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미술 자존심 살리기, 지금부터 시작”
[Special Interview]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미술 자존심 살리기, 지금부터 시작”
  • 인터뷰·정리/이은영 발행인·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4.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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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영문판 가이드북 없어…국제무대 속 한국미술 존재감 위해 체계화 필요
연구자 양성 및 환경 조성, 관-관 ‘맞트레이드’ 늘리는 계기 만들 것

어떠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적 지식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의 경험이 필요하고 때로는 성공의 달콤함보단 힘겨운 실패를 거듭하며, 하나의 성과를 완성해 간다. 체화한 과정은 지식과 경험이 되고, 자신만의 노하우로 쌓인다. 이에 한 분야의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 부른다. 그렇다면 30년여 년 간 학계와 현장의 경험을 지닌 전문가가 전문기관의 수장이 되면 어떨까? 현대미술의 역사와 자취를 담은 국립현미술관(이하 국현)의 윤범모 관장 이야기다.

사실 윤 관장의 임용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혹자는 특정 진영을 위한 ‘코드 인사’라고 날을 세웠고, 불공정한 결과였다는 비난도 날렸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앞을 바라봐야 할 시기다. 지난해 50년을 맞은 국현과 국제무대로 향하는 기로에 선 한국미술의 미래에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국가차원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직급을 차관보급으로 승격시켜 한국미술 위상 높이기에 힘을 싣고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 관장은 미술사학자이면서 미술평론가로, 미술기획자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였으며 호암갤러리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미술관ㆍ이응노미술관ㆍ경주솔거미술관 등 국내 손꼽히는 국공립미술관 개관에 참여했다. 또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ㆍ광주 비엔날레 특별 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 등을 맡았다. 연구 분야는 고구려벽화에서 조선시대 책가도와 민화ㆍ근대기 작가론 및 한국 현대미술 자생성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자타 공인 한국미술 전문가다.

그런 윤 관장이 말하는 한국미술의 방향은 국제무대라고 단언한다. “한국미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국격을 높이는 일”임을 강조한다. k-popㆍk-콘텐츠 등과 같은 대중예술이 한류가 되었듯 순수예술 분야인 미술도 ‘미술한류’가 되어야 한다는 것. 올해 국현은 장기적 미래를 보고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임기제 학예 공무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조직 안정화를 이루고, 소홀히 다뤘던 장르를 안배해 전시 장르의 균형 맞추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중 ‘미술책방’운영 및 출판사업은 윤 관장이 말하는 ‘한국미술 자존심 살리기’의 핵심이다. ‘미술책방’의 도록판매를 통해 전시장을 찾지 못한 미술 애호가들과 연구자들에게 연구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한국미술을 집약한 영문 가이드북조차 없었지만 ‘한국근현대미술사’개설서의 한영 출간 및 체계적 정리로 국제무대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미술’만의 특장을 살려 남북통일로 가는 발판 만들기에 기여하는 국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미술교류’로서 따뜻하게 풀겠다는 것.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술품은 시대와 사회의 주요 모습을 포착한다. 그렇기에 미술품을 품은 미술관은 국가의 정체성이자 국가의 격의 높고 낮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한국미술’과 국현의 품격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국현 개관이 반 백년이 지난 지금 본격 논의 중이다. 그동안의 준비로 기초 체력을 기르고 있는 국현과 미술계 쓴 소리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윤범모 관장의 뚝심에 기대를 걸어본다. 지난달 윤 관장을 서울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사태 속 거리두기를 통해 안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해 첫 간담회에서 2020년을 ‘토대구축 해’라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지난해 국현 개관 50주년 기념전을 개최했다.올해는 50년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50년을 향해가는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미술관의 새로운 면모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자 상반기까지 조직안정에 힘쓸 계획이다. 전문 임기제 임용 문제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이번에 선발될 37명이 정규직 공무원 신분으로 변경되는 것이기에, 행정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다. 하반기 새로운 멤버가 구성되면 환경적응 기간도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는 해인 동시에 인력 구축을 통한 조직 안정화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미술관 사업을 통해 지난 5년간의 전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누락된 부분 몇 가지를 발견했다. 올해 그 누락된 부분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국가 미술관의 소임을 따르는 일로 유행이나 주류만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조사 당시 전통 바탕의 수묵화와 채색화 부분과 이른바 마이너 장르로 불리는 서예ㆍ공예 부분이 소외돼 있었다. 또한 지역 작가도 많이 빠져있다.

