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대한민국 국립극장,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윤중강의 뮤지컬레터]대한민국 국립극장,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0.04.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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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국립극장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국악인 출신을 선택한 것은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본다. 창극, 한국무용, 국악관현악 등 전통예술단체만 3개를 거느리는 극장 운영을 국악인이 맡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극평론가(유민영)의 말입니다. 

김철호 극장장께 묻습니다. 2018년 9월, "평화 통일 기여하는 국립극장 만들 것"을 강조하며, 국립극장의 새 극장장으로 취임했습니다. 1년 6개월이 지났고, 햇수로 3년 차입니다. 국립극장의 수장이 된 후, “새로워지고, 달라지고, 깊어진 것이 뭔가요?” 그게 궁금합니다.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지금의 국립극장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많은 사람의 눈에는, 국립이 국립답지 못하게 비춰집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연기관으로서 전향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관이나 민간 기관에 뒤늦게 쫓아가는 느낌입니다. 이에 딱 한 마디로 줄여 질문합니다. “극장장님,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답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면서, 당신이 그간 맡았던 공직을 순차적으로 떠올려 봤습니다. 국립국악원 원장(2003)을 시작으로 해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10) 경북도립국악단 (2015) 서울시국악관현악단 (2017)을 두루 거쳤습니다. 한 단체와 한 조직의 책임을 맡아왔던 당신께, 한 번 더 질문하고 싶네요. “당신은 그때마다 어떤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십니까?” 

코로나19 이후, 국립극장과 관련한 세 가지 뉴스의 헤드라인을 옮깁니다. “국립극장 70주년 기념식 취소,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해” “국립극장, 코로나19로 3월 공연 하반기 순연” “국립극장도 온라인으로 공연 실황 전막 공개”

지금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공시립관련 모든 기관 및 단체장에 관한 시각은 오직 ‘위기 대처 능력’으로 평가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국립극장의 모습에서 ‘국립’다운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30여 년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민족음악위원회’(1988)가 생겨났고, ‘민족음악협회의’(1990)가 출범을 했습니다. 당신이 민음협의 4대 의장(1998)이 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시절의 당신은 후배에게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였을 겁니다. 한국의 민족음악, 한국의 공연문화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인 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구성원이 아니었기에 실제 내부사정을 소상히는 모릅니다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압니다.  당신은, 당시의 문화예술계에 대해 불만이 많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국공립단체’의 체질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 시절, 당신과 함께 했던 분들을 떠올립니다. 아쉽게도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분이 생각납니다. ▲문호근(1946~2001) ▲오용록(1955~2011) ▲강준일(1944~2015) ▲노동은 (1946~2016). 그들이 살아있다면, 지금의 위기를 함께 겪게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국립극장장을 맡고 있는 당신에게, 그 시절의 동지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문화예술계의 일인으로서 남산의 국립극장을 바라보며, 답답한 심정을 가눌 길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젊고 유능한 공연예술계의 인재들, 곧 프리랜서 아티스트들이 지금 무척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국립극장은 3개의 전속단체가 중심이기에, 국립극장 또는 국립극장장과 이들과는 무관하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무릇 ‘국립’이란 타이틀을 걸고 있다면, 두 트랙으로 대처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극장 안의 아티스트와 극장 밖의 아티스트를 두루 포용해야 합니다. ‘코로나 펜데믹’과 ‘포스트 코로나’를 동시에 조망하면서 대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대표극장의 책임자로서, 코로나 사태로 교육의 질을 염려하는 시기에, 문화부와 교육부를 연계해서 양질의 공연예술을 제공하는데 ‘국립극장’이 앞장서서 추진해주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립극장은 70년을 맞습니다. 그날이 오히려 성대한 잔칫날이 아니어서,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지 모릅니다. 2020년 4월 29일, 국립극장 일흔 돌날, 대한민국의 공연예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능동적이며, 전향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국립극장이 앞장서서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의 첫걸음을 내딛기 바랍니다. “국립극장 70년에 닥친 위기를, 국립극장이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했는가!” 훗날의 역사는 평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