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개성있는 방 하나하나였다.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세기를 거스르는 엔틱 소품도 눈길이 오래 머물러 다음 방을 관람하는데 시간이 지체되기도 한다.

거실, 침실, 주방, 서재,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예술적 감각을 놓치는 것이 없다. 르네상스 양식을 기본으로 바로크, 로코코 양식들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었는데 여러 고음악 악기와 국자 하나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었다. 장인이 만들어 놓은 수공예 가구들, 고미술품, 많은 예술품과 수집품들은 유럽 근대사가 드러나는 작품들이었다. 유럽의 박물관과 비교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문화적인 가치가 엿보였다. 밝은 햇살을 따라 건물끝을 통과하니 바다위에 떠있는 인공섬이 보인다. 대 저택뿐 아니라 하늘과 땅이 맞아 그곳에 서 있는 모든 이가 예술작품으로 느껴지는 장소다.

마이애미의 인구 10%가 이 건축물을 짓는데 동원되었을 만큼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전세계에서 공수된 작품들이 가득한 이곳을 대체 이 호화저택의 주인 제임스 디어링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만들어 두었을까? 선조에게 물려받은 거대한 유산이 있다고 이런 공간을 가꾸는 이가 몇이나 될까? 당대에 공중분해되는 일이 비일비재할터인데 말이다.

필자가 또하나 놀란 이유는 다운타운에서 10여분 거리임에도 울창한 숲이 잘 조성되어 1916년부터 청정지역처럼 보존되고 있었다는 점. 문화를 향유하기를 원한 한 사업가에 의해 개인의 겨울별장이 만인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이지 않은 수고로움이 있었을 듯하다. 방 하나하나에 깃든 화려한 장식들과 개성있는 가구들. 정원에 가득한 싱그러운 식물등. 100년, 1000년이 지나도 어느 누구든지 감탄할 것같은 비츠카야 박물관의 봄이 눈에 선하다. 지난 사진을 보노라니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일이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 집앞 카페하나도 가기 불편해졌다. 많은 여행사들이 파산지경에 이를 정도로 현재 여행은 꿈도 못꾸는 지경이다. 글루밍 코로나가 따로 없다. 발이 묶였지만 봄을 알리는 꽃들은 눈치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차라리 이럴 때 내가 머무는 곳을 정리하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의미있게 만들어 보자. 제임스 디어링처럼 큰돈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요즘 집 안, 베란다 작은 텃밭이 유행한다고 한다. 가족들이 함께 머무는 공간에서 차를 마시고 같은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우리가 향유하고자 하는 문화는 무엇인가? 우리가 보존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문화보존의 가치를 높게 두는 이가 있다면 비츠카야박물관을 꼭 방문해보라.
한때는 개인의 저택이었던 이곳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는지.......

Vizcaya Museum and Gardens 3251 S Miami Ave, Miami, FL 33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