금년에는 서예展을 첫 시작으로 준비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일정이 연기됐다. 서예展이 국현 개관 50년 이래 최초로 열린다. 70년대 서예展은 서예와 공예ㆍ판화를 하나로 묶어 열린 전시였고, 단독 서예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 도록은 ‘서예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서예전 도록의 필진만 21명이다. 교과서 같은 도록에, 서예를 한국 근현대 미술과 연계한 관점으로 본격 재조명한다.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경

올해는 공예나 디자인ㆍ건축展도 계획돼 있다. 소홀히 다뤘던 장르를 전시 구성에 안배해 균형감각을 이룰 것이다. 그동안 전시에 서구 지향적인 측면이 많았다.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종합해 새로운 구축을 시도하다보니 ‘토대 구축’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서울관의 관객은 급증하고 있지만 과천관은 관람객 감소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과천관을 ‘가족 중심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미래세대 미술관을 지향한다. 특히 과천과의 야외 조각공원을 적극 활용해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개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어린이미술관을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마당에는 놀이시설이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것으로 과천관을 명물로 만드는 것이 절대적 과제다. 가족단위로 1일 피크닉 코스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법이라 생각된다. ‘예술놀이터’사업으로, 미래 세대들이 상상력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작품 속에서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일종의 작품 참여 개념이 되는 것이다. 한편 과천관은 미술연구센터와 같은 전문가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어, 전문가를 위한 공간 운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년 사업들이 겉으로는 화려한 빛을 내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먼 훗날을 생각하면 주춧돌 하나하나를 놓는 것이 같이, 중요한 작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진행 일정이 많이 멈췄는데, 국현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국현은 작년부터 유튜브 채널 운영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개 전시투어를 학예사들이 중계 했었고, 중계 이후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 했다. 이전부터 진행해 왔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다 보니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이라는 홍보를 하고 있다.

전시뿐만 아니라 휴교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교육영상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많은 미술기관들이 휴관상태지만 온라인으로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높이게 되는 것이고, 또 ‘사이버뮤지엄’에 대한 새로운 희망ㆍ역할ㆍ한계 등 다양한 담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전시 공개가 미뤄진 덕수궁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의 전시투어 영상은 인터뷰 이후인 지난달 30일 중계하고 유튜브에 업로드 됐다. 미술관은 이날 90분간의 서예전 중계동안 1만 5천여 명이 시청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사진=화면 캡쳐)

그동안 전시에 대한 관람객 평가는 어떠했고, 사회적 담론 형성을 위해 어떤 준비가 있었나

지난해 274만 명의 관람객이 국현을 찾았다. 개관 50주년 기념 ‘광장’展은 20세기 한국사회와 미술관의 관계를 찾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종의 종합전시였다. 광장전시를 세분화해 앞으로 여러 가지 방식의 전시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전시는 해석의 문제이고 역사도 사가(史家)에 따라 기술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작품의 위상이나 성격이 달라진다. 전시기획도 일종의 창작행위이다 보니 기획자의 상상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말하는 사관(史官)과 비슷한 역할이다. 기획자의 전문성을 더 고양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쓸 것이다.

국현의 관람객에는 특징이 있다. 유럽미술관의 관람객은 중장년층 많은데 우리나라는 젊은 관람객이 많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서울관은 전체 관람객의 40%가 20대이다. ‘젊음의 마당’이나 마찬가지다. 관람객 특징을 반영하는 미술관 사업뿐 아니라 다채로운 사업의 확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교육 프로그램은 연간 100종 이상 진행하고 있고, 교육ㆍ학술행사 영화 상영까지 한다. 영화관은 역사에 남는 미술영화를 상영해 마니아층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회 등 공연도 개최하고 있어 대중과 더 가까이, 문턱 없는 미술관이 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관 로비에 ‘미술책방’을 열었고 온라인 판매도 진행 중이다. 출판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미술책방’은 작년에 잘했다고 칭찬받는 부분이다. 책방을 열고 보니 도록 구입자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도록 판매에 적극적으로 힘을 쓰지 않았는데 ‘미술책방’ 개점 이후 도록이 하나의 상품이 됐다. 전시 도록의 적극적 보급을 위한 판매를 진행 중이다. 절판된 과거의 전시도록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과거 도록을 재판, 3판하는 경우도 생겨 종수도 늘고 있다. 현행 도록뿐 아니라 과거 도록까지 재판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책방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미대생들이 전시장을 가지 않고 책방만 가더라도 미술계 동향을 이해하라는 넓은 뜻이 있었다. 그래서 외국 주요 미술관들의 현행 전시도록을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미대생이 책방 오게 되면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나 미국 뉴 욕 모마(MoMA)와 같은 세계적 미술관에서 지금 무슨 전시를 하고 있는지를 도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이런 도록들은 금방 매진되고 있어, 이 부분에 크게 목말라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발간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은 온라인 서점(예스24) 미술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였다. 금년 한글판을 영문판으로 제작 중인데 국제무대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을 나는 ‘한국미술 자존심 살리기’라고 말하는데 국제무대에서 한국미술이 대우를 받고 존재감이 있기 위해서는 미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출판물이 있어야 한다. ‘한국근현대미술사’개설서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고, 연말에 출간될 예정이다.올해는 한글판이 출간되고 내년에는 영문판이 나온다.

이를 위해 출판팀을 ‘연구기획출판과’로 승격시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개설서 출간은 국가 미술관과 같은 큰 체제하에서 제작되는 것이 맞다. ‘미술관이 연구소인가’라는 비판도 있지만 영문판 가이드북 하나없는 나라에서 무슨 국제무대를 운운할 수 있을까. 우리 미술사를 한 권으로 집약한 가이드북이 필요하고, 그 작업을 개관 50년이 되어서야 진행하고 있다.

▲미술책방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획전 ‘낯선 전쟁’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할 예정이고, 미술 전시에서 남북한의 미술교류 부분도 담기나

남북 미술교류 부분과는 별개 문제다. ‘낯선 전쟁’展은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전쟁을 새롭게 해석해보자는 의미의 전시다. 미술적으로 전쟁을 다시 조명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분단 시대이지만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은 전시다. 국제 전시 성격으로 범주가 몇 가지로 나누는데, 6.25 한국전쟁에 관련된 미술작품부터 한국전쟁을 다룬 외국인의 작품 등을 이번에 많이 발굴했다. 또한 일반 전쟁을 주제로 한 해외 작가의 작품을 범주별로 나눠 ‘전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폭넓게 다룰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염원을 풀어낼 예정이다. 반전(反戰)성격이 드러난 작품이나 전쟁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한 작품이 주로 전시될 예정이다.

북한과 근현대 교류를 통해 근현대미술사를 복원하는 부분은 어떤 의미인가

20세기 한국미술사를 온전한 복원을 위해선 남북통사(通史)가 되어야 한다. 현재는 분단 때문에 ‘반쪽 미술사’인 셈이다. 국가의 주요 기관들은 특수자료실인 북한미술자료실이 있다. 국현은 지난해가 돼서야 ‘특수자료인가기관’승인을 받아 공적으로 북한자료를 취급할 수 있는 기관이 됐다. 금년 서울관에는 ‘북한미술자료실’을 만들 예정이다. 이것이 북한미술 연구자 양성에 기여 및 지원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전시나 출판ㆍ학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남북통합 미술사를 위한 토대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북한 미술품은 민간 차원으로 국내에 반입됐기 때문에 품격이나 진위 문제가 복잡했다. 국현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기관 대 기관 차원으로 교류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쉽진 않지만 다양한 채널로 준비 중이다. 민간 차원 방법은 배제하고 정부 대 정부ㆍ기관 대 기관차원의 진행을 할 예정이다. 과거 냉전체제의 데탕트 미술을 희망한다. 소련과 미국이 교류할 때 처음 시작한 사업이 미술교류 전시였다. 미술은 얼어붙은 동토를 풀어주고 꽃을 피우는 장르로 유리한 점이 많다. 스포츠처럼 승부내는 것도 아니고 음악회처럼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동원해 직접적인 감정을 호소하는 것도 아니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술 전시를 만들어 내기에 교육 사업에도 장점이 많다. 장점을 활용해 통일로 가는 길목에 미술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 현대미술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아방가르드 미술이 60년대 말 70년대 활성화됐다

지난해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국제 기획전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가 과천에서 열렸지만 워낙 스펙트럼이 넓었다. 조만간 한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재 조망할 예정이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대ㆍ성격별로 묶어 전시를 기획할 것이다.

신진작가이나 원로작가는 나름의 대접과 지원이 있는데 중견작가의 조명이 적다

중견작가는 일명 ‘낀 세대’라고도 표현한다. 원로작가는 원로대로 대우를 받고 젊은 작가는 젊은 작가대로 대우를 받지만 중간의 낀 세대인 50~60대 작가들이 제일 대우를 못 받고 있고 미술시장에서도 그렇다.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자 전시나 미술관 사업을 하고 있다. 미술관 전시를 촘촘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종합 전시에는 100명 이상의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작가에게 다양하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중견작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이 특별히 마련되진 않지만, 현재로선 ‘MMCA 현대차 시리즈’가 일종의 중견작가 조명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국제무대에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 및 국제무대용 작가를 후원하는 전시다.

글로벌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출판’의 중요성에 중점을 둬 말했다. 그 외에 글로벌 미술관이 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국현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전 세계 하나밖에 없는 한국현대미술을 다루는 국립기관으로 한국미술을 체계화 시키고자 한다.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출판ㆍ전시ㆍ교육ㆍ미술관 사업으로 연결할 것이다. 국현이 중심을 잡아야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이 있지 않겠냐는 취지다. 교류는 쌍방 교류로 주고받는 것이 원칙이다.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서울에 가지고 오는 것을 교류라고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일방통행이다.

▲지난해부터 발간된 30여 종 미술서적 놓인 책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 관장

주고 받는 방식이야 말로 토대구축에 필요한 것이다. ‘영문 출판물’을 늘리는 동시에 이를 국제무대에 알려야 한다. 그런 바탕에 외국인 한국미술 연구자 및 애호가도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 미술을 가르치는 교수는 현재 10명 정도다. 외국 연구자 증가 및 학술적 연구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역할을 미술관이 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 미술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학술대회나 논문집을 늘리고, 영문판 책을 만들어서 제공할 것이다. 대중문화가 한류의 주 종목이었다면 이제는 순수예술도 뒤따라야한다. 장점이 많은 미술장르도 ‘미술한류’가 되었으면 하고, 국현은 미술한류에 일조하는 미술관이 되고자 한다.

미술관 대 미술관 교류가 중요하다.해외 교류를 진행할 때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을까

사실 이 부분은 국력하고도 연결될지도 모르겠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격을 올리는데 예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초기라 어려움이 많겠지만 하나씩 극복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걷다 보면 길이 생기지 않겠나? 현재는 길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화 발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서울관의 ‘윤형근’展은 79만 명이 관람을 한 전시다. 이 전시를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수출했고 당시 국현 학예사가 직접 기획을 맡았다. 비엔날레와 같은 기간 중에 이탈리아 포르투니 미술관 전시로 한국작가를 외국으로 홍보한 것이다. 특히 많은 해외 매체들로부터 비엔날레에 꼭 봐야할 전시로 꼽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의 토대를 잡는 부분은 필요한 실정이다. 한 작가뿐 아니라 미술관대 미술관으로 말이다. 개봉 박두 기대하시라!!(웃음)

해외 A급 미술관과 여러 행사ㆍ전시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블록버스터급 전시 유치는 제일 쉬운 방법이다. 전시 기획사가 붙어있고, 기획사 직원들이 모든 일을 한다. 미술관은 자리만 내준다면 2~30만 명의 관람객이 오는 전시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가미술관은 그렇게 되면 안 되지 않나? ‘맞트레이드’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

좋은 전시를 위해선 예산 문제가 수반된다.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또한 작품 구입비는

올해 예산은 633억 정도로, 금년에 10억 원 정도 조금 늘었다. 그런데 작품 구입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현재 소장품 구입비로는 53억이 책정돼 있다. 이 예산을 활용해 연간 200점 정도를 구입해야 하니 힘들다. 작품 소장의 철학이 그 미술관 성격을 말해준다. 소장품의 위상이 그 미술관의 위상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작년 300선 도록 작업을 하며 보니 중요작가가 및 중요작품이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 빠진 부분에 집중해서 소장품을 소장할 수 있는 원칙을 새롭게 세웠다. 소장품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받는데 작년 처음으로 소장품평가에 S등급을 받았다. 최고등급 달성은 처음이다.(웃음) 소장품 구입 원칙에 따라 금년에도 보다 체계적인 구입정책을 반영할 예정이다.